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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봉상 展
그린란드 Greenland

갤러리분도
2025. 3. 10(월) ▶ 2025. 4. 11(금)
대구광역시 중구 동덕로 36-15 3층 | T.053-426-5615
http://www.bundoart.com

BB20230801_150x300cm_Headless pin, Acrylic on wood_2023
2025년 첫 전시로 갤러리분도는 못으로 몽환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로 알려진 유봉상의 <Greenland>개인전을 마련했다. 그는 2000년부터 못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25년 이상 끊임없이 추상적인 패턴부터 고풍스러운 건축물이나 울창한 숲과 파도, 열대우림 등 자연의 형상까지 자유자재로 표현해 왔다. 흔히 물건을 걸거나 단단히 고정하는데 쓰는 못을 예술작품으로 변화시킨다. 그는 못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특별한 시각적 효과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작품을 보는 장소나 위치에 따라 작품의 색조나 느낌이 달라 보이는 넘실대는 그 이미지는 반박의 여지가 없이 우리가 예술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경탄스러움의 전형을 불러 일으킨다. 2007년, 2013년에 이어 세 번째로 갤러리분도 전시장에서 유봉상 작가의 못 작업 근작을 선보이자고 한다.

BB20240822_100x150cm_Headless pin, Acrylic on wood_2024
7mm의 그늘이 창조한 빛의 세계 그의 작품은 부드러운 붓으로 물감을 캔버스를 적시는 작업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의 팔로는 들 수 없는 무게의 판넬을 기계를 이용해 작업대에 세우고, 그 위에 에어타가를 이용해 15mm 헤드리스 핀못을 반만 박아넣어 7mm 길이를 남긴다. 작업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못’이라는 재료를 활용해, 에어타가를 이용한 폭력적인 작업, 그리고 탄생하는 작품은 7mm의 그늘이 만들어낸 빛의 세계다.
깊고 어두운 숲, 그리고 환한 빛 유봉상의 작품은 깊고 어두운 숲을 조망한다. 그런데 작가의 숲은 깊은 어둠 속에서 환한 빛을 뿜어낸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환함’이 아니다. 부드럽고 은밀하지만 내면의 힘을 가진 ‘환함’이다. 작품 속 숲은 분명 생명체의 압도적 밀도를 가진 열대우림, 깊고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장소의 상징이나, 작품 속 환한 빛을 따라 나도 저곳으로 가서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창조한 빛의 장면은 누구나, 언젠가, 분명히, 꿈속에서 봤을 법한 장면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이 피어오르며, 행복했던 꿈결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약 30만개의 핀못으로 형성된 7mm의 빽빽한 그늘, 그것이 만들어낸 빛은 보는 이의 시선과 기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가까이에서 또는 좀 더 거리를 두고 보는 것, 옆에서 또는 정면에서 보는 것 등 그때그때 다른 느낌이다. 시선의 방향에 따라 변화하는 못으로 인해 화면상에는 시각적 진동이 일어난다.

BB20241025_150x500cm_Headless pin, Acrylic on wood_2024
현실에 기반한 성실한 노동의 작품 유봉상 작품의 시작은 모든 창작의 과정이 그러하듯 ‘리서치’부터 시작된다. 인터넷을 통해 호수나 강에서 배를 타고 물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숲을 고른다. 그리고 현실의 숲으로 간다. 촬영한 사진 중 어떤 사진을 골라 어떻게 화면을 프레이밍(framing)할 것인가의 단계부터 오롯이 작가의 고민이 시작되며, 여기서 진중하게 이미지를 선정하고, 수십만 개의 못을 박는 성실하지만 고단한 노동의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정직한 노동자가 가졌을 법한 손으로, 지독한 집중을 요구하는 작업에 몰두하여 과감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빛의 세계를 창조한다.
“못으로 걸 수 있는 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봉상은 빛을 걸어놨다”라고 한 어느 외국 평론가의 말처럼, 유봉상 그가 차가운 철제 못에 걸어놓은 빛의 세계는 비록 불안하지만 담대하고 싶은 우리의 걸음발을 비춰준다. 깊은 그림자 속에서도 의연하게 빛나는 그의 빛의 세계는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용기가 된다. 그는 이번에 또 어떤 운명으로, 어떤 고민으로 새로운 작품을 걸어놨을지 기대가 된다. 그가 만들어낸 작품 속에 또 어떤 빛이 걸려 있을지 말이다. 불안한 시대, 유봉상이 만들어낸 빛의 몽환적인 풍경을 감상하면서 관람자들이 각자 고요한 내면의 세계에 침잠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HA20230622_120x60cm_Headless pin, Acrylic on wood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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