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현 展
지금 여기 나의 선
갤러리도스
2025. 1. 22(수) ▶ 2025. 2. 4(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737-4678
https://gallerydos.com
Inevitable relations No.28_Acrylic on canvas_72.7×72.7cm_2024
선으로 남기는 자아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점, 선, 면은 눈으로 가장 쉽게 읽히는 형태일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사물의 형상을 인지하는 데 있어 가장 대표적인 양상이 된다. 그중 선은 모든 대상의 윤곽을 이루고 있으며 면의 전 단계로 가기 전 꼭 필요한 요소이다. 특히 예술에서 선은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크고 작은 역할을 해 왔으며 작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실속 있고 명확한 소재가 된다. 강주현 작가는 이렇듯 겉으로 바라보면 날카롭고 분명하기만 한 선을 이용하여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인생과 철학을 공유한다. 삶의 궤도에서 거쳐야만 하는 수많은 선택과 집중, 반복, 과정은 늘 순환하고 그러한 시간이 쌓여 결국 스스로와 연결된다. 작가는 선을 짜고 엮으며 만들어지는 시각적 모습을 작업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인간적 특성에 투영하여 우리 모두의 삶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선의 표면적 이미지에 머무는 것이 아닌 자아의 깊은 곳과 내적으로 이어지는 긴밀함을 전하고자 한다.
작품은 선을 공학적 접근보다는 개인의 영역으로 비추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지극히 사적으로 다루어지는 선들은 직접 인내하고 경험한 모든 것으로부터 비롯되고 화면에서 끊임없이 그어지는 실천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삶에서 예고 없이 등장하는 변화와 감정을 동반한다. 뜻하지 않은 일과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우발적 사건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며 감정의 기복을 형성한다. 작업에서 꾸려지는 선의 다양한 색감과 크기, 농도는 전부 자신이 스스로 찾아나가는 인고의 길이자 이상적인 목표가 되어 기록으로 남는다. 이는 곧 작가가 각인하는 인생의 안팎으로 작용하며 우리 모두로 하여금 서로의 삶이 어떻게 조각되어 왔는지 재고하도록 한다. 앞날을 미리 내다볼 수 없기에 계획했던 일들이 무산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순간, 예상했던 결과에 맞추어 흘러가는 일들에 대해 만족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축적되어 전부 지금의 현실을 낳는다. 지난날을 회고하면 무수히도 많은 시간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작품은 가늘고 얇은 선이 하나둘씩 모여 직물과도 같은 형태를 보인다. 마치 실을 뜨개질하여 제작한 섬유질이 연상되는 듯하다. 짜임새 있는 균형을 유지하는 화폭은 인생의 각 시점과 계기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만나 규격을 구축하여 비로소 전체가 나타남을 보여준다. 실이 한데 모이면 이불이 되기도 하고 옷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강주현 작가는 세상에 하나뿐인 자아의 경험을 수집하여 작가만의 화풍을 구성하고 삶에서 빈번히 겪는 불완전한 존재를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노출한다.
누구나 자신이 걸어온 생의 발자취를 때로 화려한 수식으로 포장하여 남에게는 감추고 싶은 속내가 있다. 작품에서 균일하게 이어지는 수십번, 수천번의 선들은 지속적으로 수행해 온 내면의 일기와도 같으며 삶에서 완벽함과 정형성은 결코 없음을 드러낸다. 조금은 모자라거나 약간은 과할 때가 있듯이 여러 변수를 지니는 각각의 선은 개별적 특성이 다를 뿐 하나하나 삶의 일환이 된다. 작가는 이런 단계를 밟으며 작품이 차차 완성되는 만큼 자아에 대해 알게 되고 진정한 나의 모습을 탐구하려는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 엮여 있는 선은 비공식적이고 사사로운 일에서부터 그려지지만 끝내 세상을 둘러싼 모두의 인생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시간의 흐름에서 이제는 과거가 되는 지난날과 지금 살아 숨 쉬는 현재, 아직 다가오지 않은 앞날을 아울러 돌이켜 보고 밀려오는 감정과 경험을 어떤 선들로 남기고 있는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Inevitable relations No.29_Acrylic on canvas_72.7×91cm_2024
Inevitable relations No.17_Mixed media on paper_72.7×91cm_2020
Inevitable relations No.36_Acrylic on canvas_65×45.5cm_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