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영 展

 

THE MOMENT

 

교차로-1_130.3x97cm_Acrylic on canvas_2023

 

 

(갤러리 고트빈, TJB 대전방송 1층)

 

2024. 5. 1(수) ▶ 2024. 5. 7(화)

Opening 2024. 5. 1(수) 17:00

대전광역시 유성구 엑스포로 131 | T.042-867-6510

 

http://www.gallerygoatbean.com

 

 

교차로-2_130.3x97cm_Acrylic on canvas_2023

 

 

일상의 발견이 상상으로 바뀔 수 있을까?

 

류철하 (前 이응노미술관장)

 

최인영의 이번 전시는 <THE MOMENT>이다. 사전적 의미로 순간, 계기, 중요성, 국면 등으로 번역되는 모멘트는 소소한 일상이 갖는 삶의 의미와 감정적 순간을 회화로써 반추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인영은 자신의 회화 세계를 4개의 소주제-거리, 아파트, 인물, 가족 등으로 분류하여 “의미있고 즐거웠던” 순간을 속도감 있게 표현한다. 외부 세계에 대한 관찰에서부터 자기 자신에 이르는 이 주제들은 일목요연하게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일관된 의지, 곧 삶에 대한 긍정과 감사를 나타내고 있다.

 

활동하는 여성의 젊음과 아름다움, 힙합구조대 뮤지션의 리듬과 자유, 스포츠, 패션 등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이 보내는 에너지가 만화, 영상, 스냅사진의 형태로 표현된다. 화려함, 그리고 열정과 욕망에 대한 직접적인 찬사는 삶과 사랑의 충동에서 오는 미에 대한 경탄과, 그것을 모방함으로써 느끼는 내적인 만족을 뜻한다.

 

 

그림자_34.8x27.3cm_Marker on paper_2024

 

 

최인영에게 있어 그림은 세계에 대한 모방과 학습을 통해 구성된 자기애의 발견이기에 환상적이고 소망스럽고 즐거운 그림이 가능한 거울과 같다. 종이에 마커로 그린 소품 11점 <Memories>는 가족과 친구, 힙합구조대, 터미널과 소녀 등 거의 모든 일상이 조합된 만화경 속에서 잔잔하고 무심하며, 알 듯 모를 듯한 가벼운 미소가 번지는 인물들을 묘사한다. 그래픽처럼 가볍게 그리고 장식적인 반복처럼 보이는 인물들의 구성과 배치는 사실 도처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의 조합이지만, 조심스럽게 입을 벌리고 말하려는 듯한 동일한 입 모양을 통해 세상에 대한 조심스런 발언을, 소통하고자 하는 의욕을 느낄 수 있다.

호기심과 생경함이 가득한, 세상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그러나 반사하는 시선의 화면을 통해 자신의 발언을 조율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반사에도 불구하고 최인영의 화면은 자기 스스로에게 충분히 만족을 찾을 수 있는 그래픽과 색상의 전체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엘리베이터와 소녀_130.3x97.0cm_Acrylic and marker on canvas_2021

 

 

최인영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그림의 대상은 자동차이고 도로 위에 줄지은 차들의 형태와 색상을 보는 즐거움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언급은 “질서가 주는 아름다움과 편안함”이란 구절이다. 자동차라는 대상의 외관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사람이 만나는 교차로와 거리가 재미있고” 질서 있게 움직이는 다양한 인물들과 차량의 순행, 버스 정류장의 활기찬 모습 등이 매우 이색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 평범하고 당연한 사물과 거리가 왜 이토록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질서가 주는 미와 쾌적함이 최인영에게 의미가 되었을까?

최인영에게 그림은 세상을 보는 경험이고 세상은 순간적이지만 동시적으로 연결된 복잡성과 규칙성을 갖고 있기에 이 완벽한 연결과 순환은 엄청난 관찰과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완벽한 질서로 이루어진 세계에 대한 관념은 사실 강박관념과도 같지만, 최인영은 이 관념의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최인영에게 있어 세상의 관찰은 나와 내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매개와 같다.

교차로에 줄지은 버스와 차량의 행렬, 크고 작은 사람들에 대한 묘사와 광고, 비 오는 명동거리를 반사하는 불빛과 거리, 곧 특정 시간의 물체, 움직임, 감정 및 날씨 등에 대한 묘사는 완벽한 질서로 이루어진 공간과 시간을 모방하는 행위가 된다. 교차로와 거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작가의 욕구를 상징한다.

