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지 展

 

Studio Happenings

스튜디오 해프닝스

 

은퇴한 브러쉬II_oil on linen_180x155cm_2025

 

 

봄화랑

 

2025. 2. 26(수) ▶ 2025. 3. 29(토)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평대로55길 114 | T.0507-1341-0897

 

https://vohmgallery.com

 

 

스튜디오 해프닝스 설치전경

 

 

《스튜디오 해프닝스》는 그리기와 지우기가 중첩됨으로써 만들어지는 추상적 회화 표면을 탐구한다. 여섯 점의 회화 모두 넓은 붓질면들이 강조되어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칠고 어색한, 긁어내고 닦아낸 듯한 흔적들이 화면 곳곳에 판연히 남아있다. 고르게 색을 입힌 넓은 붓질들은 오히려 이 지워낸 흔적들에 의식적으로 호응하며 그려진 듯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결국 그러한 상호 작용이 화면 구성의 주요한 원리임을 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일일 것이다.

사소한 동인에 의지해 작업실 한 켠에서 시작된 추상 회화는 완성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다양한 방식의 순행과 역행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화가로부터 인정을 받은 붓질은 화면에 그대로 남겨져 다음 붓질의 원인으로 작동할 텐데,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여겨져 소거되어야만 한다. 박형지는 이러한 소거가 완벽할 수 없다는 점, 즉 어떻게든 흔적을 남긴다는 점에 주목한다. 물감은 마르기 전에는 다른 물감과 섞여서 색상이 변하고 마르고 난 후에는 지지체에 엉겨 붙은 채로 단단하게 굳어 버린다. 물감칼과 긁개로 아무리 벗겨내려 하여도 혹은 기름으로 아무리 닦아내려 하여도 그 이전으로 온전히 돌이킬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하였다. 역행의 흔적을 이어지는 붓질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리하여 어쩌면 불가역적인 물성과 뒤틀린 시간성이 중첩되는 지점에서 지금의 회화를 갱신하는 새로운 근거가 만들어 질 수도 있으리라는.

“축적될 과거와 지워낸 미래가 현재의 화면에서 공존하기를 반복하며 만들어진 화면은, 순간의 상념도,
지워져 사라질 행위도, 작업의 부차적인 무엇도 아닌 견고한 회화가 된다.”
- 박형지, 작가 노트(2025) 중에서 -

이처럼 《스튜디오 해프닝스》의 회화들은 비선형적 시간의 흐름에 기대어 끊임없이 변주되는 평면이자 완결되지 않을 의미가 쌓여가는 다층적 공간으로 존재한다.

 

 

화가의 이마III_oil on linen_53x45.5cm_2025

 

 

윈도우 뷰I_oil on canvas_53x40.9cm_2024

 

 

물감의 궤적I_oil on linen_53x45.5cm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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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0226-박형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