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김종식 展

 

Platanus’ Paintings

- 버즘나무의 비밀 -

 

Platanus' Painting 50_1_116.8x80.3cm_Oil on Canvas_2024

 

 

인사아트센터 3층

 

2024. 10. 30(수) ▶ 2024. 11. 4(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Platanus' Painting 30_2_90.9x72.7cm_Oil on Canvas_2023

 

 

내가 30년 넘게 살았던 아파트 주변의 가로수는 모두 버즘나무였다. 플라타너스로 불리는 키가 큰 나무다. 매일 무심히 이 나무들을 스쳐 지나 다녔다.

언제부턴가 나무줄기에 눈길이 끌렸다. 아름드리 줄기마다 멋진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추상화 같기도 하고 그래픽 디자인 같기도 한 작품들.

이렇게 되자 집에서 지하철역 사이를 오가는 보도는 나에겐 미술관의 회랑이 된 셈이었다, 이때부터 등산로나 산책로를 다닐 때는 여러 나무줄기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버즘나무같이 자신의 몸통에 문신처럼 그림 새기는 나무를 더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비슷한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나무마다 아름답고 독특한 줄기와 껍질을 갖추고 있고 나름의 문양을 형성하고 있다. 백송나무, 모과나무, 자작나무도 멋있는 수피를 뽐낸다. 그러나 버즘나무는 나무마다 각기 다른 그림을 그린다. 또 껍질을 벗겨내면서 매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버즘나무라는 이름은 버즘이라는 피부병에 걸린 것처럼 자주 허물을 벗는다는 다소 아름답지 않은 뜻에서 붙여졌다. 벗겨진 허물 아래 이처럼 놀라운 예술품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감춰지고 말았다.

 

 

Platanus' Painting 30_3_90.9x72.7cm_Oil on Canvas_2023

 

 

2019년 봄 제5회 개인전을 가졌던 나는 그 후 버즘나무 줄기에 새겨진 플라타너스 화백의 그림을 내 캔버스에 옮겨 그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원통형인 나무줄기를 한바퀴 돌면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산과 들과 물, 그리고 거기에 서식하는 짐승과 물고기들이 이루고 있는 생태계를 묘사한 듯 보였다. 이번 전시에 내건 작품들도 대부분 이런 주제에 해당한다.

이 일을 하면서 내 머리엔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 도대체 이 나무는 무엇을 어떻게 보고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됐느냐는 것이다. 버즘나무의 조상들이 신생대쯤 되는 먼 과거의 어느 때부터 체험한 여러 사항들을 사진처럼 꼼꼼히 기억해 두었다는 건가. 또 이를 유전자를 통해 오늘날의 후손에게 전해주고 있다는 말인가. 오늘날의 후손들은 이를 자신의 피부에 고스란히 재현시키는 희한한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또 한 가지, 사물을 보는 눈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전유물인 것 같은데 버즘나무 같은 식물도 외부 세상을 보는 나름대로의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말인가.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식물이건 동물이건, 눈이 있건 없건 서로를 마주 보고 느끼며 얽혀 지내고 있다는 것인가,

 

연일 폭염경보가 내려질 만큼 유난히 무더웠던 2024년 여름 좁은 화실에 홀로 앉아 개인전 마무리 작업을 하다 보니 머릿속에 황당한 잡념이 깃들었나 보다.

 

 

Platanus' Painting 20_1_72.7x60.6cm_Oil on Canvas_2022

 

 

Platanus' Painting 20_3(3)_72.7x60.6cm_Oil on Canvas_2023

 

 

Platanus' Painting 20_4(2)(2)_72.7x60.6cm_Oil on Canvas_2022

 

 

Platanus' Painting 15_2(3)_65.1x50.0cm_Oil on Canvas_2024

 

 

Platanus' Painting wave 2_53.0x45.5cm_Oil on Canvas_2022

 

 

 

 

 
 

김종식 | Kim Jong Sik

 

김종식 작가는 언론계에 종사하다 은퇴 후 화단에 입문, 2005년 이후 6차례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여러 단체전과 해외 전시에도 출품하였으며 한국미협, 송파미협, 광진미협, 현대사생회 회원입니다.

 

개인전 | 제1회 개인전 (2005년 12월 경인미술관) | 제2회 개인전 숨은 그림 찾기 (2007년 11월 갤러리:르씨엘) | 제3회 개인전 Shades & Shadows (2011년 3월 인사아트센터) | 제4회 개인전 Symphony Montana (2013년 11월 조형갤러리) | 제5회 개인전 The Wave (2019년 3월 인사아트센터)

 

E-mail | jsoread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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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1030-김종식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