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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展
각지고 차가운
코소공간
2025. 2. 8(토) ▶ 2025. 2. 28(금)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5길32. 3F
수집은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행위를 넘어, 기억과 책임을 동반한다. 이창희는 반려 대상의 소멸에서 비롯된 얕고 흐릿하지만 선명하게 각인되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업은 반려 식물에서 냉장고 속 식재료에 이르기까지,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변형되며 소멸해가는 다양한 대상을 담아낸다. 이러한 대상은 시간이 지나며 제 형태를 잃고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만, 이창희는 수집의 실패를 단순히 방치와 소멸 과정으로 남기지 않고 나무와 왁스 같은 재료를 통해 기념비적 형상으로 재구성한다. 냉장고라는 공간은 우리 삶 속에서 저장하고 꺼내고, 때로는 비우고 다시 채우는 순환을 반복하는 일상의 은유적 장치다. 이창희는 공간 속에서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잊히거나 변형된 대상을 끌어내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의 작업은 대상을 다층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하며, 수집의 실패와 책임을 넘어 모든 생명과 순간에 내재한 가치를 조명한다. 전시 《각지고 차가운》은 저장된 공간에 남겨진 흔적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작품 속에서 우리는 쉽게 지나치거나 무심히 방치했던 일상의 조각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창희는 냉장고라는 차갑고 각진 공간을 통해 우리가 함께 꺼내어 나누고, 기억하거나, 때로는 다른 이야기로 변형되는 순간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우리는 전시 《각지고 차가운》를 통해 우리 삶에서 채워지고 비워지는 흔적과 그 너머의 구조적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가능성을 지니고 냉장고 문을 열 수 있을까.
서문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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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50208-이창희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