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화 초대展

 

 

 

 

2024. 11. 25(월) ▶ 2024. 12. 8(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1-3888

후원 | 인제군, 인제군문화재단

 

 

 

 

#1 추상표현주의 자연과 교감

 

추상 표현주의적 성향과 자연에 대한 심미적 접근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이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에서 독특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에게 있어 신앙 고백적 측면, 자연에 대한 경외, 그리고 인간 내면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는 철학적 접근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연을 단순한 재현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추상적이고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며, 그 과정에서 추상 표현주의와 신앙적 고백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을 형성한다. 이귀화 작업에서 자연은 단순히 아름다운 장면이나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과 내면을 투영하는 거대한 존재로 다뤄진다. 그의 작가노트에서 강조된 ‘잡초’라는 소재는 생명력, 회복력, 그리고 인간 존재의 소박함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자연의 요소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는 철학적 기반이다. 이귀화는 자연을 신앙의 한 표현으로 보며, 자신이 창조한 작품 또한 하나님의 창조물에 비할 수 없다는 점을 겸손하게 고백한다. 이는 인간의 창작 행위가 자연의 거대한 질서 속에서 하나의 작은 행위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그의 붓질은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담아내며, 직관적이고 감정적이며 이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조형적 도구로 작용한다. 그 안에 숨겨진 생명력과 에너지를 표현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이러한 작업은 추상 표현주의의 특징인 감정의 직접적인 발현과 연결되며, 인간의 내면과 자연의 조화이다.

 

자연을 인간의 감정과 영혼의 반영으로 보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강렬한 색채와 형태를 사용하여 내적 감정을 드러낸다. 그는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감정적 충격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는 자연을 철학적, 신앙적 맥락에서 접근하며, 자연의 형상이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연의 힘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이는 추상 표현주의의 핵심 원리인 감정과 행위의 직접적인 발현과 맞닿아 있다. 그의 작업은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본능을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이 과정에서 자연의 생명력과 감정의 증폭이다. 자연은 인간 내면의 원시적 감정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며,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융합된 상태를 구현한다. 자연을 신앙적 고백과 연결시키며 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추상 표현주의가 지닌 감정적 에너지가 자연을 매개로 발현되었다. 모두 자연을 단순한 재현이 아닌 감정적, 철학적 대상으로 삼아, 그 안에서 내면을 탐구하고 추상적 언어로 풀었다. 그녀의 작업에서 자연은 생명력, 재생, 그리고 순환의 상징으로 다루어지며, 이 모든 요소가 추상적 조형 언어이다. 추상 표현주의는 감정과 행위의 직접적인 발현을 중요하게 여기는 예술 사조로, 작가는 원리를 적용하여 감정의 매개체로 사용하며 인간과 통합적 조화, 감정과 영혼의 자연적 반영,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미학적 표현 방식은 자연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이다. 작가의 작업에서 신앙 고백과 자연을 연구하는 방식은, 철학적 사유와 맞물려 있기에 방향성을 띠고있다. 인간 존재와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감정적 에너지를 신앙적 고백과 인간의 존재를 사유하는 매개체로 풀어내고 있다. 어찌보면 이귀화 작가는 작가로서 드러내고자 하는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 내면의 통합을 화면에 옮기는 고백이다. 자연을 통해 인간 감정의 복합성을 드러내며 조형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표현주의 작가들이 숨기고자 하는 언어일수 있지만 이귀화 작가에게 자연의 원초적 에너지와 인간의 본능을 직관적으로 결합시켜, 자유로운 감정의 폭발을 통해 융합하는 시도는 더 확장하리라 생각한다.

 

 

 

 

#2 자연과 신앙의 본질

 

