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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갤러리 초대
우병출 초대展
seeing_2024_182x100cm_파리 샹젤리제
미로센터 1층
2024. 12. 19(목) ▶ 2024. 12. 28(토) Opening 2024. 12. 19(목) 오후 5시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15-12 | T.062-608-2132 전시기획 | 나인갤러리
나인갤러리에서는
선(線)의 작가로 잘 알려진 우병출(55세) 작가의 초대전을 광주에서 2020년 이후 4년만에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6m의 대작(뉴욕 전경)을 선보이며 100호 이상의 작품 8점과 최근작 30호이상 5점 등 총 15점 정도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나인갤러리 전속 작가인 우병출 작가는 선으로 끝을 본다는 신념으로 하루 14시간 이상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입니다. 한땀 한땀의 작품에는 작가의 땀과 인고의 시간으로 그려낸 50대 중반의 열정이 묻어 있습니다.
또한 오픈 당일 5시부터 미술평론가 김허경씨가 진행하는 “선(線)과 선(禪)의 합일(合一)”이란 주제로 우병출 작품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며, 광주를 두 번째 방문한 우병출 작가와 관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작품 세계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목원대학 회화과 출신이며 개인 초대전 20여회에 초대되었습니다.
2024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유병출 작가의 전시회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2024. 12. 나인갤러리 대표 양승찬
seeing_2024_117x88.3cm_뉴욕 브루클린브릿지
선(線)과 선(禪)의 합일(合一), 서사적(敍事的) 풍경이 되다.
김허경(미술평론가, 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하얀 캔버스, 무한한 여백을 사이에 두고 한 작가가 서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전, 흰 바탕을 가다듬고 한참 동안 정면을 응시한다. 회사후소(繪事後素)가 아닌가. 이윽고 긴 호흡과 함께 일 점(點), 한 획의 선(線)을 긋기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화면은 소실점을 향해 뻗어 나간 무수한 운필과 교선(交線)들로 수평선 너머 빼곡히 차오른다. 바야흐로 우리 앞에 실경(實景)의 서사(敍事), 거대한 스케일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작가 우병출의 서사적(敍事的) 풍경이 구현되는 순간이다.
seeing_2024_162.2x130.3cm_뉴욕 루즈벨트 아일랜드 트램웨이
'본다는 것'의 의미 우병출은 2004년부터 직선과 곡선의 평행, 수직선을 가로지르며 자연과 도시의 점경(點景)을 담은 <Seeing> 시리즈를 그려왔다. 그가 그림의 제목을 모두 <Seeing>이라고 한 것은 “사물을 보는 방법에 관한 집착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Seeing'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또는 무의식적으로 '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우병출의 작품을 보는 타자는 그냥 바라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관찰하게 된다. '주시하다', '지켜본다'는 'Watching'과 상통한다. 작가의 'Seeing'과 관람자의 'Watching'은 서사적 풍경을 통해 마주 보는 것이다. 우병출에게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병출은 눈에 보이는 사실성(寫實性)에 기반하여 선을 교차하거나 집적함으로써 '실경(實景)'을 구현해왔다. 작가에게 '본다는 것'은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淡淡)하게 기록하는 제작 방식, 태도와 일치한다. 즉 '붓의 움직임'을 의미한다. '붓의 움직임'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우병출은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문자를 그림으로 혹은 이미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문자와 뜻을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태도는 바로 '보이는 것'을 서사하는 그의 작업방식과 호응한다. 