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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展
회복의 시간 : 원초성의 회복

TTE ART GALLERY
2025. 3. 1(토) ▶ 2025. 3. 13(목)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교장길 35, 상가동 3155-6호
http://www.tteartgallery.com

회복의 시간
“살아가는 풍경, 공간 속 사람, 사람이 있었다가 떠났을 자리 등(현재의 시간)을 사진으로 찍는다. 디지털 사진의 최소 개체인 픽셀은 살아온 흔적이자 유산인 현재를 본질적인 시각 매체(재료-점, 선, 면, 색채)로 전환한다. 이렇게 현재의 시간, 과거의 기록사진, 날카로운 목탄선, 현재의 정보가 만들어낸 물감덩어리는 한 화면 안에서 숨 쉰다. 지난 20-30여년 겪어온 소통불능과 억압의 감정은 개인적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적으로 있던 억압과 폐단 이상으로 큰 것이어서 이를 이미지로 풀고 보듬고 승화시켜보고자 한다. 이것을 극복하려는 몸짓으로 ‘원초성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지난 (오십여년 중)삼십여년의 개인적 삶에서 언어의 소통불가능성, 제도적 삶의 오류라는 억압적 상황의 경험으로 긴 시간의 전 과정에 의문을 품는다.
-그동안 옳다고 믿어온 것은 옳은 것일까, 믿은 것일까?
-사회적으로 정의하고 상식으로 받아들여 온 제도의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억압된 개인은 언제, 어떻게 표출될 수 있을까?
보는 것은 시각적이어서 사실이라고 믿기 쉬우나 그 안에 또 다른 진실과 억압된 감정을 품는다. 역사 속 정치와 전쟁, 경제와 환경파괴, 제국주의와 문화우월주의 등의 언저리에 있는 것들은 우리가 감추고 있던 민낯,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성장 배경, 우리 스스로 피부에 새겨놓은 필수불가결한 ‘결’이 아니었던가. 나의 개인적 경험은 사회적으로 있던 이런 억압과 폐단 이상으로 큰 것이어서 이를 이미지로 풀고 보듬고 승화시켜보고자 한다.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으로 한정되는 현재의 삶에는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게 은폐되고 바라보지 않으려 했던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나는 이러한 양가적인 풍경을 한 화면에 구분 없이 드러내어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시선을 해체하고 사진과 회화의 경계에서 넓은 조형적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작품에는 지난 시간의 은폐된 역사적 기록이 흑백사진으로 등장한다. 2차 세계대전, 환경파괴,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물과 불(자연)의 서로 다른 쓰임새와 모양새 등이 있다. 여기에 불안정하고 날카로운 자연소재인 목탄 드로잉이 엉키고 날아들며 말을 건다. 또 현재의 풍경을 찍어 뻗어 나온 컬러 이미지에는 동일한 색 정보를 바탕으로 뽑아낸 물감이 과감한 붓터치로 힘을 보탠다. 하지만 작업과정에서 정보와 감각은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정보를 더 정확하다고 믿지만 실제로 감각(시각)에 어색함을 가져다주는 경우는 매우 많다. 도시에 현존하는 정보에 기댄 시각자료를 새로운 시각요소로 전환하는 회화적 가능성은 비로소 인간과의 만남에서 탄생한다. 이미지에는 간간히 ‘희미한 연결(선)’이 등장하는데, 이는 디지털 사진이 스스로 영역을 지정하는 반복적 과정에서 드러난 차이의 표시로 디지털 주체의 우연성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선을 입체화하는 시도를 했다. 이 선은 개인 간 차이, 공백, 서로간 연결된 아픔의 시간으로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돌보고 지속적인 생명 순환의 땅이 되도록 공간의 틈새를 파고드는 원초적인 에너지이다. 이것은 마치 내가 새 생명을 임신했을 때 여성의 몸에 나타난 임신선, 도시의 구조와 틈새를 타고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전류, 공간 사이를 타고 흐르는 핏줄과도 같다. 이 희미한 연결선을 새로운 연결고리로 인식하여,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연결하고 돌보는 지속적인 생명 순환의 고리로 표현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사람이 중심이 된 공간의 이야기를 ‘억압된 것으로부터 생존해가는 생명’의 이야기로 구체화한다. 내 삶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앞으로 펼쳐낼 이야기들에 확고한 시선 하나는 다음과 같다.
“이 모든 것(감춰진 진실, 억압된 감정, 인권 등)을 드러내고자 하는 긍정적 힘은 인간 나아가 생명체의 타고난 힘인 ‘원초성의 회복’으로 가능할 것이다. 원초성의 회복, 에너지의 회복, 살아있음을 느끼는 자연 상태의 맥동은 앞으로 발전할 디지털 개체와 함께 할 삶에서, 인간 회복의 관점에서 내게 길고 긴 테마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제목은 <회복의 시간_원초성의 회복>이다.”
2025. 3. 김 지 혜 작가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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