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헌 展

 

희망의 빛

Light of hope

 

light of hope1_15x15x60cm_waste plastic film_2024

 

 

 

2024. 10. 7(월) ▶ 2024. 11. 3(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화산로 35 | T.0507-1380-8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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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of hope2_15x15x60cm_waste plastic_2024

 

 

위안이 아닌 희망이 되기 위한 빛

 

글. 김주옥(전시기획, 비평)

 

김성헌 작가의 신작 2024 <희망의 빛> 프로젝트는 예술과 환경 보호 그리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설치미술 작품이다. 이 작품은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지시등을 어두운 길에 설치하여 단순한 미적 오브제 이상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한 이 프로젝트는 심미성과 실용성을 결합해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심미적 표현이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지 않고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는지가 중요한 논점으로 제기될 수 있다.

 

우선 <희망의 빛> 프로젝트는 폐플라스틱을 예술적 재료로 재활용하여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이 작품은 폐기된 플라스틱을 색상별로 분류하고 조합하여 새로운 조형물로 탄생시킴으로써 우리가 일상에서 간과했던 자원의 가치를 일깨운다.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서의 플라스틱을 재조명하는 이 과정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성헌의 작품은 단순히 폐기물을 예술적 재료로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상의 쓰레기가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재활용과 재창조는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시사하며 환경 문제의 해결에 있어 실질적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을 한다.

 

 

light of hope3_15x15x60cm_waste plastic_2024

 

 

2000년 초반부터 김성헌 작가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환경과 결부시키며 이 시대의 긴급한 문제를 예술로써 표현한다. 김성헌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플라스틱 같은 일상적 재료를 통해 인간이 직면한 심각한 생태적 위기를 드러낸다. 그가 환경 문제를 자신의 예술적 주제로 삼은 이유는 플라스틱이 상징하는 ‘대량생산’과 ‘소비주의’가 환경 파괴의 근본적 원인임을 예술을 통해 고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일회용품들이 자연을 오염시키고, 결국 인간 자신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경고하고 있다.

 

김성헌 작가가 환경을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행위는 예술가로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가장 의미 있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술가는 단순한 감상이나 창작을 넘어 사회적 발언자로서 그리고 변화를 촉구하는 운동가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김성헌 작가의 작업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고 환경 파괴의 책임을 다른 시각적 언어로 나타내고자 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자연을 사랑하거나 보호하자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인간의 활동을 반성하고 재활용과 같은 실질적인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자는 실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light of hope4_15x15x60cm_waste plastic_2024

 

 

이러한 실천의 맥락은 과거 <재생의 숲> 연작에서도 잘 드러났다. 김성헌 작가는 단순히 재료로서의 플라스틱을 넘어 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소비 습관과 무분별한 자원 낭비를 비판한다. 작가는 개인의 작업을 넘어서 백 명 이상의 지인들에게 작품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고, 이들이 플라스틱 수집에 동참하게 하였다. 이러한 참여 과정은 단순히 예술 작품 제작의 한 단계를 넘어 공동체적인 환경 보호 활동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예술이 사회적 활동과 결합하여 공동체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적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환경 문제는 단순한 관념적 문제를 넘어서 실질적인 해결책과 실천을 요구하는 주제다. 예술 작품이 심미적 요소에 치중할 경우 그 메시지가 관람자에게 막연하게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환경 문제를 다루는 예술가는 심미적 작품을 통해 문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 김성헌의 작품 <재생의 숲>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면서도 재활용과 같은 실천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점은 긍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예술 작품은 미적 즐거움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관객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응을 상기시키고 행동을 촉발할 수 있어야 한다.

