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룡 초대展
운주불1-미소_35×43cm_장판지에 혼합재료_2020
아트스페이스퀄리아
2024. 10. 10(목) ▶ 2024. 10. 22(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11길 41 | T.02-379-4648
운주불2-숨은 표정_37×42cm_장판지에 혼합재료_2020
박우룡 작가 노트 (중)
1. 태안의 논길을 산책하면서 자꾸 땅을 보며 걷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에는 뱀을 만날까 걱정스러워 그랬었다. 요즘은 매일 같은 길을 가면서도 예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풀꽃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즐긴다. 네이버 검색으로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꽃이지만 자세히 보면 정말 예쁘다. 크거나 화려하게 개량된 화초보다 작은 야생화를 키우는 이들의 심정이 이런 것이리라.
2. 태안 집 근처에는 아주 이름난 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은 없다. 그저 녹색 콩잎이 바람결 따라 이리저리 흐르는 붉은 밭의 끝자락에 파랑 함석지붕의 나지막한 집이 보이는, 그런 농촌의 모습일 뿐이다. 오늘은 내가 자주 그렸던 우리 집 앞의 옥수수가 트랙터의 굉음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빈 밭을 보니 내 마음도 휑해져서 그리던 그림에 백토를 덮어버렸다.
밭 주인이 또 무언가를 심고 있으니 며칠 후면 싹이 올라오고, 새로 전개된 풍경 위로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다. 순환되는 이런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를 보는 듯해서 좋다. 주변의 자연과 소소한 풍경을 그리는 것이 즐거운 이유다.
백화산_39.5×27.5cm_도화지에 콩테_2024
겨울 설악산_40×28cm_도화지에 콩테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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