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국 展

 

한국현대미술발언展

 

 

 

 

2024. 6. 2(일) ▶ 2024. 6. 16(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한국현대미술발언3, 파괴와 창조의 자유를 탐구하다: 엄재국 작가의 예술세계

 

둥근 구는 기하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3차원 공간에서 중심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는 모든 점들로 이루어진 도형이다. 구의 표면은 2차원 곡면이며, 중심에서 표면까지의 거리를 반지름이라고 한다. 구의 표면적과 부피를 계산하는 방법은 수학과 물리학에서 자주 사용된다. 행성과 별 등의 천체가 대부분 구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운동과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구의 개념이 중요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구를 완전하고 조화로운 도형으로 보았다. 이는 우주를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이었다. 플라톤은 이상적인 세계의 도형으로 구를 언급하기도 했다.

 

예술과 문화에서도 구는 대칭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슬람 건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형 돔 구조와 지오데식 돔의 설계 원리는 구조적 안정성과 미적 가치를 지닌다. "Euclidean and Non-Euclidean Geometries"와 같은 책에서는 구의 기하학적 성질을 다루며,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구의 완전성을 잘 보여준다. 현대에 와서는 MRI나 초음파 검사에서 구형 탐촉자의 사용 등 의료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둥근 구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기하학, 물리학, 컴퓨터 그래픽스, 건축, 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구의 중요성과 응용을 다루는 글들이 많이 있다. 둥근 구는 단순한 도형이 아니라 다양한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와 상징성을 지닌다. 예술에 있어 카라바조 같은 화가들은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입체감과 사실감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앙리 마티스는 작품에서 구를 통해 간결함과 완전성을 표현했다. 카푸어는 거대한 구형 조각을 통해 관객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구의 반사와 왜곡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추상 회화에서 구의 형태를 사용해 음악적 리듬과 감정을 시각화했다. 바우하우스의 예술가 요하네스 이텐은 구를 이용해 색채와 형태의 관계를 탐구하며,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 시각적 조화를 추구했다.

 

 

 

 

예술가들에게 둥근 구는 단순한 형태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다양한 표현 방법과 개념적 접근을 통해 풍부한 메시지와 감성을 전달하는 데 사용되었다. 예술가들은 구의 기하학적, 과학적, 철학적, 심리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했으며, 독창적인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구의 상징성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했다. 동양과 서양의 예술가들이 둥근 구와 원에 대한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명상과 내적 평화 같은 주제에서 비슷한 형태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반복과 표현의 자유가 증폭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일 수 있다. 둥근 구는 이러한 다양한 맥락에서 다채로운 의미와 상징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 철학, 과학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는 경계가 없지만, 스스로를 제한하는 예술가들도 있다. 자유란 창작을 하는 작가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유는 짐과 고통이 될 수 있다. 한국 현대미술 발언의 세 번째 작가인 엄재국에게 자유는 개념과 예술이라는 허구를 파괴하는 용병이다. 그의 호기심 가득한 눈과 거침없는 생각은 무언가를 파괴하고 해체하는 일에 자신을 투입시키는 것과 같다.

 

미국인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는 "누구든 내 그림에서 읽을 수 있는 모든 것 혹은 내게 의미하는 모든 것은 바로, 사람들이 어떠한 현혹도 없이 그림의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기를, 나는 바랍니다..." 스텔라는 생존하는 다른 어느 작가보다도 더욱 새로운 것을 지향했으며 이런 태도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 그만의 작품세계의 발전, 즉 최소한 예술적 작품 <Black Paintings>로부터 최근의 입체적 작품까지, 처음부터, 겉보기에는 조화를 이루지 않는 작품을 연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즉, 상이한 가능성들의 작업을 통해서라도 그림의 정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작품이란 장르와 가격과 관계없이 보호가 필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 교육은 상식이 되었고, 세뇌된 상태이다. 작품 앞에서 대중 음악이나 트로트를 듣거나 부른다면 예의 없는 무지함을 드러내는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정의나 개념을 설파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보편적 지식이 우리 내면에 저장되어 행동을 제어하기도 한다.

 

둥근 구가 상징하는 것, 현대와의 밀접한 관계는 철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의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생각하지 못했던 범주이다. 예술가들이 창작의 특혜로 자유를 얻었지만, 실제로 자유로운 작가는 드물다. 예술가의 자유, 종교의 자유 또는 민주주의를 위한 자유의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목숨을 건 처절한 투쟁이자 고통이 동반되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반추하고 있다. 자유란 어떤 것도 걸치지 않은 가시덩굴에 상처 입지 않은 바람 같은 존재라고 한다. 엄재국 작가에게 창작이 무엇인지, 그가 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묻지 않는 이유는 그의 작품 속에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잘 그려진 그림을 10cm 길이로 잘라서 짚으로 새끼줄을 꼬듯 엮어서 다시 뭉쳐 놓으면 둥근 공이 된다. 발로 차도 된다. 천을 잘라 공을 만드는 방법이나 기술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집에 걸려 있는 작품을 잘라 공을 만든다면 이는 사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벽에 걸린 그림을 발로 차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며 불가능한 일이다. 그 경계를 부순다는 것은 불가항력적 전쟁이나 자연재해 때에도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재국 작가는 고객이 원하는 만큼 작품을 잘라 저울에 달아 판매하는 기이함을 보여준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완성된 작품을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 것은 또 고객이 원하는 곳을 지정하였을 때, 그곳이 중앙이라도 과감하게 잘라서 판매한다. 작품의 무게는 단순한 물감의 무게만이 아닌 창작의 무게가 포함된 또 다른 개념을 산출하고 있다.

 

 

 

 

현대라는 것은 무엇일까?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이다. 살면서 지식과 지혜로 똘똘 뭉친 아집과 편견이 생긴다. 매년 불어닥친 정치적 계절에 휩쓸리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것은 예술가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엄재국 작가는 예외이다. 작가들이 걸어가는 전통과 통념의 생활 패턴조차 무시하기에 무의미가 주는 새로운 창작의 코드와 개념의 레시피를 쉼 없이 분출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엄재국 작가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창작의 자유함이 주는 비행 중이기 때문이다.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기에, 그의 작품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결이 다른 독특함을 지닌다. 과거의 예술적 신화를 파괴하는 힘은 창작이 생물처럼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그의 작품에는 작은 흠이라도 용서치 않는 작가 정신과 결백 같은 진정성보다 더 원초적 한국인이 잊고 있는 사유하는 정신의 힘을 예술에 접목하는 중이다. 엄재국의 작품에서 우리는 진화 중인 한국의 원초적 현대성을 발견할 수 있다.

 

금보성 금보성아트센터 관장

(빅터대경영학박사.홍익대미술학박사수료.백석대교수)

 

 

 

 

 

 

 

 

 

 

 
 

엄재국

 

홍익대학교 대학원

 

2001 현대시학 등단 | 2006 시집 ’정비공장 장미꽃‘ | 2016 시집 ‘나비의 방’

 

개인전 | 2021 가나인사아트센터,인사동 서울 | 2022 문경문화예술회관,문경 | 2023 금보성아트센터,평창동 서울 | 2024 금보성아트센터,평창동 서울 | 2024 한국현대미술발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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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602-엄재국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