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구, 정재호 2인展

 

Evocation 환기

 

 

 

nook gallery

 

2024. 6. 7(금) ▶ 2024. 7. 6(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 34 길 8-3 | T.02-732-7241

 

https://blog.naver.com/nookgallery

 

 

전병구 作_모텔2, 2024_oil on canvas_53x40cm

 

 

Evocation 환기

 

조정란, nook gallery, Director

 

전시를 위한 작가들과의 만남에서 나눴던 대화를 정리하면서 전병구, 정재호 두 작가의 그리기에 대한 고민을 공감하고 느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적인 면에도 기술적인 면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두 작가는 예전에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한 점씩(전병구_모텔2, 정재호_타일, 창문) 불러내어 변화된 크기와 기법으로 새롭게 그려 전시에 선보인다. 작가는 변화된 그림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다.

전병구는 일상에서 마주친 장면에 자신의 감정이나 상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붓질 하나 색 하나 만들어 칠하는 것에도 예민한 작가는 자신의 변화된 순간의 정서를 그림에 담는다. 천천히 하나씩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감에 있어 서두름이 없으며 시간이 흐른 뒤에 돌아보는 자신의 그림에 애착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다시 그려 보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예전의 표현방식은 물감이 마르기 전에 빠르게 그리는 그림이었다면 최근의 작업들은 기법을 달리해서 레이어를 많이 쌓는 방식으로 그려나간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서정적인 느낌의 건물, 풍경, 손의 표정을 그렸다. 바다로 연상되는 평면적인 색면을 배경으로 펼쳐진 손바닥에 놓인 색색의 돌은 막연히 먼 곳을 바라보는 인물의 시선을 잡아채 올 수 있을 듯 햇빛을 받아 선명하다. 3년의 시간 차이를 가지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그려진 ‘먼 곳’(2021)과 ‘약속’(2024)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강한 햇빛과 그림자가 시선을 끈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손의 표정에서 작가의 마음일지 모를 막연한 기다림이 느껴진다. 전시에서는 2018년에 그려진 작품부터 2024년 신작까지의 변화를 차분히 감상할 수 있다.

정재호는 수많은 연습시간을 거쳐 자신의 세계를 이뤄나가는 음악가나 무용수들의 태도, 또는 대가들이 그림 한 점을 위해 스케치를 하고, 그 다음 수채화를 수없이 그리고, 그 다음에야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점의 마스터피스를 그리는 과정과 시간의 노력에 대한 화가로서의 고민을 안고 충실하게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건물과 오래된 사물들, 손의 동작을 이전의 방식보다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 보여준다. 그림의 방식이나 모든 견해들을 개입시키지 않고 단지 그리고 싶다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고, 대상을 그 자체로써 보여주고자 한다. 마치 정직하게 사물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어디까지 그릴 수 있나 자신을 실험하는 듯하다. 그는 아파트를 처음 그렸을 때 낡은 건물의 남루함, 재개발이 될 수 있겠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갈필로도 표현을 하고, 거칠게도 그렸었지만 물성 그 자체로 아주 정직하게 그려냈을 때 오히려 섬세한 것들이 드러나면서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작가는 자신이 지나온 그림의 흔적을 복기하며 조금씩 변화해 나간다. 이 그림이 좀 더 커지면 어떨까? 혹은 이 그림을 다른 물감으로 그렸을 때 어떻게 나올까? 이 그림이 현재의 기법으로 바뀌면 어떨까? 내면의 갈등과 많은 변화를 겪으며 순수한 욕망을 가진 화가는 어떤 그림은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과 더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을 환기시키며 회화! 그리기의 긴 터널을 지나간다.

 

 

정재호 作_타일, 창문, 2024_한지에 아크릴 채색_82.5x57cm

 

 

전병구 作_약속, 2024_oil on canvas_28x35cm

 

 

전병구 作_먼 곳, 2021_oil on canvas_53x40.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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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607-전병구, 정재호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