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숙 展

 

기억의 전이

Memories in Transfer

 

어머니와 외할머니_25×19.5cm_Polaroid image transfers on korean paper_1998

 

 

갤러리 무늬와 공간

 

2024. 7. 10(수) ▶ 2024. 7. 23(화)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302 인앤인오피스빌딩 8층 | T.02-588-2281

 

 

시어머니와 두 분의 시할머니_19.5x51cm_Polaroid image transfers on korean paper_1998

 

 

부재한 존재의 흔적(trace), 사진

 미술평론가 이시은

 

윤은숙의 <가족사진>(2000)은 그녀의 추억의 한 모퉁이를 돌아 옛 기억에 머물게 한다. <가족사진>은 옛 사진을 이용해 다시 재생산해 낸 인물 사진들이다. 작가는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살아있는 인물 옛날 사진들을 다시 재생산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가족구성원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한다. <어머니>로부터 출발했던 사진을 근거 삼아 다시 자신이 속한 위치를 확인하듯이, 과거의 사진을 기반으로 현재를 돌아보고 있다. 이것으로 그녀의 작품은 과거 속에 인물을 다시 재해석한 인물이 되어 대치되고 그것을 허상 이미지로 만들어 다시 허상인물이나 실재가 되는 사진 이미지로 나타난다.

과거의 기록은 실재한 존재가 되어 다시 부재한 인물로 남겨지게 했다. 부동(不動), 정지된 이미지는 작가에게 푼크툼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마치 떠도는 섬광처럼 작가에게 동요를 일으켰다. 이것은 화살처럼 “나를 찌르는” 그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부재함으로 실존된 나의 가족의 일부를 작가는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사진적 ‘지시체(referent)’는 노에마의 작용이다. 사진을 바라보는 수용자는 사진이 얼마나 ‘현실성을 증명하며 실재성’을 갖고 ‘어떠한 연계성’이 있는지를 관찰하게 하며 그들의 경험과 기억을 유도한다. 이러한 ‘사진적 지시체(referent)’는 과거와 긴밀한 관계가 있어서 사진은 이미 있었던 것에 되어 있는 현전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진이 가진 내러티브가 현시점에서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가 그날의 그 기억을 상기시키는 작용을 한다. 사진은 근원적으로 예술과의 소통도 있겠지만 지시체(referent)를 지니고 있다. 사진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거스른 시간성, 부재의 대상이 섬광으로부터 귀환한 대상의 재현성, 그리고 존재론과 인식론사이에 순간적으로 나타난, 감성을 자극하는 ‘푼크툼(punctum)과 같은 정동(affection)’을 불러일으킨다.

바르트가 말하는 사진은 “현실과 과거라는 이중적 위치가 결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약은 사진만을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환원을 통해서 그것을 사진의 본질 자체, 노에마라”고 기술한다. 사진은 사진작가의 시선의 경험을 동반한 반복될 수 없는 노에마이다. 사진의 노에마는 ‘그것은-존재-했었음’, 또는 ‘완고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것은 사진이 지닌 시간성이 함유하고 있는 존재론적 관점이다.

 

 

가족사진 I (시어머니와 함께한 어머니의 가족사진 )_25x60cm_Polaroid image transfers on korean paper _1998

 

 

<가족사진>은 우리의 기억을 전유시킨다. 사진을 읽는 과정 중 과거에 ‘그것은-존재-했었음’ 그러나 현재는 ‘존재하지 않음’, 즉 ‘부재’한 과거를 상기시킨다. 다른 말로 하자면, 마치 망각된, ‘부재한’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존재’를 ‘현존(presence)’시키고 있다. 사진은 현재성으로부터 과거로부터 부재한 현존이 드러난다. 사진을 ‘바라보는’ 행위는 부재라고 믿어 왔던 그 대상의 존재를 재회한 환희심과 동시에 여전히 부재로 남은 슬픔이 교차한다. 사진으로 만나는 현존한 존재이자 다시 부재가 된 사진 이미지 사이에 불현 듯, 찾아오는 푼크툼적인 흔적-정동(affection)이 동요된다.

