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展

 

지나가다 Pass

 

빈속 - 상처_mixed media 혼합매체 부조형식_140x90x10cm_2023

 

 

 

2024. 10. 9(수) ▶ 2024. 10. 15(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10 | T.02-722-8780

 

www.insa1010.com

 

 

지나가다 - passing_mixed media on canvas_72.7x60.6cm_2024

 

 

온 무게를 담아 걸어나가는 일 (평론)

 

작가의 작업실에는 마치 전시를 하는듯 걸려있는 작품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이젤도 여러개 여서 그 위엔 작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작가는 아직까지도 작품이 완성되어 개운하고 후련한 기분을 좀처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어느것도 완성이 된것이 없다고도 말했다.

수정하고, 바꾸고, 걸러내고. 색상이 마음에 안들면 이내 그라인더로 갈아내 버린다고 했다. 자신에게 엄격한듯, 그리고 냉정한듯 시멘트처럼 척척하고 단단한 작품의 이미지들은 금세 만들어 지는것이 아니었다. 그건 누가봐도 대번에 알아챌 수있을것이다. 다분히 채도가 낮은 색상들과 무겁게 얹혀진 마띠에르들. 언뜻보아도 그 인내와 노고가 가득 담긴 작품들은 단순히 평평한 눈으로는 다 담아낼수 없는 깊이가 있다.

작품에 드러나는 일관성은 작가의 의도로 해석되기 쉽지만, 작가와 마주해 보면 그 모든것은 고스란히 작가의 성정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대화를 나누는중에, 아무 근심없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려 의문스럽다는 작가의 말은 너무 솔직하고 명료해서 거를 틈이 없었다.

명징하게 말하는 방법을 아는사람은 그 만큼 자신이 꺼내려는 말에있어 수도없는 퇴고를 거쳐왔기에 가능한 일 일것이다. 더 단련하고, 거듭 생각하고, 현실을 견지하는 작가의 시선에는 그 의지가 확고했다. 그것이 절대 아집이 될수 없음은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정제된 작품들이 대변하고 있다.

 

 

무게 - 60_mixed media on canvas_90.9x72.7cm_2023

 

 

〈무게〉시리즈가 특히 그렇다. 작품에는 구체적인 형상도, 설명도 없다. 하지만 켜켜이 쌓이고 있는것들에 대해 작가는 나날이 생각한다. 생각하며 그린다. 그리면서 또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작품이, 의미가, 생각이, 그릇인양 캔버스 안에 차곡차곡 담긴다. 계속해서 견고해지고 단단해지는것이다.

작가의 주변을 둘러싼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있다. 그렇게 작가는 마치 도(道)를 향해 나아가는 수행자의 태도를 작품안에 담아낸다. 그 수행의 여정이 어떠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것이 이글을 탐독하는 일이자 작품에 다가가는일이 될 것이다. 작가는 그리는 삶에 대해 거동이 불편하기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것으로 일축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맥락이 담겨있었다. 그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다시 그림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그런 과정들은 우연으로 스치기 보단 필연으로 작가의 삶에 뿌리내려온 지난 한 여정이었다. 회화를 전공하고 미술학원에서 구상 회화를 가르친지 수십여년이 지나서,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을 먹고 작업을 하며 십여년이 또 지났다. 그리고 어언 인생의 육십갑자를 돌아 작가는 지금도 그림을 그리는데 여념이 없다. 한 작품을 그려도 허투루 쉬이 그리지 않고 끝맺음을 모르는 작가의 집요함은 정제된 무언가를 갈망하는, 더 좋은것과 더 나은것을 위해 수없이 도구를 연마하는 도자장의 집념을 닮았다. 과연 작가는 무엇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그에 대해 쉽사리 설명하지 못하는 작가의 태도는 오히려 진솔하고 꾸밈이 없어 보였다.

 

 

빈속 - 날개_mixed media 혼합매체 부조형식_90x60x10cm_2024

 

 

〈빈속〉시리즈를 들어 설명할수 있을것 같다. 본 작품들은 무엇인가 외형을 둘러싼 꺼풀을 열면 그안에 무엇이 있을지, 그 고민들을 엿볼수 있다.

