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사진展

 

아바타II

Avatar II

 

 

 

갤러리공간미끌

 

2024. 10. 8(화) ▶2024. 10. 20(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74 영안빌딩 B1 | T.02-732-2567

 

 

어릴 적부터 꿈이 많았다. 손에 든 작은 군인 피규어 하나를 가지고도 가상의 공간에서 무수히 많은 적들을 물리치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다. 눈을 감고 나 자신에게 집중을 하면 군인이나 탐험가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될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힘든 일이 생길 때 마다 의자에 기대어 멍하니 앉아 있자면 어떤 상상의 세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순간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

아바타라는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감동과 전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동안 내가 꿈꾸어 왔던 모든 것이 아바타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상상 속의 군인이나 탐험가 그리고 내 내면의 ‘또 다른 나’가 모두 나의 아바타였던 것이다.

뒤늦게 사진기를 손에 들었을 때 사진은 나에게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사진기는 분명 렌즈 앞의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장치이지만 사진기를 통해 만들어진 사진이 항상 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진기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내가 꿈꾸는 상상의 세계나 나의 내면의 모습을 구현할 수 있었다. 무대설치와 라이트 페인팅, 다중노출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진은 그동안 내가 꿈꾸어 왔던 상상의 세계를 현실에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사진속의 나의 아바타는 내가 가보지 못한 곳, 갈 수 없는 곳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내 마음속 깊은 그 곳 까지도 아바타를 통해 접근할 수 있었다. 내가 만든 ‘또 다른 나’는 사진기라는 차원이동 장치를 타고 다른 세상으로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의 모습을 한 나의 아바타는 현실세계에서 내가 경험할 수 없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자각하게 되었다. 또 내가 미처 몰랐던 나 자신을 더 알게 되었고 좀 더 진화된 존재로 거듭나게 되었다.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는 사진기를 통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나 자신과 소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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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1008-김경수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