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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 展
The Pink Moment
성곡미술관
2024. 8. 29(목) ▶ 2024. 10. 27(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희궁길 42 | T.02-737-7650
http://www.sungkokmuseum.org/main
광고가 그려내는 빛나는 상품, SNS 이미지로 만드는 정체성,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는 감정처럼 대중매체 이미지가 일상을 주도하는 이 시대, 《The Pink Moment》는 정소연의 작업을 통해 가상의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는 감각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작가는 다양한 시각 이미지가 도처에 편재하며 그것이 대중의 사회적 인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에 실재 너머에 놓여있는 신화의 구조나 특정 권력 주체와의 관계를 질문하며 그 재현 체계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 1층에서 선보이게 되는 〈언캐니 가든〉(2024)은 정소연의 이러한 방법론이 시공간으로 확장된 프로젝트이자 작가가 궁극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가상과 실재의 맞물림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탐구는 단순히 가상과 실재의 차이를 넘어, 수없이 다양한 이미지가 충돌하고 부서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생성해내는 지금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비롯된 초기작에서는 여성, 결혼, 성과 같이 한 여성의 개인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를 설명하는 주요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다. 결혼 문화를 대변하는 화려한 드레스, 안주로 나오는 반짝이는 디저트, 성기를 연상시키는 눈 등으로 여성을 향한 (무)의식적인 기준과 편견을 짚어내며, 그를 강조하는 대중매체의 이미지가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미지가 기준이 되어 또 다른 여성에 대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즉 정소연의 작업은 각 여성의 실제적인 일상보다는 대중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여성의 삶을 고정시키는 이미지와 그를 강화시키는 무형의 모든 맥락을 ‘핑크빛’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후 2010년경부터 작가는 회화 매체를 통해 자전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여성이라는 주제에서 가상과 그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는 현상 자체를 조망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예컨대 특정 아이콘이 추상적인 감정과 정체성, 기념일 등을 표현하고 식물도감 속 아름다운 식물의 모습이 실제의 식물을 대신하는 것처럼, 이미지를 통해 역으로 본래의 대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작가는 실재를 대신하는 이미지를 개별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화폭에 모아 재배열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 ‘핑크빛’ 풍경들은 인간의 이상향에 대한 욕망을 투영하는 듯 보인다. 다시 말해, 이 풍경은 실재보다 매혹적인 이미지의 집합체로, 이를 꿈꾸고 살아가는 지금의 갈망과 겹쳐진다.
이처럼 약 30년에 걸친 정소연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핑크빛 순간\'은 실재가 아닌 허상이지만, 마치 진짜인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 빛나는 순간은 실재에서 이미지가 파생되고 또 파생된 이미지로 인해 새로운 실재가 창조되는, 실재와 이미지가 엮여있는 현재의 모습을 토대로 한다. 그렇기에 이 순간은 현재의 뉴미디어 시대가 강화시키는, 단순한 하나의 이미지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사회문화적 현상이며, 복수의 의미로 요약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정소연의 가상과 실재에 대한 탐구를 동시대적 맥락에서 살펴보며, 그 둘 사이를 오가는 이미지와 이면의 작동 방식이 오늘날에는 어떤 시선으로 감각하고 인지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사 남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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