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순 展

 

essence-memory error 24-3_90x90cm_Mixed media on canvas,copper plate_2024

 

 

2024. 8. 21(수) ▶ 2024. 8. 27(수)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www.galleryis.com

 

 

essence-memory 3-3_162.2x112.1cm_Mixed media on canvas,copper plate_2023

 

 

<본질-기억> 시리즈에

 

박기웅 (전 홍익대 교수, 미술학박사)

작가는 최근에까지 행해왔던 여러 유형의 실험 가운데에서 하나의 범주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것은 회화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조형의 단순화 가운데에서 자신이 품고 있는 정신적인 힘을 장엄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본질-기억> 시리즈로서 얼핏 보면 미니멀리즘의 연장선에서 작업을 하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물질과 프로세스, 그리고 흔적의 세계를 동시에 혼합하여 이탈리아의 알베르트 부리나 피에로 만조니가 개척하였던 물질 과정 주의의 현대화 과정과도 가까우며 마크 로드코와 로버트 마더웰이 지향하였던 색면추상의 세계와도 통한다. 또한, 카슈미르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추상이나 로버트 라이만과 같은 미니멀리스트들이 절제된 색상에 의해 회화의 장르를 개척하였던 방법들을 자신의 연구 과제 중의 하나로 보고 작업을 행해왔다. 작가가 이러한 선배들의 연구 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새롭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 절제의 미학을 선호하기 때문에 군더더기가 거의 없고, 기교적인 묘사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회화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대단히 강하게 작용하여 시각적인 무게를 강하게 드러낸다.

 

 

essence-memory 22-4_162.2x112.1cm_Mixed media on canvas,copper plate_2022

 

 

전체적인 컴포지션을 살펴보면, 수직과 수평의 구도 두 가지가 번갈아 사용되는데, 나열형이 되지만 규칙적이지 않고 상하의 길이가 다른 경우가 많고, 줄과 줄의 간격이 고르지 않다. 작품 <본질-기억 3-4>의 경우는 4개의 수평선이 이루어진 구도인데, 그 줄과 줄 사이의 간격이 매우 흥미롭다. 그것은 거대한 수평선이 있는 바다와 대지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작품 <본질-기억 3-6>의 경우는 수직의 구도로서 거대한 공간을 장식하는 파이프 오르간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구도는 빛과 공간의 개념이 강하게 작용하여 화면을 미묘하게 장식하는 유형이다. 또 다른 구도는 올오버형인데, <본질-기억 22-8>의 경우가 이러한 사례인데 “ㄱ”과 같은 기호 혹은 “네모”의 파편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도는 작가가 시도하는 추상에서 가장 기초적인 패턴이자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도한다. 작가의 작품 가운데에서 전술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구도는 <본질-기억 22-4>의 경우인데, 선분과 색 면의 조합이 랜덤한 패턴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로운 패턴을 지향하는 것은 구도의 새로운 실험이고, 화면에서 색면추상의 방향을 이탈하는 일루전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essence-memory 22-5_162.2x112.1cm_Mixed media on canvas,copper plate_2022

 

 

원시인들은 자연과의 투쟁에서 생계를 위해 수렵, 농경 활동의 과정에서 토템 숭배를 통해 원시 신앙과 같은 숭고의 초기 개념이 발생한다. 철학자 헤겔(Hegel)은 “숭고의 단계에서 인간 개체는 만물에 대한 허무적 승인과 신에 대한 찬양을 통해 자신의 영광과 위안, 그리고 만족을 찾는다” Hegel, Georg Wilhelm Friedrich (1975a). Aesthetics: Lectures on Fine Art. Translated by Knox, T. M. Oxford University Press. p. 83.

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신을 향해, 찬양할 만한 모든 대상을 행해 진정으로 자신을 버리지만, 오히려 그러한 버림을 통해 자기 자유의 실제성을 유지하고 주위 세계에 맞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Hegel. ibid p. 87.

