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사진展

 

Tuleara, 2023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2024. 8. 9(금) ▶ 2024. 8. 30(금)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로 139 (이천동) | T.053-766-3570

 

http://www.artspacelumos.com

 

 

Manamboio river Tsingy, 2016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 대한 촬영을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였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을 휘감을 만큼 깊고 크게 자라는 나무라 말했던 그 나무, 어린 시절 꿈에 그리던 바오밥나무에 대한 환상이 나를 그곳으로 이끈 것이다. 하지만 첫 방문 이후 마다가스카르를 향한 내 마음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그곳의 신비로운 자연환경이 아니라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파란 하늘을 닮은 사람들, 그들이 그곳에 있기에 나의 마음은 늘 마다가스카르로 향했다.

바오밥나무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된 나의 첫 여정은 당연히 Baobob avenue가 있는 모론다바 지역이었다. 2주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지만 귀국하던 비행기 안에서 그 다음해인 2016년의 촬영일정을 잡을 정도로 내겐 너무도 아쉽고 짧은 시간으로만 기억되었다. 내년에는 조금 더 준비된 자세로 촬영을 하고자 하는 마음에 마다가스카르의 역사와 풍습, 문화와 자연환경에 대한 자료도 꼼꼼히 분석하며 촬영지역과 대상을 선정했다. 이렇게 마다가스카르와의 인연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마다가스카르 작업은 2016년 모론다바를 거쳐 서북쪽의 칭기, 2017년에는 피아란초아를 거쳐 3천년의 세월을 지닌 바오밥나무가 있는 마다가스카르의 남쪽 끝 툴리아르 지역까지 촬영하게 되었다. 그렇게 3년간 두 달이 넘는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며 나는 알게 되었다. 마다가스카르를 진정 특별하게 만드는 것,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숨겨진 보석은 바로 삶에 순응하며 사는 원주민이란 걸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세상은 단절되었고 어느 곳도 방문할 수 없는 긴 시간을 보냈다. 서서히 2022년 이후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2년 15일간, 2023년 22일간 다시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했다. 2022년 안타나나리보 공항에 에어프랑스 비행기 수화물이 5일 동안 도착하지 않아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카메라 장비는 기내에 가지고 탔기에 촬영을 이어 갈 수 있어 동쪽 Tamatave 지역과 Mahambo 지역을 다니며 그곳의 모습들을 촬영했고 2023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오밥이 있는 Tuleara 지역과 Andavadoaka, SainteMarie, Anakao, Morondava, Manja, Antsirabe, Fianarantsoa, 지역에서 3주간의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의 작업은 낯선 이방인 작가로서의 접근 방법의 노력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당신’과 ‘나’라는 관계 안에서 교감적 시각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지극히 일방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1인칭 시점에서 소통과 교감을 할 수 있는 2인칭 시점의 접근인 것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의 접근은 서로 어색하며 두렵기도 한 관계이다. 이 경계의 관계에서 양방향 소통의 관계로 변화시키고 그 과정을 대화의 대상으로 이해시키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법이 내가 추구하는 사진 작업이다.

 

 

Anakao, 2023

 

 

너와 나의 관계에서 ‘우리’라는 2인칭 관계가 형성되는 시점이 나의 사진 작업의 시작이다. ‘나와 너’의 관계에서 ‘나’는 너에게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나는 너를 바라보며, 너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주고받는 관계 형성은 너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성을 추구하며, 너를 존중한다는 시각적 관계로 표현된다. 대상과의 관계성의 경험을 통해 교감을 경험하는 시점은 ‘사진의 관계성’이라는 중요한 교집합이 된다. 나 자신이 끊임없는 기다림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 그 이전에 대상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수많은 인간 군상들과 소통하고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된 시대적 아픔의 또 다른 형상이다. 동시대성과 그것을 넘어선 보편성을 갖고 끊임없이 보이고, 읽히고 늘 새롭게 논의될 수 있는 이유가 나의 세상과의 소통을 이뤄가는 사진 작업 이야기다.

오천년 바오밥이 있는 오지에는 제대로 된 길도 번듯한 호텔도 우리나라 같은 민박 숙소도 없기에 원주민 마을 인근에 텐트를 치고 머물렀다. 그곳 원주민의 보호 아래 이틀 밤을 무사히 보내며 그들의 따스함에 감동했다. 그들만의 구역이고 다른 부족은 살지 않는 그곳에서 나에게 친구가 되어 배려를 아끼지 않은 그들의 따스함이 아직도 느껴진다. 같은 식민시대를 거쳐 온 나라여서일까? 오랜 기간 독립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나라, 그 후 내전으로 같은 민족끼리 어려운 전쟁을 치루었다는 공감대가 있다. 모두 맞는 것 같다. 식민시대를 거쳐 오고 전쟁으로 내정이 불안한 극한 상황을 겪고 세계 10대 빈민국 중 하위 5번째로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한결같이 순수하고 밝은 표정들이다. 불편한 삶과 환경, 과거의 아픈 역사가 자신들의 숙명인 것처럼 여기고 삶에 순응하며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을 통해 나는 그들의 “희망”을 보았다.

내가 촬영하는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로 정말 먼곳이다. 나의 마다가스카르 촬영이 시작되었지만 언제 끝이 보일지는 알 수가 없다.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음을 안다. 어느 순간이든 그들의 모습과 그들과 함께 있는 나를 그린다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그들의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을 보여주기 위해 있는 그대로 모습 속에서 함께 소통하며 촬영하였으며 인물이 왜곡 표현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하여 나는 그들과 철저하게 동화되어야만 했다. 5년간의 마다가스카르 작업을 하던 중이지만 작업의 중간 점검을 하는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에서 이번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삶이 손에 잡히지 않아 조바심 날 때 내 감정을 털어 넣어 세상과 마음을 나누고 공존할 수 있게 만들어준 마다가스카르의 기억을 또 다른 사람들과도 사진 작업으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2024. 08. 09.

 

 

Tuleara, 2023

 

 

Andavadoaka,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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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809-정혜원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