이귀화 작품 세계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동시에 철학적, 신학적 성찰을 기반으로 창조적 조형 언어를 형성하고 있다. 그의 작가노트에서 드러나는 핵심 개념은 ‘자연’이라는 주제와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서 비롯된 조형적 사고이다. 자연을 단순한 물리적 환경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거대한 생태계로 이해하며, 그 안에서 존재의 위치와 의미를 찾는 과정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작가노트에서 하나님이 지닌 창조의 주권에 대한 언급을 하며, 자신이 창조한 예술 작품이 하나님의 창조물과 본질적으로 다르며,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보여주는 상징적 요소로서 각자 고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서로 엉키지 않고 질서를 유지하는 존재와 인간도 그저 자연의 일부로서 주어진 자리에 놓여져 있는 것으로도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조형 언어로 집적된 천품의 결과물’로 설명하며, 조화로운 질서에 대한 관계를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자연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추상 표현주의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으며, 추상 표현주의는 감정적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주목한 예술 사조로 인간의 내면을 결합하여 표현하는 특징이 있으며 자연의 요소를 단순한 물리적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고, 그 안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그 힘을 조형 언어로 시각화하는 것이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중심이다. 특히 작가가 추구하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넘어서서, 정신적 균형과 융합을 지향한다. 그녀는 자연을 단순한 물리적 환경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재발견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관조가 아닌, 그가 ‘자연과 인간의 융합’을 작품 속에서 실천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자연의 형태와 흐름을 자신의 영혼과 결합시키고, 이를 통해 자연이 지닌 위대한 의미를 작품을 통해 시각적 경험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철학적 성찰은 독일 표현주의 작가 헤르만스(Hermann Scherer)의 작업과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헤르만스 역시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인간의 감정과 영혼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자연은 그에게 있어 감정적, 영적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했으며, 이는 그녀가 생활하는 자연과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그녀는 자연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접근하며 이를 조형적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또한, 작가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자연의 흐름과 내적 에너지는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적 특징인 ‘행위의 표현’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추상 표현주의에서는 작가의 신체적 행위와 그로 인해 생성된 시각적 흔적이 중요한데, 이는 작품에서 사용된 굵고 강렬한 붓질과 같은 행위적 요소와도 연결되며, 그의 붓질은 자연의 힘과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동시에, 작가 자신의 내적 감정과 영적 에너지를 표현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이귀화 작품에서 색채의 변화도 주목한다. 특히 초록색 톤은 자연의 생명력과 활력을 상징하며, 그녀가 추구하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초록색은 자연의 본질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융합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색채의 사용은 그의 작품이 단순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서, 자연과 인간의 깊은 철학적 사유를 반영하는 중요한 조형적 요소임을 보여준다. 현재 진행중인 작업이 추상 표현주의적 전통과 우리의 오랜 전통적 정신과 결합하여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3 자연의 목소리와 색채의 향연

 

작가는 자연의 생명력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그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할뿐이다. 표현되는 이미지 속에 감춰진 작가의 속내를 순간 알아 챌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단순하지 않고 가볍지 않음과 마주할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자연 속 풀과 같은 일상적인 소재들을 다루면서도, 단순한 재현이 아닌 감각적인 추상 회화를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시각적으로 단순화 시킨다.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색채의 감각적 사용과 붓질의 강렬함이다. 앞서 초록에 이어 녹색은 그의 작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풀잎의 소리와 향기를 느끼게 하는 동시에, 풀의 생명력과 고요한 슬픔이 묻어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작가는 “풀의 소리를 듣다”라는 말을 통해 자연과의 깊은 연결을 강조하며, 작품 속에서 풀과 같은 소박한 자연의 요소들이 그 자체로 가진 생명력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녹색은 고요함과 안정감을 주며, 마치 자연 속에서 흩어져 있는 듯한 풀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느껴진다. 이러한 색채와 붓질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호흡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추상이 어려운 것은 작가만이 가진 미학적 언어로 사물을 기호나 문자로 표현하기 때문에 난해한듯 싶지만, 도리어 작가에게 한발 가까이 다가간다면 너무도 편안한 쇼파에 기댄듯한 익숙함과 새로운 작업을 기다리는 마음이 생긴다. 작가의 표현은 단순히 시각적 자극을 넘어, 다양한 감각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전달하려 한다. 그는 풀과 같은 평범한 자연 속의 존재들을 심미적 대상으로 재조명하며, 그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요함, 슬픔, 그리고 생명력의 순환을 시각화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의 작품 속 풀은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닌,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상징으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추상적인 언어로 풀어내었다. 다만 작가가 표현하는 풀과 관객이 마주한 풀은 차이가 있다. 시각적인 풀을 기호나 상징적 부호로 변환하였기에 관객들은 간혹 작품 앞에서 헤메이는 것이 시각적 풀을 찾고자 함이다. 이 시점에서 예술이란 보이는 것을 그린 것도 있지만 풀의 내면을 그린 작가의 상상에 호흡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카렐 아펠은 코브라(COBRA) 그룹의 일원으로, 자연을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감정으로 격렬한 색채와 형태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힘을 시각적으로 표출했다. 아펠은 자연에서 비롯된 인간의 감정적 반응을 강조하였다. 그의 작업은 격렬한 붓질과 색채를 사용하여,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정하고 원초적인 감정을 표현하였다. 즉흥성과 자유로움을 특징으로 하며, 자연을 그리기보다는 자연이 인간 내면에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려 했다. 그는 추상적인 형태 속에서 감정적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드러냈으며 생명의 원초적 본능을 강조하고, 자연의 강렬함을 색채와 형태의 혼란 속에 담아냈다. 이귀화와 카렐 아펠은 모두 추상표현주의를 통해 자연을 탐구하지만, 그들의 접근 방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녀는 자연의 고요한 생명력을 색채와 붓질로 표현하며,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강조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을 추상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면, 카렐 아펠은 자연을 인간의 감정적 해방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그 속에서 원초적이고 격렬한 감정들을 표현하였다. 이귀화 작업은 여전히 자연의 고요함과 생명력의 순환을 담담하게 표현하며 색채에 있어 평화와 생명력을 상징하며, 자연의 소리를 전달하려 한다. 반면, 아펠의 색채는 불안정성과 혼란을 상징하며, 자연을 통해 본능적 감정의 해방을 촉구한다. 결국 두 작가는 추상표현주의라는 공통의 틀 안에서 자연을 다루지만, 이귀화는 자연의 고요한 생명력과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아펠은 자연을 통해 감정의 폭발을 추구하기에 서로 결이 다른 미학을 볼수 있다. 표현주의 작품 성향은 강한 색채의 이미지들이 무질서와 같은 현란함이 보여주지만 기호와 계산된 호흡이라고 할수 있다.

