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展

 

구름, 바다, 무인도

 

저녁 바다 1, 2024_천 위에 아크릴릭_89x152cm

 

 

원앤제이갤러리

 

2024. 9. 1(일) ▶ 2024. 10. 13(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31-14 (가회동) | T.02-745-1644

 

http://oneandj.com

 

 

밤 바다 2, 2024_천 위에 아크릴릭_148x274cm

 

 

구름, 바다, 무인도

구름과 바다를 그리겠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다. 언제 어떻게 시작할지는 몰랐지만 반드시 그리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섬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여름에는 하루 종일 바다에서 놀았다. 오전에는 뻘밭이나 모래밭에서 놀았고, 오후가 되어 소를 먹이러 가서도 바다에서 수영을 했었다. 밀물이 가득 들어차면 바다에 편안하게 누워 송장헤엄을 치면서 하늘과, 구름과, 무인도들을 보았다. 저녁 때가 되면 붉은 노을과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사라져가는 해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었다. 그렇게 내게 스며든 바다는 늘 몸과 마음속에 출렁거렸다.

구름과 바다 그림의 시작은 신안군을 대상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서였다. 숙제가 많았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바다의 색, 깊이, 온도를 어떻게 표현할까? 사월의 바다, 시월의 바다, 구름 낀 바다, 흐린 바다, 저녁 바다와 태풍이 몰려오는 바다, 번개 치는 바다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 쉽지 않았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 면천에 바인더와 제소를 바르고 물을 뿌린 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렸다. 물감은 젖은 천위에 번지고, 퍼지고, 뭉치고, 흘러내리고, 서로 스며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천, 물, 물감 같은 물질들이 통제를 벗어나려는 것을 막거나 때로 내버려 두는 것이 전부였다.

그려가는 동안 몇 가지 원칙이 생겼다. 바다의 모양, 깊이, 온도는 단순하게 추상화 한다. 구름은 구체적 형태를 갖지만 물감이 번지고 흐르며 만들어져 화면에 스며들도록 한다. 그림 전체가 추상적인 것과 구상적인 것 사이에 있게 한다. 결과적으로 그림은 그린 것도 그리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 마치 저절로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졌으면 했다. 물론 어림 없었다. 모든 작업이 그렇듯이 칠한 물감을 물을 뿌려 씻어내고 다시 그리고를 반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인도에 뭔가를 그리겠다는 생각은 고향인 신안의 사진을 찍은 들여다보다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무인도를 보고 떠올렸던 환상과 기억들을 기록하듯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과 겪은 일들도 같이 포함 되었다.

이런 작업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별다른 의미는 없다. 없어도 상관없다. 섬에서 태어나 바다와 함께 자란 소년이 더 늙기 전에 그릴 수 밖에 없었던 그림이니까. 운명에 무슨 의미가 필요하겠는가?

 

 

사월 바다, 2024_천 위에 아크릴릭_137x152cm

 

 

무인도 105, 2023_디지털 사진 위에 아크릴릭_120.2x17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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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901-강홍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