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문은주 展

 

비움으로 채우기

Filling through emptying

 

비움으로 채우기-1_72.7x60.6cm_cubic & acrylic on canvas_2024

 

 

 

2024. 10. 8(화) ▶ 2024. 10. 13(일)

Opening 2024. 10. 8(화) 오후 2시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5 (서초동) | T.02-582-5553

 

https://gallerybanpo5.kr

 

 

비움으로 채우기-2_72.7x60.6cm_cubic & acrylic on canvas_2024

 

 

차미경(문화칼럼니스트, <기울어진 스크린>저자)

 

바람과 나비의 작가 문은주. 지금까지 그녀의 나비는 다양한 콜라주 재료들과 섞이면서 새로운 재탄생을 거듭해왔다. 한지나 끈, 또는 천 같은 여러 가지 재료를 붙이고 떼어내는 반복을 통해 그녀의 화폭에는 우연과 즉흥성이 만들어내는 무궁한 세계가 펼쳐졌었다. 나비는 ‘내게서 떨어져 나가야 할 상처의 각질 같은 것이어서 나비가 작은 세포처럼 해체되고 분해되어 갈수록 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 바 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에게 나비는 해체되고 날려 보내야 할 그 무엇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도 그녀의 나비는 해체되지 않은 채 그녀의 화폭 위를 여전히 날고 있다. 호접지몽(胡蝶之夢), 그러니까 그녀의 나비는 처음부터 해체될 필요도, 굳이 날려 보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나비는 그녀 자신이었으니까. 날려 보내고 싶던 집착도 미련도 상처도 욕망도 모두 그대로지만 이제는 그것을 떨쳐내려고 애쓰지 않고도 비로소 있는 그대로 담담히 바라보게 된 것이다. 호접지몽은 자신을 비워야 이를 수 있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그래서 ‘비움’은 이번 작업에서 그녀의 끈질긴 화두였다.

 

 

비움으로 채우기-3_72.7x60.6cm_cubic & acrylic on canvas_2024

 

 

그녀가 이번 작업에 주로 사용한 기법은 오버랩핑이다. 부쩍 쇠약해진 그녀의 몸 상태로는 붙이고 떼어내는 작업이 힘에 부치다 보니 다른 방도를 찾아낸 것인데 다행히 그녀와 잘 맞았다. 수없이 색을 덧칠하면서 마음을 사로잡던 많은 것들의 형상이 사라지고 그저 색으로만 남는 오버랩핑의 과정 자체가 그녀의 화두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그녀는 이번 작품들에서 형태를 많이 버리고 비워내면서 그 안에 여러 도형을 조형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내적 필연성’에 집중했다. 칸딘스키는 형태와 색이 각각 고유한 정신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그의 작품에서 형태와 색은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를 넘어 감정이나 생각, 그리고 영적인 경험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이러한 내면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칸딘스키는 그것을 '내적 필연성'이라고 불렀다.

 

 

Circular Composition_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24

 

 

칸딘스키의 조형 언어 문법에 의하면 삼각형은 기본적 기하 형태에서 가장 역동적인 형상을 지닌다. 또한 삼각형은 매우 지적이고 성스러운 도형이며 종교적 의미에서 숫자 3은 성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신성한 것이다. 그녀는 삼각형을 통해 역동성과 자유로움을 표현하면서도 그것이 지닌 도전성과 모험이라는 불안전성을 포용한다. 종교적으로 삼각형이 신성을 말한다면 사각형은 인간적인 것을 의미한다. 사각형은 긍정적으로는 고요와 휴식, 공동체 의식이나 소속감을 주는 반면 부정적으로는 폐쇄적이거나 답답한 공간이나 심지어는 감옥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각형은 그녀의 그림에서 오버랩핑으로 선명해지는 색과 함께 드러나는 형태로 고요와 불안을 아우르며 경계를 넘나든다. 원은 인류 문화에서 주로 신과 초월자를 상징했다. 원은 완성과 영원성을 상징하며 모든 것을 감싸는 것과 연관하여 어머니의 상징이기도 하다. 원은 그녀에게 나비라는 하나의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거대한 자궁이며 초월자의 눈이기도 하다. 그녀는 나비의 불안전성과 도형의 안전성을 대비시키며 내적 긴장감을 주고 도형의 다양한 배치를 통해 율동과 리듬을 만들어 낸다.

내적 필연성은 예술의 외적 필연성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고 했던가. 형태를 벗어나 비워진 틈은 텅 비었으나 충만하다.

 

 

Triangular Composition_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24

 

 

Rectangular Composition_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24

 

 

Green Butterfly_32x32cm_cubic & acrylic on canvas_2024

 

 

 

 

 
 

문은주 | Moun Eunjoo

 

개인전 | 12회 | 갤러리반포대로5 ,이음갤러리, 갤러리아트리에, 갤러리라메르, 가톨릭평화화랑 (現 gallery1898), 잠실장애인창작스튜디오(現 잠실찰작스튜디오), 아트리샤 갤러리, 정글북아트갤러리, 서울여성프라자, 인사갤러리 ,단성갤러리 | 2008년, 2010년,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재정부 지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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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1008-문은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