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24 노용래 조각展
자유로움을 읽다 Read Liberty
2024. 10. 31(목) ▶ 2024. 11. 13(수) 초대일시 | 2024. 10. 31(목) 오후 4시 | 관람시간 | 11:00∼18:00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23번길 83 | T.032-279-0069 후원 |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공존_106x65x165cm_철 steel_2024
형상성과 물성의 결합을 통한 이상 공간
노용래는 젊은 시절 전통 조각개념의 석조인물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조각가다. 대학 재학 시 노용래의 스승이 한국 석조각의 한 획을 긋는 조각가이고 이후에도 그의 영향권에서 한동안 작업해 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젊은 시절 그의 조각은 여체의 관능성과 모성을 중첩해 인간 본연의 미적 취향에 호소하면서도 인체의 비례를 8등신으로 확대하거나 역동적인 포즈와 고요한 시선으로 특유의 조각세계를 개척해 나갔던 것이다. 조각적 기본에 충실한 작업은 향후 노용래의 작업이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하면서 물질을 수렴하고 형태를 응용하는 예술적 실험의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노용래는 10여 년 전부터 현대미술의 실험적 경향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자연 재료의 물질적 특성과 이의 미학적 의미를 사유하면서 여전히 ‘3차원적 공간에 입체’라는 조각적 특징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고 있다. 작가가 오브제로서 자연석과 FRP를 사용하여 <산>의 형태를 추상하거나, 큐브 형태에 갇힌 인물을 통하여 진한 그리움을 표현한 <심상> 연작은 잡석과 같은 발견된 오브제에서 형태를 추출하는 조형 작가로서의 면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오브제와 물질을 조합하여 자연스러운 형태를 유도하고 ‘완성도’라는 강박에서 자유로움을 견지하면서 절대형상을 추구한 당시의 작업은 모더니즘 조각의 극한으로부터 다시 형상을 되살리고자 하는 이율배반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창조의 목마름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나 창조을 통해 그 갈증을 해소할 수밖에 없는 미술가의 숙명적 자기 단련의 과정일 것이다.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는 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 자신을 해방시키는 훈련이기도 하다. 자연으로부터 산을 읽으며 나 자신을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산을 만들어본다. 이것이 우주에 하나뿐인 나다움을 표현하는 작가의 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작가노트)”
사랑쌓기_57x35x55cm_철 steel_2024
과거에 돌을 깎던 ‘천상’ 조각가에서 마치 모래성을 쌓듯 오브제를 이어 붙어 형상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소조가로의 작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 하다. 노용래는 대상을 재현하든 이미지를 차용하든 간에 오브제의 다양성과 혼성성, 그리고 노동을 통한 행위의 기록을 통하여 새로운 미학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재료의 축적과 형태의 탐구라는 노동의 흔적을 시간의 관점으로 풀어냄으로써, 예술의 능동적인 가치를 전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서 노용래는 종래 아상블라주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형상성과 물성을 결합한 새로운 예술적 실험에 천착하고 있다. 작가가 대상으로 선택한 유형·무형의 형상들은 비구상, 혹은 기하학적인 모습을 유지한 채 강한 조형적 위상을 풍기며 존재하고 있다. 작가는 잡석이나 용접부산물을 혼용하여 형태를 만들거나 스스로 형태가 이루어지도록 방임하는 한편, 형상과 더불어 재료를 날것 그대로 노출시켜 사물의 본질을 추적하기도 한다. 노용래는 용도 폐기된 부산물을 찾아 이의 조형적 가능성을 파악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연금술사에 가깝다. 그의 작업은 사물이 보여주는 외연적인 가치에 반응한 것이나 이를 특정한 의미에 의해 암시되는 모더니즘의 맥락으로 파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그는 전통적인 조각에서 보여주었던 논리구조를 가진 이상적인 형상을 재현하는 것보다는 재료의 물질적인 현존성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효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의 물성을 염두에 둔 그의 작업은 조각적 형태와 더불어 표면의 포지티브한 속성을 주목하게 한다. 산화된 철이 갖는 검은 색조는 빛을 흡수하여 조각의 외형만을 강조하는 듯 보이나 표면을 자세히 관찰하면 미세한 광택들이 서로 어울려 형태를 보완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표면 자체는 마치 모노크롬 회화가 보여주는 자연관과 대상을 초극하는 사물의 본성을 드러낸다. 마치 무엇을 표현하거나 재현하는 것과는 관심이 없는 것 같은 조각가의 태도는 무위자연의 동양적 세계관으로 우리를 이끄는 듯 하다.