 

 

light of hope5_15x15x60cm_waste aluminum cans_2024

 

 

한편 이러한 미적 재활용의 방식이 관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심미적 요소가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관객들은 오염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기보다는 그저 작품의 아름다움에만 몰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예술이 환경 문제를 다룰 때 자주 직면하는 딜레마로 심미적 표현이 문제의 심각성을 희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예술 작품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때, 관객들은 그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고 작품의 미학적 가치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헌 작가의 작품이 아름다운 빛과 색상으로 표현되었지만 그 본질이 플라스틱 오염이라는 심각한 환경 문제라는 점을 잊지 않도록 하는 메시지 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희망의 빛>이 ‘희망’이라는 단어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친 낙관주의가 문제의 본질을 가릴 위험이 있다. 작품이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면 이는 단순히 ‘위안’의 역할에 그칠 수 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복잡하고 장기적인 문제이며 작품 하나로 단번에 해결될 수 없다. 관객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만을 강조하는 경우 그들은 실제 문제의 복잡성이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작품을 단순한 미적 경험으로 소비할 위험이 있다. 다시 말해 <희망의 빛>이 진정한 희망이 되려면 작품이 제시하는 메시지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light of hope_지시등 설치전 전경(위), 지시등 설치 후 낮 전경(아래)_2024

 

 

<희망의 빛>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 외에도 태양광 패널을 사용하여 친환경적 에너지를 활용하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에너지 효율성이라는 ‘실용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태양광 패널을 사용한 지중등은 외부 전력 없이 스스로 빛을 발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실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예술 작품이 미적인 역할을 넘어 실질적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두운 길을 밝히는 이 작품은 도시의 친환경적 공간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통해 공공의 실용적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술 작품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며, 그 자체로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이 접근 방식은 매우 혁신적이다.

 

분명 <희망의 빛>은 심미성과 사회적 메시지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환경 문제에 대한 실천적 동기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적 이슈이며 이 프로젝트는 그 문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새로운 자원 순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폐플라스틱을 예술적으로 재활용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이 작업은 예술이 단순한 미적 즐거움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일련의 작품들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독려하며 관객들에게 시각적 아름다움과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이 작품이 진정한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는지 혹은 단순히 위안만을 제공하는 상징적 제스처에 그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light of hope_지시등 설치후 야간 전경 1_2024

 

 

또한 이 작품이 관객에게 단순히 희망의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환경 문제는 그만큼 심각하고 해결이 어려운 주제다. <희망의 빛>은 어두운 길을 비추는 상징적 의미로서 희망을 제시하지만 동시에 그 희망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할 필요가 있다. 김성헌 작가의 작품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문제의 복잡성과 심각성을 함께 전달하는 균형 잡힌 메시지가 중요하다.

 

작품이 실제로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이 프로젝트에서 제시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일상생활에서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작품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여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때 이 작품은 단순한 위안을 넘어서 진정한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객들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태양광 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기술을 생활 속에서 활용하려는 변화를 시도한다면 이 작품은 희망의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light of hope_지시등 설치후 야간 전경 2_2024

 

 

결국 진정한 희망은 사회적 참여와 연대를 이끌어낼 때 발생한다. <희망의 빛>이 설치된 어두운 길을 밝히는 기능은 단순한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 지역 사회에 구체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예술적 실천으로 볼 수 있다. 어두운 길을 밝히는 지시등은 지역 주민들에게 안전을 제공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는 작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듯이 말이다. 이 작품이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희망의 빛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희망의 빛>이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관객의 반응에 달려 있다.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수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는 관객의 몫이다. 예술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관객에게 새로운 인식과 실천적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적 역할을 다하게 된다. <희망의 빛>이 진정한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관객이 이 작품을 그저 예술적 오브제로만 감상하고 끝낸다면 이는 단순한 위안일 뿐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고 플라스틱 재활용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면 이 작품은 단순한 위안을 넘어서 실질적인 변화를 촉발하는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희망의 빛>이 진짜 희망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위안만을 제공하는지의 여부는 작품 자체만으로는 결정될 수 없다. 이는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 김성헌 작가의 작품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메시지가 실제로 사회적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한 위안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작품이 관객에게 영감을 주고, 실천적 변화를 촉발한다면, 그때 비로소 <희망의 빛>은 진정한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성헌 | Kim Sung H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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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1007-김성헌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