 이러한 헤겔의 견해는 토템에서 숭고의 초기 개념을 이해하게 한다. 서구문화에서는 이러한 토템이 유와 무 혹은 실체와 허무의 개념으로 전환한다. 경험주의 미학자인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숭고를 “어떤 사물이 어떤 방식으로든 고통과 위험의 관념을 일으킨다면, 다시 말해 어떤 사물이든 그것이 두려운 것 혹은 두려운 것과 관계된 것이거나 공포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한다면, 그것이 바로 숭고의 대상이 된다.” Burke, Edmund (1909), On Sublime and Beauty, New York, p. 36.

고 본다. 버크는 숭고의 원천을 어둠, 힘, 거대함, 무한함, 고요함, 고난, 돌연함 등으로 본다.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의 철학 가운데에서 바넷 뉴만의 미지의 색면추상 작업에 대하여 이러한 <숭고>의 철학적 논리로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학자들의 논리는 <본질-기억> 시리즈에서 색채 자체에 녹아 있는 치열하고도 섬세함에 방점을 두고 미묘한 울림에서 나아가는 작가의 방법론을 설명하기에 적절하다. 왜냐하면, 작가가 사용하는 바탕의 색상의 주조색은 미지의 여운과 울림을 동반한 어두운 색조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본질 기억 3-3>처럼 프루시안 블루와 블루가 조합되거나, <본질-기억 3-9>처럼 푸루시안 블루와 블랙이 혼합된 경우, <본질-기억 22-4>처럼 엄버와 프루시안 블루가 강조되는 경우, <본질-기억 22-5>처럼 그린과 블랙이 강조되는 경우 <본질-기억 22-8>처럼 여러 톤의 블루의 조합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조합 모두가 울림이 가득하다. 이러한 색상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황색의 빛을 더욱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색 그 자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화면에 신비스러움을 제공한다. 아울러 그것은 대비와 강조 혹은 색상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우아하게 드러낸다. 즉 색면 추상의 역할을 드러내고 숭고의 미에 근접하게 한다.

 

 

essence-memory 22-7_162.2x112.1cm_Mixed media on canvas, copper plate_2022

 

 

주변의 어두움에 더하여 빛을 드러내는 금속성이 강한 소재를 사용하면서, 화면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발상이다. 그것은 ‘빛’을 드러내기 위한 시도이자 정신과 물질의 교감을 통해, 물질과 정신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연출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빛은 작가의 창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 빛을 통해서 과거의 기억과의 통로가 마련되고 미래와 연결되는 고리를 갖는다. 그것은 즉 순환의 빛이면서 추억의 빛이 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부드럽게 왕래하는 소통의 빛이 된다. 과거의 시간에서는 추억과 교훈을 얻고, 현재에서는 강인한 투지를 미래의 시간을 위해서는 희망을 담고 있다. 또한 작가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서 현시대의 사회에 강력한 빛을 제공하는데, 그것은 자유와 행복 그리고 놀랍고도 아름다운 기적의 힘과 같은 강인함이다. 무엇보다도 화가의 필력을 통해서 어머니 시대의 어두움으로 가득했던 과거를 떨쳐버리고, 자유와 희망으로 가득찬 미래 현실로 나아가고자 하는 즉, ‘희망의 빛’의 연출에 모든 포커스를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색 그 자체와 페인팅의 역량을 통해서 입증될 수 있는 숭고의 힘을 통해서 강력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끊임없는 연구와 자신의 본질을 찾기 위해 애쓰는 구도자와도 같은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회화의 본질을 찾기 위해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본질-기억> 시리즈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

2024. 7

 

 

essence-memory error 24-6_90x90cm_Mixed media on canvas,copper plate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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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순 | GYU-SOON LEE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 졸업

 

Solo exhibitions | 2024.08 내재된기억, 갤러리이즈 | 2022.05 초대전, 아트웰갤러리 | 2020.10 개인전, 조형의 샘갤러리 | 2019.03 초대개인전, 아트로뎀갤러리 | 2018.09 초대개인전, 수목원 갤러리 | 2017.02 art 3f, paris | 2016.10 개인전, Galeris TrES | 2016.05 개인전, 31갤러리 | 2014.09 한옥에서 만나다(초대개인전), Patio

 

한국미술협회 회원 | 금천미술협회 감사 | 여류화가회 회원 | 스카이 연구소 회원 | 국제미술협회 회원 | 제41회대한민국미술대전1차심사위원 및 심사다수

 

email | gyusun25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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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821-이규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