데리다는 사진은 ‘산-죽음’으로 돌아와 유령의 실체로 남아있길 선호하듯이 사진을 설명한다.     현존한 실체이나 여전히 부재한 그 무엇의 실체인 사진. 사진 이미지는 부재한 실재의 현존한 대상의 흔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 생생히 살아 있는 것 같은 옛 사진 이미지는 자신의 역사적 흔적을 따라간다. 가족의 모습은 수용자에게도 감동 이입을 전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존재의 흔적은 동일한 그 무엇의 흔적으로 남겨지기 때문이다. 기록적 의미(죽음)와 사진의 재현성이 생생한(현존)하게 환유되어 현시점에서 발현될 때 사진의 ‘시간성’을 사진의 행위에서 소멸로 보여준다.

 

『See, regard, gaze: 삶과 예술 사이에서 ‘본다’는 의미』중에서

 

 

 

 가족사진II(시어머니의 가족사진)_60x25cm_Polaroid image transfers on korean paper_1998

 

 

작가 노트

 

나는 결혼 후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과 변화된 일상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결혼 직후 친정에서 발견한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기념사진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아! 우리 엄마도 엄마가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우연히 시댁의 낡은 사진첩 속 시어머니의 모습이 어머니의 사진과 겹쳐지면서 이번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여성 중심의 '어머니' 작업을 시작했고, 이후 남성 중심의 '아버지' 작업으로 확장하게 되었다. 오래된 사진첩 속에는 내가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의 낯선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그 기념사진을 카메라로 촬영한 후 판화지에 폴라로이드 필름을 전사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판화지에 전사된 흐릿한 이미지는 나의 기억 속 부모님과 사진 속 부모님의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아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전사 기법으로 표현된 이미지들은 원본의 뚜렷함을 잃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희미해지고 변형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인간의 기억을 상징하며, 부모님의 기억과 나의 기억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다.

 

 

A reading father_25x60cm_ Polaroid image transfers on korean paper_1998

 

 

나는 부모님 세대가 격동의 시간을 살아온 세대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부모님의 개인 삶이 곧 그 세대의 삶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얼굴은 모르지만 사진으로 존재하는 외조부와 시조부의 모습, 군대에 간 아버지, 대학 시절의 시아버지, 임신한 몸으로 촬영한 엄마의 가족사진은 나에게 자신의 출발점과 뿌리를 되새기게 한다.

 

나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겪으며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시기에 이 작업을 통해 과거의 사진을 통해 현재의 '나'를 직시하고 재정립하는 계기를 얻었다. 이러한 개인적인 작업은 관객들 또한 자신의 가족을 통해 자신을 재조명하는 경험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루어졌다.

 

오래전 작업을 다시 마주하며 그 시절 그 분들의 기억이 나에게로 트랜스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분들의 마음을 생성형 AI로 만든 영상 작업을 통해 전달해보았다.

 

이번 작업은 기억과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이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삶과 가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Mothers I & Fathers I_각각 30.5x25.5cm_Polaroid image transfers on korean paper & pastel coloring_2001

 

 

Father's chronicle 1_120x80cm_Polaroid image transfers on korean paper & wood panels on C-print_2008

 

 

아버지_25×19.5cm_Polaroid image transfers on korean paper_1998

 

 

 

 

 
 

윤은숙

 

윤은숙은 삶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사진가이다. 대표작으로 주부들의 공간인 부엌을 다양하게 해석한 《부엌도》시리즈가 있고, 일상의 풍경을 작업한 《관계된 풍경》 시리즈가 있다. 개인전 10회와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서 작업활동을 해오고 있다. 출판물로는 『See, Regard, Gaze』, 『부엌도』 사진집과 공저로 『사진가의 비밀노트』가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상업사진 전공을 졸업 후30여년간‘사진 창작과 사진 교육’을 함께 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여성사진가협회 부회장이고  단국대학교 평생교육원 사진예술아카데미에서 사진을 교육하고 있다.

 

E-mail | phoy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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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710-윤은숙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