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열 展

JHU

 

얄궂은 병아리

 

 

 

Gallery meme

 

2025. 1. 15(수) ▶ 2025. 2. 23(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5길 3 | T.02-733-8877

 

http://www.gallerymeme.com

 

 

 

 

작가노트1

아직도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를 갓 입학했을 때 즘 부모님과 과천 현대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날 작은 크기의 그림 한 점을 보고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는지 집에 오는 길에 미술도구를 사달라고 졸랐다. 집에 오자마자 도구들을 펼쳤고 기억을 더듬어 그려보았다. 해와 산이 그려진 꽤나 간단해 보이는 그림이었지만 내가 그린 그림에는 당시 느꼈던 강렬함이 담기지 않았고 어린 마음에 금세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호기심이 가득했던 어린 작가는 내 나름대로 짜릿한 느낌을 찾아가기 위하여 수많은 낙서와 그림들을 끄적여 나갔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느낌만을 쫓아왔던 나는 공부를 하다보니 모든 예술 작품에는 메세지가 담겨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부터 순수 예술과는 멀어지게 되었고 디자인 분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었을 때 뉴욕 유학 생활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예술이란 참으로 무한한 영역이며, 사람마다 각자의 입맛과 취향이 있는 것처럼 예술 또한 작업의 답은 스스로에게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혀 끝으로 맛을 보다 입 속에 넣어 맛을 음미하는 기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쫓아온 나의 느낌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고 순수 예술로 내 모든 것을 표출하고 싶어졌다. 이 모든 여정이 운명 같이 느껴졌고 현재 나는 작가이자 능동적인 운명론자가 되었다.

본인은 작업을 하는 환경과 느끼는 감정에 따라 추구하는 작품의 미가 바뀌며, 따라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품 또한 시시각각 변한다. 하지만 추구해 온 작업 방향은 지금껏 변하지 않으며 즐기고 있다. 불안정한 구도로 안정감을 찾아내고, 미완성의 느낌으로 완성을 하며, 예상치 못한 색감의 조합에서 아름다움을 본다. 이러한 변칙적이고 모순적인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끼고 마치 운명의 순간을 마주하는 것 같다. 나에게 작품 활동은 시작부터 완성까지 무계획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으며, 창조한다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멋진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에 가깝다.

멋진 결과물을 발견하고 만들었을때 행복을 느끼고 작품들을 완성해 갈 때 마다 이 세상이 만들어 지는 것 같다. 즉흥적인 붓질은 운명과 같고 그 붓질 속에는 종교, 철학 그리고 사랑이 스며들어 있다. 어릴 적 포기했던 꼬맹이의 꿈이 꺼질 듯 꺼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진 운명에 감사한다. 영원히 나에게 집중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 \'완벽한 작품 활동\'이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평생 이어나갈 것이다.

 

2025.01.21. 최주열 작가노트 ​

 

 

 

 

작가노트2

나는 변칙적인 것을 좋아한다. 불편하면서 편안하고 불안정하면서 안정적이며, 완성된 것 같은 미완성이라는 모순적인 느낌의 그림을 그리는데 재미를 느낀다. 최근 작품들에는 눈(eyes)과 병아리처럼 보이는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들을 그릴 때 눈의 모양을 어떻게 해야할지 항상 고민했다. 정면을 바라보는 경우도 있고, 눈동자가 없거나 눈동자가 여러개 있는 경우, 실타래처럼 흐려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 중 한쪽으로 치우쳐진 눈동자를 그리는데 꽂히게 되었다. 양쪽 눈은 가지런하되 갈 곳을 잃은 듯한 눈동자에서 불안정한 느낌을 받았고 그 모습이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본래 나는 작품에 있어 관객들이 본인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느끼길 바라며 특정 제목과 주제 없이 자율성을 갖도록 하였지만 이번 전시 <얄궂은 병아리>에서는 병아리 캐릭터가 등장한다. 노란 캐릭터를 병아리라고 정하게 된 계기는, 노란색 형체와 빗겨진 눈이 들어간 그림을 그려보다 무언가 허전함에 부리를 넣어본 것이 마음에 쏙 들었고, 나의 상상속에서 완벽한 병아리를 마주한 것 같아서이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요리조리 피하는 듯한 눈빛을 가진 병아리가 마냥 귀여워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병아리로 보이지 않아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난 그저 느낌이 가는 대로 무너져도 그만인 자유로운 모래성을 쌓아가는 중이다.

 

- 얄궂은 병아리 전시에 관하여, 최주열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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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0115-최주열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