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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케 토이스너 展
Sweet Bird of Youth
FOUNDRY SEOUL
2025. 1. 17(금) ▶ 2025. 3. 8(토)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3
http://foundryseoul.net
파운드리 서울은 2025년 1월 17일부터 3월 8일까지 바이마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울리케 토이스너의 개인전 《Sweet Bird of Youth》를 개최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토이스너의 작업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꿈꾸는 젊음’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6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파스텔 초상화 드로잉 연작과 더불어 세폭화로 이루어진 대형 신작을 공개하며, 잉크 드로잉, 드라이포인트 에칭, 파스텔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토이스너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다채롭게 조명한다.
울리케 토이스너는 세계를 하나의 연극 무대로 설정하고, 사람들을 극 중 배우이자 앙상블로 상정하여 동시대 사회 모습을 탐구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가진다. 각각의 작품은 작은 연극 무대처럼 축소된 하나의 세계로, 관객과 마주하는 순간마다 새로운 공간이 창조된다. 이러한 ‘무대적 설정’은 작품 전반에 걸쳐 무대적 요소와 관객 참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토이스너의 작품 속에는 청년들의 초상, 가면을 쓴 인물, 죽음을 상징하는 악마, 기이하게 묘사된 도시 풍경 등 다양한 모티브가 등장한다. 이 모티브들은 마치 하나의 연극 무대처럼 구성된 작품 속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사회적 현상을 초월적 이미지로 변형한다. 특히 작가는 소셜 미디어와 셀카 문화, 현대 사회의 이미지 과잉 현상에 주목하며, 허영과 허상, 그리고 거짓된 자아가 담긴 이미지들을 전유하여 인위성과 진정성의 경계를 탐구한다. 그는 인간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이를 개인의 감정을 통해 ‘필터링된’ 장면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현대인의 자화상과 시대적 풍경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 토이스너는 잉크 드로잉, 드라이포인트 에칭, 파스텔 작업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선보인다. 매체의 다양성과 이를 통해 형성된 독창적인 미감은 그의 작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요소이다. 일상의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빠르게 스케치하거나, 스냅샷으로 즉흥적으로 포착하여, 이를 작품 구상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한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거리와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영감을 스케치북에 기록하고, 어색함, 긴장감, 고립감 등의 순간적인 감각을 포착하여 이를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실험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이러한 기록들은 연작처럼 이어지며, 작품들 간의 연속성과 패턴을 형성한다. 예리하게 새겨지는 드라이포인트 에칭의 선, 즉흥적인 잉크 드로잉의 생동감, 그리고 파스텔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질감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작가의 작품 세계에 독특한 분위기와 풍경을 창조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Sweet Bird of Youth》는 달콤하지만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서정적인 구절로, 1959년에 발표된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제목이기도 하다. 희곡 속 주인공들은 상실과 혼돈의 도시에서 살아가면서도 미래에 대한 환상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년들로 그려진다. 동일한 제목의 토이스너의 <Sweet Bird of Youth>는 2018년에 시작된 드라이포인트 에칭 초상화 시리즈이다. 작가의 가까운 친구와 지인을 대상으로, 이들의 정체성과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며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을 포함한다. 이 시리즈는 이후 파스텔 초상화 드로잉 연작으로 확장되었으며, <Venus>(2018), <Eires>(2018)에 등장하는 각 인물의 시선에는 불확실함과 체념, 불신과 회의가 깃들어 있는 동시에 순수한 개방성, 호기심, 자부심, 그리고 우월감이 느껴진다. 특히, 악마의 형상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드로잉 속 인물들은 작가가 경험한 복합적인 감정을 반영하며, 다양한 선택과 길이 넘치는 현대사회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무기력함과 방황을 드러낸다. 이러한 모습은 성공과 인정을 좇으며 유령처럼 방황하는 현대인의 초상으로 그려지며, 고야의 <Los Caprichos> 판화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환상적이면서도 동시에 악몽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잉크 드로잉 시리즈로 이어진다. <My Time Will Come>(2024)과 <I Almost Made It>(2024)에서는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묘사되며, <I'm Waiting for My Man>(2024)에서는 결핍된 사랑으로 인한 고독감을 드러낸다.
젊음의 본질은 내면의 혼돈을 동반하며, 토이스너는 이 모순된 감정들이야말로 젊음의 힘과 마법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언급한다. 모든 세대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시대적 맥락에 의해 형성되며, 오래된 가치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길과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겪는 격렬한 변화의 열망 속에서 때로는 꿈의 세계로 도피하거나, 체념 섞인 방어적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대형 파스텔 드로잉 <A Tale of Two Cities II>(2024)는 혼란스러운 도시 풍경을 통해 내면의 풍경을 드러내 보이며, 동시에 스스로 분열하고 대립하는 세상의 은유로 작용한다.
울리케 토이스너는 작품 <It’s All a Dream Eventually>(2024)와 <The Future Is Bright for You>(2024)를 통해 현 시대의 삶과 꿈의 양면성을 제시하며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극도의 무기력, 불안, 체념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꿈과 자아를 찾아 나서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모든 것이 결국 꿈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그 막연함과 불확실함 속에서 한 줄기 빛을 품고 변화와 각성을 향해 더 희망적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 질문은 토이스너가 우리에게 남기는 영원한 숙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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