우병출은 미술대학 입학 후, 무엇을 그려야 할지 스스로 묻고 답하기 위해 작업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미술의 역사와 작가들을 지속해서 탐구하였다. 대상의 본질과 형태, 빛의 변화에 경도된 것은 19세기 중엽에 활동했던 사실주의 화가 윈슬로 호머(Winslow Homer)와 미국 인상주의의 화풍을 확립한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의 작품을 접하면서였다. 호머는 허드슨 리버 화파가 추구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이상적인 구도와 사실적인 세부묘사를 더해 당시 풍경의 새로운 양식을 선보였으며, 존 싱어 서전트는 자신만의 고유한 필치와 색채를 사용하여 유럽 여러 나라의 다양한 풍경화‧풍속화를 제작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자연, 대상, 구도, 채색 등을 탐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양과 동양의 감성, 기법의 차이를 깨닫게 된다. 이 시점부터 우병출은 회화의 조형 요소인 색채와 형태, 이를 어떻게 담아낼지 공간의 구조를 사유하게 된다. 거슬러 올라가면, 화가들은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오랫동안 색채와 형태에 의존해 왔다. 왜냐하면, 원근법·명암법을 사용하더라도 3차원의 공간감과 입체감은 결국 '공간의 환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병출의 작가 노트를 보면, 회화의 사실성에 대한 갈등과 고뇌가 묻어난다. 그는 “캔버스 앞에 앉으면 두려움이 찾아온다. 이것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갈등과 또 완성까지 무난히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게 되었다”는 문장이 있다. 이 지점에서 우병출은 한 자루의 붓을 들고 텅 빈 캔버스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다시 지우기를 반복했던 그의 행위는 옛 선비들이 붓의 운필과 기세, 필법을 터득하기 위해 정진하는 수행의 과정이었다. 우병출은 색채와 형태를 하나로 잇는 선(線), 바로 선의 미학에 빠져들었다.
seeing_2024_90.9x65.1cm_해방촌
그렇다. 우병출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눈에 보이는 풍경'을 중심으로 선과 공간의 조화를 구축해 나갔다. 2009년 이후는 세계 주요 도시의 거리를 직접 걸어보고, 세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서사적 전경을 사생했다. 우병출의 행보는 오로지 실경과 선의 움직임만을 쫓았기 때문에 시각적 공간의 범위는 점진적으로 확장되었다. 잠실 롯데타워 전망대, 한강 유원지,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미국 뉴욕 록펠러 분수대 앞, 프랑스 파리의 마레지구, 라파에트 백화점 전망대, 시테섬 퐁네프 다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뢰머 광장,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하와이 와이알라에, 홍콩의 마천루 등등 눈에 보이는 실경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구조화 하였다.
우병출의 '선의 움직임'은 무엇보다 예술가의 삶과 태도를 투영하고 있다. 우병출은 365일의 일상 중 일요일만 제외하면 통상적으로 0.6 밀리미터의 작은 붓을 들고 하루를 시작한다. 붓끝에 유화물감을 찍어 14시간 이상 담담하게 절제된 선을 이어나가는 그의 작업은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디지털화하여 '본다는 것'을 함축해 낸 이미지 파일과 같다. 최근 광학문자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을 사용하면 이미지를 텍스트 문서로 변환하거나 내용을 텍스트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우병출이 캔버스에 실경을 그려나가는 작업은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를 자신만의 유한한 선으로 연결해가는 방식이기에 고도의 집중력과 방대한 시간, 집요한 끈기를 요구한다. 이로써 붓의 움직임과 선을 긋는 행위는 확인, 검토, 편집, 분석이라는 프로세스를 거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미시의 서사적 실경을 구축하게 된다. 더구나 우병출의 작품은 가필 없는 선묘(線描)의 수작업임으로 실제 풍경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를 초월하는 숭고함이 배어있다.