 

 

 

 

#4 추상미술의 길

 

이귀화 작품에 주요 특징을 심도 있게 분석해보면, 자연의 생명력과 움직임이 빠른 붓질과 색채의 자유로움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명확함이 핵심이다. 자연의 역동적 에너지를 추상적 형태로 구현하며, 우주적 원리의 연결성을 시각화하면서 드러나지 않은 신앙적 메세지가 복선으로 깔려 있다. 그녀의 회화는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거나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본질적 에너지를 작품 속에 내포하여 감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작품에서 보이는 붓의 강약은 자연의 리듬과 순환을 상징하며, 자연의 색은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내면의 감정을 환기시킨다. 이를 통해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관람자에게 자연의 본질적 흐름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이귀화의 추상적 표현 방식은 현대 추상미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타일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많은 작가들이 자연의 흐름과 에너지를 색채와 형태로 추상화하여 표현해왔기에 유사한 형태나 이미지가 겹칠 수 있으며, 이우환의 경우, 자연과의 관계성을 강조하면서도 절제된 붓질로 무(無)와 유(有)의 경계를 연구하였다면, 이귀화는 자연의 에너지를 더욱 강렬한 색채와 붓의 움직임을 통해 직관으로 드러낸다. 윤형근은 자연의 색조와 반복적인 붓질을 통해 자연의 심오한 속성을 표현했으며, 이러한 단순함 속에서 오는 강렬한 에너지가 이귀화의 작품에서 유사하게 발견된다. 윤형근의 미니멀한 표현과 달리, 이귀화는 자연의 복잡한 에너지와 다채로운 생명력을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붓질의 강약과 색의 대비를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공간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점에서 두 작가는 상호 비교 대상이 된다. 또한 게르하르트 리히터와의 비교는 색상과 질감에서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리히터는 자연의 무작위성을 계획된 붓질과 결합하여 표현하는데, 이귀화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계획된 움직임과 자연적 에너지가 교차하는 방식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그녀의 붓질에서 느껴지는 유동적이고 즉흥적인 에너지는 리히터가 추구한 우연성과 계획성의 결합을 떠올리게 한다.

 

이귀화 작품은 색채와 형태가 상징하는 자연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며,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현상을 추상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그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공간감과 리듬은 자연 그 자체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담아내며, 이를 통해 그녀는 생명력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공간을 건설하고 있다. 결국 이귀화의 작업은 현대 추상미술의 중요한 흐름인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색채와 붓질을 통해 시각적으로 풀어내면서 한국의 전통의 풍류적 호흡의 여유로움이 진행중이다. 그녀는 자연의 복잡한 에너지를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하여 관람자에게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자연의 생명력과 내면을 추상적 형태로 연결시키는 예술적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추상 회화의 전통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자연에 접근하는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하였다.

