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레이시 展

 

This Moment : 너와 내가 연결되는 순간

 

 

 

갤러리 일호

 

2024. 10. 30(수) ▶ 2024. 11. 12(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27-2 | T.02-6014-6677

 

www.galleryilho.com

 

 

 

 

한 손을 들어 크게 휘저어 허공에 선을 그어 본다. 그 순간 그대로 존재하는 나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지나간 궤적의 옅어짐이 이미 있었던 것을 의심하게 된다 해도 행위는 지워지지 않고 그 자국은 그대로 남아있다. 어쩌면 이 가장 단순하고도 직접적인 행위 그 자체는 이 순간 내가 살아가고 존재함을 드러내 주는 데에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적절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직관의 결과이자 내면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주는 선을 긋는 작업으로 나의 진심은 자연스레 표현되리라 믿는다. 선들의 결합과 그것이 여러 번 반복되어 화면에 쌓여 올라가는 경험을 통해 내가 더욱더 나다워지고, 각 순간 각인된 ‘나’들의 조합을 마주했을 때 그것이 심지어 나 자신과 다름없더라. 말하는 것은 따라서 과장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때때로 말을 통한 증명을 넘어 그보다 직관적인 방식으로써 존재를 확연히 드러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즉, 본질에 가까이 가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나 자신을 반드시 드러내려 애쓰지 않아도 순간의 진심들이 모여졌을 때 오히려 그 존재의 의미는 선명히 발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말하기 이전, 본래의 자리 그 순간순간 속에서 구현되는 진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업을 해가면서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경험은 결국 자연스레 나뿐 아닌 다른 이들의 순간들에도 마음을 둘 수밖에 없게 한다. 이는 오로지 내 존재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안을 바라봄으로, 동시에 함께 존재하는 다른 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하고 따라서 내 작업 안에 공존의 무게가 놓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캔버스 위 선들을 그려 화면이 차근히 채워지는 작업으로 나의 페인팅은 완수된다. 나의 상상은 화면 안의 선들이 화면을 벗어나서도 그대로 연장되고 연결되며, 다시 돌아온 선들은 그대로 캔버스 위를 안착하게 되는 데 각각의 선들이 만들어내는 형태는 생각을 통해 이미 상정해 놓은 지점을 찾아 만들어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직관적인 반응을 따라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오랜 기간 동안 새롭게 쌓일 층을 만들기 위해서 화면의 채워진 선들 위로 바탕색에 가까운 색으로 완전히 덮은 뒤 그 과정을 반복해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여기다 더해 화면의 전체가 아닌 부분들을 덮고 그 위에 새로운 선들을 올려 층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것은 존재를 드러내는 각각의 순간은 순차적으로 일어나 쌓여 의미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각 순간 안에 놓인 존재는 그 자체로 이미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하던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각각의 순간이 한 번에 드러나 캔버스 화면에 보일 때 그 안에 놓인 나를 비롯한 모든 존재를 떠올리고 동시에 연결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캔버스 위 직관적인 제스쳐로 표현되는 이 작업을 통해 나 자신을 나타내어 보이는 것은 결국 존재하는 다른 모든 이들을 향한 존중에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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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1030-김레이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