seeing_2024_90.9x65.1cm_뉴욕 첼시
'서사적 풍경'과 부감법 그렇다면 우병출의 서사적 풍경은 무엇을 나타내는가. 첫째, 한국 산수화의 독자적인 특징을 살린 겸재 정선의 신선경, 참된 실경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한국회화사에서 진경산수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나라의 실제 경치를 그렸다는 점이다. 정선은 실제로 자신의 생활 터전이었던 한양의 인왕산을 비롯하여 백산, 한강 부근, 금강산 등을 그리기 위해 사실적 재현에 그치지 않고 산천이 주는 느낌을 극대화하였다. 특히 주로 높은 곳에서 비스듬히 아래를 내려보는 부감법(俯瞰法)으로 화면을 구성하였다. 우병출은 진경산수의 전통 화기(畫技)에 준하여 실제 경치를 사생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정교한 필치로 풍경을 담아냈다. 그의 풍경들은 높은 하늘에서 새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전체를 한 눈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고공부감의 시각, 바로 높은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인 부감법을 적용하고 있다. 그림에서 붓의 운필을 따라 시점을 이동해보면 동적인 대각선, 사선, 수직선, 수평선을 가로지르며 빌딩, 아스팔트 위 사람들, 상점의 간판, 하늘과 바다, 항구도시, 산등성이 등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투시하는 위치와 보는 각도의 따라 우리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동시킨다. 때로는 복합적인 투시법을 사용하거나 원경을 근경으로 이동시켜 도시의 일상과 자연의 단면을 확대하기도 한다.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세부 표현기법만 보더라도 산수화와 풍경화라는 양식의 구분에서 벗어나 있다. 예컨대, 정선은 토산에 미점(米點)을 쓰고, 암산은 수직(垂直) 준법으로 우뚝한 산세를 그려 음·양의 질서를 담아낸 것과 같이 우병출의 풍경도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빌딩, 다리, 건축물의 경우 사선, 대각선, 수직준으로 그렸으며, 산과 물은 미점으로 표현하여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아우른다. 둘째, 우병출은 부감법으로 인해 지나치게 형식적이거나 경직된 선, 사진과 같은 고정된 실경을 피하고자 추사 김정희의 화풍처럼 문인화의 기운생동, 사의(寫意)의 정신세계를 추구한다. 우병출은 “붓끝에 자신의 호흡을 담아 화면에 옮겨 담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운생동이다. 산수화의 위대함은 현대미술을 다 담아내면서 거기에 기품을 더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서양 미학이 따라올 수 없는 동양 미학의 진수라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호흡을 붓끝에 담아 서사 풍경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형사(形寫)와 사의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우병출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풍경과 공간의 관계를 주시하고 동양의 전통과 현대적 시각을 융합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seeing_2024_90.9x65.1cm_뉴욕 42번가
선과 선의 합일 우병출은 단호하게 말한다. 자신이 풍경을 선택한 것은 '선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서라고. 선은 사물의 외곽을 구성하여 윤곽을 나타내거나 다양한 시각적 느낌을 재현한다. 또한, 길이와 굵기·굴곡의 조절을 통해 움직임과 방향성을 나타낸다. 우병출은 대상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집중하지만, 붓의 기운만은 시각에 대한 객관적인 기술을 위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평정심을 유지한다. 그래서일까. 선의 움직임이 내재된 그의 행위는 선禪과 일치한다. 우병출의 서사적 풍경은 결국 '선'線과 '선'禪의 합일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여기서 '선의 움직임'은 화면을 운용하거나 짧고 긴, 뭉툭하거나 예리한 선의 흔적들을 탐구하려는 집요함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어진 '선의 흐름'은 간결한 필치, 담백한 색감, 즉흥적인 자유로움, 흑백의 모노톤, 평담천진 등 작가 특유의 문자향(文字香)을 남긴다. 우병출의 선을 긋은 행위, 즉 마음을 한곳에 모아 담담하게 전경을 담아내는 일련의 과정이야말로 예술가의 태도가 아닐까.
지금, 우리 앞에 우병출의 서사적 풍경이 펼쳐져 있다. 'Seeing'과 'Watching'이 마주 보는 곳, 선과 선이 만나는 곳에서… 우리는 앞을 향하여 정진하는 작가의 비장한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seeing_2023_162x122.3cm_뉴욕 브루클린브릿지, 맨하탄 브릿지
seeing_2023_162.2x259.7cm_뉴욕 루즈벨트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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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출 | Woo, Byung Chul
목원대 회화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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