 

 

 

 

#5 본능과 감정

 

이귀화의 조형 언어는 “본능”과 “감정”이라는 핵심적인 개념에서 비롯된다. 추상주의 작가들이 공유하는 이미지 형태 속에 내적 에너지와 감정을 담아내며, 그 과정에서 상호작용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이귀화는 자연의 생동감과 그 리듬을 담아내기 위해 추상적인 붓질과 색채를 사용하며, 감정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혼돈과 감정을 표현하였다.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그 속에서 생명력과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에서 계획이나 형식적인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붓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방식은 자연의 율동성과 생동감을 직관적으로 포착하며, 계획된 구도보다는 자연의 에너지를 담아내는 추상적 형식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즉흥성과 직관적 접근은 작가가 추구하는 “풀과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과 연결되며, 작업에 강렬한 시각적 에너지를 부여한다. 결국 이귀화는 현대와 과거의 많은 작가들이 사용하는 표현주의 방식과 기법에 유사성에 머물지 않고 현대의 조형적 언어로 시대와 문화적 배경을 기초로 두었다. 추상 표현주의라는 공통의 미학적 기초 위에서 파문이 일지 않은 평정심의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6 공간의 조형적 다형성

 

그녀의 작품에서 공간과 형태에 대한 접근도 필요하다. 공간이란 비워있는 상태가 아닌 그속에 담겨있는 물성에 의해 공간의 역할이 바뀐다. 시간과 계절 사물 등이 공간에 자리 잡으면 그 공간은 새로운 이미지로 바뀐다. 기호적 이미지로 변환된 자연의 작은 물체가 표현주의 방식으로 변환되어서도 그 중심의 풀이라는 이미지는 작가에게는 영원성을 갖는다. 캔버스 화면에 올려져 있는 낯선 기호들이 그가 살아왔던 생활속에서 마주한 바람이고 나무이고 풀잎이었다는 것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될성 싶다. 다만 비워있는 공간에서도 무게와 질량이 전달된다. 결국 남아 있는 부피와 질량의 공간이 버려지는 여백이 아닌 새로운 이미지의 한 축이다. 공간마저 이귀화는 자연의 흐름과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붓질과 색채 대비와 형태적 공간 사이의 긴장과 균형을 추구하는 조형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자연을 향한 추상적 접근과 구체적 공간의 연구라는 예술적 방향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간과 형태 사이의 관계는 특히 ‘자연의 새로운 질서구조’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다. 그녀는 공간과 물체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과 역학을 작품에 반영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통해 공간이 작품의 필수적인 일부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형태와 공간이 서로를 지배하거나 종속되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방식이 회화에 있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공간 자체를 물리적인 재료처럼 다루며, 형태와 공간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그녀의 작품에 복선으로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이귀화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그녀에게 자연은 어머니이며, 종교의 대상이 되며,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샘물이다. 그의 붓질이 공간과 색채의 대조를 통해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공간 그 자체를 조형적 요소로 활용하여 형태와의 긴장감을 형성하고자 함은 생명에 대한 소중한 가교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힘과 에너지를 담을수 없을 만큼의 눈물과 감동을 직접적 표현보다 추상적으로 표현할수 밖에 없는 심리적 요소도 없지 않다. 그래서 물리적 형태와 공간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전달하는 방식은 우리가 그녀의 작품을 새롭게 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작품 중심에 우리의 시선이 고정되지만 실은 중심이 아닌 외곽의 작은 점과 공간들이 만들어 주거나 떠 받치고 있는 중심이 도리어 큰 덩어리의 구조라도 가벼울 수 있다. 형태의 해체와 공간 속에서의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가능성을 순례하고자 하였던 것은 공간이 단순히 물체를 둘러싼 빈 공간이 아닌, 형태를 완성하는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귀화는 자연의 힘을 붓질과 색채로 구현하며, 공간을 에너지가 흐르는 매개체로 활용하지만, 형태의 구체적인 재구성보다는 자연의 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함은 자연이 곧 생명이다고 한다.

 

이귀화 작가의 다양한 미학적 실험과 추구하는 경이로운 자연앞에 겸허하다.

 

신앙고백 같은 구조와 자연에서 체취한 에너지 그리고 폭발하는 공간에 대한 배려는 캔버스 안에 조화롭게 축적되어 생명의 숲이 되고 있다.

 

금보성(한국예술가협회 이사장,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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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1125-이귀화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