작가는 특유의 질감과 작품의 형태를빌어 비어있는 속을 캔버스 안에 표현해 내는데, 내보인 속에는 형체를 알수없는 비어있음이 있다. 애써 열어보았는데 그 안에 참이나 진리는없다. 그저 요란하지 않은 ‘안’이 있을뿐이다. 무엇인가 설명할수없는, 우리가 계속해서 궁금해하며 쫓아가는것들은 다 그런식이 아닐까. 작가가 표현해낸 빈속은 아물지 않는다. 그 벌어진틈이 마치갈라져 나오는 상처처럼 보여 괜히 눈이시리고 머리가 아픈것같다. 눈으로 보고 만나야만 이해할수 있는 그런 시각적인 표현에 작가는 매진하고 있다. 혹은 비어있는 속처럼 아직 몇자 말로는 다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무게 - 가볍고,무거운_mixed media on canvas_53x45.5cm_2024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게 더디다. 작가 본인이 작품의 형태에 완결을 두지않고 매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띠에르를 쌓아올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려야만 마른 물감위에 또 다른 층위를 만들어 낼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품들에 둘러싸여 온 종일 몰두하는것은 오랜시간 돌고돌아온 생각들을 쏟아내기 위한 작가의 유일한 정공법이다. 작업실은 자석인양 흩어져있는 수많은 상념들을 응집하며 또 다른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작가는 그 중심에서, 몰려오는 생각의 타래들을 수없이묶고, 또 풀어서 묵묵히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관찰한다. 자신의 둘레에 있는것들에서부터 세상의 곳곳에 드러나는 일까지. 자신을 조이고 옥죄는 일들에 대해 직시하며 그 모습들을 작품에 반영했다. 이를테면 〈틈〉시리즈에서는 바래고 벗겨져 떨어져 나가는것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단단하고 견고 했던것들도 계속해서 산화되고 스러져서 끝내 소멸하게 되는. 작가는 그 과정의 단면들을 작품안에 결집해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해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 상황과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쪽을 택한다. 이는 여과없이 몰려오는 수많은 상념들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음을 증명한다.

 

 

틈 - 사이로I_mixed media on canvas_53x45.5cm_2024

 

 

〈틀〉 시리즈에서 볼수있는 반복되는 창의 모습들도 마찬가지다. 건물처럼 규격화된 삶에서 고착화되는 마음과 신체에 대해서. 작가는 계속해서 자신을 둘러싸는 생각들을 눈으로, 물감과 붓으로 옮겨 내보인다. 나는 마지막으로 작가에게 〈굴레〉시리즈가 종교의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물었고 그는 그에 대해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했다. 일전에 전시장 한 가운데 작품을 매달아 놨더니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가더라는 사연들을 얘기해 주었다. 그도 그럴것이 녹슬고 갈라진, 가시철사가 성글어있는 원형리스는 예수의 가시 면류관을 닮았기 때문이다. 보이지않아 불안한 미래와 현재, 과거사이에 놓인 삶의 유한함과 그안에서 생겨난 여러가지 제약들에 대한 생각들을 보여주고자 작가는 실제 철사를 구부려 캔버스위에 박아 넣었다. 돌가루와 젯소로 쌓인 질감들은 구부러진 철사가 더욱 앙상하고 도드라져 보이게한다. 철사로 만든 리스 외에도 팬던트 등 빛이 바라고 낡은 모습으로 묵직하게 캔버스 위에 박제 되어있다.

 

 

파동 波動 II_mixed media on canvas_90.9x72.7cm_2024

 

 

그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업으로 수십년을 지내온 후, 작가로서는 뒤늦게 붓을 다시 잡았다. 그림을 그린다기 보단 만들기에 가까운듯 다양한 재료를 구사하기 위해 부산을떨다보면 여러번 의자에서 넘어지기 일쑤라고 했다. 마치 고행의 길을 걷는것 처럼, 작가는 매일같이 캔버스를 앞에두고 자신과 겨루고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생각의 응어리들은 더욱 정제된 형태로, 작가의 진득한 성정을 고스란히 담고있다. 작가에게 그리는 일이란 우회하지않고 천천히, 온무게를 담아 걸어나가는 일인 것이다. 다시 〈무게〉시리즈에서, 한 작품에는 ’60’이라는 부제가 있다. 작가가 공유해준 포트폴리오에는 작품에 대해 부연한 말이 담겨져 있었다. 그 말에는 작가로서의 지난 한 과정과, 또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작가의 생각을 또렷이 읽을수 있었다.

 

〈60세가 넘은 시점에서 시간의 무게를 재보았다.

지난 시간보다 남은시간이 적다. 좀 불안하고 슬픈데

작품을 그리고 나니, 왠지 평온한 느낌이 든다.〉

 

정효섭

아인아 아카이브. 큐레이터

 

 

사각지대_mixed media on canvas_100.0x80.3cm_2023-4

 

 

 

 

 
 

김형수 | 金亨洙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 석사졸업

 

개인전 | 5회

 

단체전 | 24회 | 해외전시 | 2회

 

수상 |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 비구상부문 특선 特選 및 입선入選 2회 | 벗이 미술 공모대전 대상 大賞, 벗이미술관 주최 | 중앙 회화대전 특선特選 3회 및 입선入選 1회 | 대한민국 장애인미술대전 대상 大賞 · 문화체육부장관상 長官賞 수상 외 공모전 12회 수상

 

작품소장 |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 | 문화체육관광부 (장예총) | 스페셜 아트 (갤러리) | 와이즈 와이어스 (주)

 

한국 미술협회 정회원 | 한·일 현대미술작가협회 회원 (2017-18) | HIAM 18 그룹 회원 | 한국장애인 전업미술가협회 정회원 | 서울문화재단 잠실 창작스튜디오 12기작가 (레지던시) | 제9회 대한민국 미르인 예술대전 심사위원 | 서초 한우리 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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