풍요의 흔적_75x40x45cm_돌 stone_2022
그러나 우리는 거칠게 표현된 기하학적 형상의 미니멀한 요소, 검게 탄 표면의 포지티브한 면과 대비를 이루며 금속의 네거티브한 속성을 암암리에 노출하는 조형작업, 그리고 작업 전반에 언뜻언뜻 노출되는 자연 이미지들에서 강한 조형성을 발견한다. 자연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재료의 중첩은 물론 대상의 형상을 응축하면서도 강한 조각적 속성을 보여주는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표면과도 잘 어우러질뿐더러, 각각의 조명에도 색다른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수용하고 빛내줄 재료가 산화철이다. 용접 철 찌꺼기로 형태를 만들고 이어 붙여 표면을 처리하는 공정을 거친 노용래의 조각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표면의 색채는 결국 무채색 조의 모노크롬으로 복귀하고 있으나, 이러한 공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반복적인 연마와 성형 작업이 단순한 단색으로의 복귀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결과적으로 작품의 구조적 완결성을 강화해 주는 까닭에 작품의 주목도는 높고 메시지는 강력하다. 작가는 금속 바탕에 마치 수를 놓듯 표면을 만들어 가는데, 어떤 경우 붓으로 위성 표면을 표현한 것처럼 밀도 있는 공간이 연출되기도 한다. 표면의 철분은 마치 사포처럼 주변에 반사되거나 흡수됨으로써 형상이 살아있음을 강조하고 각각의 형상에 의해 공간은 활기를 띠면서 대상과 조우한다. 노용래의 조각은 동시대 미술의 관점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예기치 않은 형태들의 조합은 동시대미술의 방향성과 잘 부합된다. 그의 ‘소리’ 연작들은 생명성의 근원을 찾아내 그 의미를 탐색하고 이의 조형성 확보를 통하여 이를 전달하는 ‘생명의 내러티브’를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창안한 조각은 매체의 자유로운 동을 방임하면서도 작가의 설계에 따라 생명의 잔해와 산업적·인공적 편린들, 그리고 작품표면을 관류하는 빛의 표정과 형태가 강한 생명성을 띠며 공간을 구성한다. 이처럼 노용래는 재료의 속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입으로 산과 같은 자연이나 인간적 사유의 본연을 추적해 가는 것을 작업의 기본 방향으로 삼는다. 형상을 하나의 인지 가능한 형태로 나타내고자 할 때 더 이상 가시적 세계에 의존하기보다는 그의 앞에 있는 재료가 주는 암시에 유념하는 것이다. 작가는 자연의 재현보다는 물질 그 자체의 내적 가치와 외적 강인함에 주목함으로써 새로운 조각적 실험에 다가서고 있다.
이경모/미술평단 주간
딩동댕_55x27x20cm_철+돌 steel mix stone_2024
도시의 축제_300x60x132cm_철 steel_2024
작가노트
작품 제작활동에 필요한 독창성과 직관력은 완전한 몰입 상태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어느 한 순간도 작품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언제 어느 때라도 나의 행동은 내가 느낀 모든 감정을 내 작품에 쏟아 붓는다. 진심으로 일을 즐기지 않으면 미친듯한 몰입상태에 빠지기 어렵다. 작품제작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즐기고 있는 것이다.
랩소디_20x20x55cm_철 steel_2024
살으리랏다_38x38x100cm_철 steel_2024
|
||
■ 노용래 | Roh Yong Rae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 교육대학원 졸업
개인전 | 1993/조형갤러리, 2012/다솜갤러리, 2021/마루아트센터, 2022/뮤직 포레스트 야외전시장, 2024/참살이미술관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역임 | 한국구상조각대전 심사위원역임 | 목우회 공모 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 역임 | 인천광역시미술대전 대회장,운영위원장 및 심사위원 역임 | 인천조각가협회 창립 및 초대회장 역임 | 한국미술협회 인천광역시 지회장 역임 | 인천예술고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E-mail | 52roh@hanmail.net
|
||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41031-노용래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