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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희 民畵展
시간의 흔적
갤러리 은
2024. 12. 11(수) ▶ 2024. 12. 16(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5-1 (관훈동) | T.070-8657-1709
푸른 용의 해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습니다. 화려한 단풍이 떨어져 그 위를 하얀 눈이 덮게 되면 세월의 무상함을 더욱 실감하게 되겠지요. 형형색색의 가을과 하얀 겨울은 짧게 맞닿아 있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름을 보여줍니다. 이 크고도 깊은 계절의 상이한 색채와 의미만큼 다채롭고 신비스러운 그림이 민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학부에서 디자인과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고 더러는 다른 조형미술에 심취한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켜켜이 쌓여 민화에 입문할 수 있었습니다. 간접적으로 민화를 하기 위해, 또 이를 토대로 민화의 울타리로 들어온 것을 합산해 보니 벌써 20년 여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변변한 성과도 없이 허송한 세월이지만, 더는 미루기가 허허해 첫 번째 개인전을 갖기로 했습니다. 고민의 시간도 길었지만, 막상 결심하고 나니 막연한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그간 쌓아놓았던 졸작들을 꺼내놓자 저보다는 작품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 서기를 망설이는 듯해 괜스레 미안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다음으로 미룬다고 달라질까 싶어 저도 작품에도 ‘괜찮다, 해보자’최면을 걸어 보았습니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 둔다.’고 그냥 제 특유의 낙천적인 무모한 용기를 들이대, 합리화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게) 낫다.’라는 속담을 억지로 끄집어내 봅니다. 다가올 새해 초로 미뤄, 매를 먼저 맞을 용기는 차마 없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흠집투성이지만 그저 가상하게 봐주시길 바라봅니다. 붓을 잡고 뭔가를 표현해 볼 요량으로 민화를 택했지만, 작품에 서린 지난 시간을 꺼내 보니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나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개구리 같은 삶이었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민화는 제 삶의 일부가 되어있었습니다. 민화가 주는 깊은 의미와 다양한 색채를 보며 마음에서 꿈틀거렸던 설렘과 행복은 20년을 지탱하게 해 준 버팀목이었음을 오랜 작품의 먼지를 털며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약간의 시간과 공간이라도 주어지면, 어느새 종이를 꺼내 벼루에 먹을 갈았습니다. 이 때 느꼈던 행복은 제게 위로를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민화와 더불어 살아오며, 밝은 미소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처한 환경에서 그나마 최선을 다해왔기에 주어진 보상 같아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저와 민화와의 관계는 딱 이 정도에 머물러 있음을 자인합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는 논어의 말처럼, 이번 전시를 계기 삼아 이젠 민화를 즐기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더 성숙한 모습으로 작품활동은 물론 우리 민화계의 깊숙한 곳에서 책임감 있게 봉사하는 손숙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민화와 함께하는 일상을 늘 이해해주고 감싸주는 제 가족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전시를 하겠다고 나선 이 무모한 도전 앞에 아낌없는 격려와 희망을 주신 스승 효천 엄재권 선생님께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아울러 모든 민화인들과 엄재권 선생님의 문하생 그룹인 ‘효문회’의 김자경 회장님과 박혜원 고문님 그리고 선후배 회원님들께도 정중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 뱀띠 해, 뱀은 지혜롭고 신중한 성격을 가졌다고 합니다. 우리 민화인들도 민화계도 이런 한 해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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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41211-손숙희 民畵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