 

 

J_53.0x45.5cm_acrylic on canvas_2023

 

 

자동차에 이어 감정이입이 된 것은 ‘사람들’ 시리즈이다. 축구 스타 손흥민, 토토가, 시상식, 춤꾼들의 “범 내려온다” 공연뿐만 아니라 여성과 뮤지션, 패션 등 온갖 세상의 에로스들이 최인영의 관심 대상이다.

<엘리베이터와 소녀>는 자신을 반영하고 그 반영된 물체가 무수히 분열하는 것을 묘사한 작품이다. 사방 유리로 둘러싸인 엘리베이터 안에서 핸드폰으로 검색하는 자신을 보는 이 작품은, 거울의 다면반사 효과로 인해 공간의 무수한 확장과 팽창이 일어나게 된다. 공간은 분열되지만 공간에 대한 지각력과 세부관찰이 매우 뛰어난 이 작품은 집착에 가까운 디테일과 묘사로 인해 분열적이지만 안정적인 화면을 유지한다. 아크릴과 마커가 혼합된 이 작품은 작품 표현에 있어 손의 수행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음악앨범과 스냅사진이 모티브가 됐던 <힙합구조대> 시리즈는 대중적 기호와 트랜드에 따라 캐릭터와 인물의 구성을 변경한다. 적나라한 치아와 인중의 라인, 빨갛게 벌린 입을 통해 좀 더 분명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표현한다. <소녀> 연작은 잡지광고에서 보이는 시크한 표정과 시선으로 동시대 모델의 관능을 따라 그렸지만 최인영식으로 버전업 된 캐릭터, 만화와 같은 개성을 가진 소묘식 인물구성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들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평면으로 연결된 세부 디테일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는 점이다. <소녀와 코알라>, <소녀와 앵무새>에서 묘사된 화려한 옷과 세부표현, 색채감각은 개성과 완결성을 찾을 수 있는 회화적 스타일이다. 즉 평면을 지배하는 회화적인 요소는 장식성이다.

 

 

Red_34.8x27.3cm_marker on paper_2023

 

 

최인영에게 있어 회화적 동력은 가족과 친구,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따뜻한 관계’이다. 한 팔을 괴고 고요히 바라보는 <자화상>처럼 들떠 있지도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충분히 기다려주는 이 관계의 표상 위에서 감각적 사물을 포함한 삶의 모든 기호를 모방한다. 모방의 연관성에서 발견하는 학습과 기쁨, 자기 경험의 에너지가 결국 자신을 밀고 나가는 힘이 된다.

삶은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연습이라고 할 때 최인영은 기본적인 트레이닝을 마친, 보다 높은 강도와 수사학, 리듬을 갖고 사물과 세상을 묘사해야 할 출발선에 섰다고 볼 수 있다. 필치와 개성을 유지해 가면서 세부적으로 더 매력적인 이야기, 꽉 차고 다수로 존재하는 화면의 구성, 회화적 감정이 풍부한 색채가 있는 어떤 이야기와 상상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한다. ‘머리에서 다리가 자라나는’ 상상은 아이들 그림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Driving_27.3x34.8cm_marker on paper_2023

 

 

고모네_27.3x34.8cm_marker on paper_2023

 

 

 

 

 
 

최인영 | 崔仁榮 | Inyoung Choi

 

배재대학교 예술대학 미술디자인학과 학사 | 배재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학과 석사

 

개인전 | 2021. 대전국제아트쇼 개인전(대전골든하이 9층 컨벤션센터)

 

단체전 | 2023 | 대전국제아트쇼 갤러리 유티스(대전 무역 전시관) | 우리들의 프롤로그(갤러리 메르헨 기획 신진작가 발굴전) | 청춘컬렉션 청춘예술작가전(대전 서구청 2층 전시실) | ‘새롭게 걷다’ 전(대전 MBC M 갤러리) | 대전아트 포럼전(TJB 고트빈 갤러리) | 2022 | 대전국제아트쇼 청년작가 초대전 및 갤러리 도안(대전 무역 전시관) | NEUE ArT (MESSE DRESDEN), 독일 | 대전아트포럼전(이공갤러리) | MIRO 그린나래전(이공갤러리)

 

수상경력 | 2023.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특선(대전시립미술관) | 2022.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입선(대전시립미술관) | 2021.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입선(대전시립미술관) | 2020.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특선(대전시립미술관) | 2020. 대전 MBC 금강미술대전 입선(공주 고마미술관)

 

잡지 | 2023.04. 월간 일류도시 대전, 「작가의 방」, 힙합구조대 2-1

 

E-mail | yslee1074@nate.com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40501-최인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