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미 展

 

둥근 위로_團圓風景

 

둥근 위로_53x41cm_장지에 수묵 채색, ink_color on korean paper over panel_2024

 

 

 

2024. 4. 26(금) ▶ 2024. 5. 23(목)

10:30am ~ 06:30pm / 일, 공휴일 휴관

Opening 2024. 4. 26(금) pm 5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67 | T.02-730-7818

 

www.leehwaikgallery.com

 

 

다정한 안부 02_45x38cm_장지에 수묵 채색, ink_color on korean paper over panel_2024

 

 

둥근 위로

 

회색 콘크리트 건물 속에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은 역설적으로 자연, ‘식물’을 갈망하며 살고있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그 곁을 지켜주는 가로수에서부터, 빌딩 숲의 허파를 자처하는 도시정원, 그리고 석고보드와 유리창으로 둘러 쌓인 실내공간 속 친구 같은 화분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간은 인공물 사이사이 틈만 보이면 애써 그 자리의 원래 주인이었을 식물을 소환한다. 심지어 기능을 상실한 플라스틱 인조 화분까지 등장시키고, 보도 블록 사이를 비집고 생명력을 과시하는 잡초에 눈길을 주며 우리는 자연을 열망하고 있다.

 

 

다정한 안부 05_45x38cm_장지에 수묵 채색, ink_color on korean paper over panel_2024

 

 

박상미 작품의 중심에는 식물이 있다. 일반적으로 ‘식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그녀의 식물은 잿빛 도시처럼 무채색이다.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검정색 본연의 특징처럼 그녀의 무채색 식물들은 세상만사를 흡입하는 블랙홀 같은 도시의 상징이자,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은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식물들은 따뜻하다. 작은 집을 품고 있는 울창한 숲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가려진 것들> 모두 포근하게 안아준다. 우리 인간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모두 가진 복잡미묘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그녀의 모노톤 식물들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안아주고 품어주며 우리에게 “괜찮아”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위로> 한 마디에 일어설 힘을 받기도 한다. 인간관계 속에서뿐 만 아니라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식물과 대화하며 우리는 정서적인 위안을 느낀다. 그렇게 반려식물과 인연을 맺기도 하고, 도심 속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식물은 인간에게 맑은 공기만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공존하는 도심 속 식물은 우리에게 정서지능 향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동반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인간의 사회적·교육적·정신적·신체적 적응 증진을 위한 원예치료가 현대에 들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소리 없이 <다정한 안부>를 건네주는 식물들이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수평된 자리-둥글기 위해 맞닿은 지점 01_100x144cm_

장지에 수묵 채색, ink_color on korean paper over panel_2024

 

 

사회적인 동물, 인간은 끊임없이 무한한 관계의 연결 고리 속에서 교감을 하고 위로 받으며 오늘 하루를 지탱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수평 된 자리-둥글기 위해 맞닿은 지점>은 모난 돌이 되지 않기 위해, 둥글게 둥글게 살아보려 노력하는 우리 모습을 반추하게 한다. 무한경쟁 시대에 이르러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와 EQ(emotional quotient, 감성지수)를 넘어 NQ(network quotient, 공존지수)가 강조되고 있다. 행복지수라고도 불리는 공존지수는 타인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으로 원만한 인간관계, 더 나아가 인류세 지구인으로서의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밑바탕 이라 할 수 있다.

 

 

수평된 자리-둥글기 위해 맞닿은 지점 02_100x144cm_

장지에 수묵 채색, ink_color on korean paper over panel_2024

 

 

훗날 박상미 작가 작품 세계의 변곡점이 될 지도 모를 이번 전시 작품들은 기존에 보여주었던 원색과 흑백의 대비 속 상큼 발랄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먹의 깊은 맛이 살아 있는 식물과 어우러진 차분하고 편안한 색채와 구도는 잔잔한 위로와 위안을 선사한다. 현대인의 도시 삶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로수, 조경수, 화분, 그리고 잡초들을 쉬이 지나치지 않는 작가의 시선 덕분에 일상 속에서 우리는 식물의 말없는 위로를 함께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도시와 식물의 공존공간을 탐구해온 박상미 작가의 한층 따뜻하고 깊어진 작품들이 건네는 둥글둥글한 위로는 우리의 공존지수를 높여줄 것이다. 꽃 향기 가득한 이 봄, 그녀의 식물들이 건네는 둥근 위로에 귀 기울여 보자.

 

권은영(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각자의 정원-누군가의 위로_107x182cm_장지에 수묵 채색, ink, color on korean paper over panel_2024

 

 

둥근 위로 / harmonious scene / 조화_調和

 

작업은 도시 공간 속에서 공생하는 식물의 존재와 그 의미에 대해 사유하는 방식으로 출발한다. 기존의 자연에 대한 사유를 근간으로 이 시대에 형성된 공간에서의 자연을 언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각 개인의 역사에 기반된 상황과 감정을 일상 속 장면에 개입하여 식물로 대변된 작업을 진행한다. 도시라는 환경에서의 자연과 식물성이라는 키워드는 공간 속 식물의 이미지를 토대로 자아와 자연이 연결된 장면을 연출하며, 여기에서 파생된 식물성의 사유와 이탈된 자연을 통해 이 시대의 자연에 대하여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의 표현방식을 통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공간에서 여전히 향유되는 자연에 대한 즐거움의 감정을 드러내고자 한다. 산수정신으로서의 관념적 사유방식과 풍경적 요소로서의 변형된 표현방식은 작품 속 공존공간에서 자연에 대한 양가적 관점으로 나타나게 된다.

 

수묵의 식물이미지와 공간, 그리고 색감의 세 가지 요소는 이러한 상생의 장면을 연출한다. 식물이미지는 우리 곁에 머무는 자연적인 요소 중의 하나로 도시 안에서의 우리의 모습과 같이 다듬어진 채 조경된 형태로 공간에 흡수되어 공생하고 있다. 이는 작업 과정에서의 장지에 스미는 원상태로서 어떠한 선택 없이 이곳에 태어나 존재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공간이라는 장소성은 축적된 감정을 담은 개인의 역사를 보이는 동시에 그 시대와 사회를 포함한다. 공간은 조화롭고 늘 평화로워야 하며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도시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배색되는 색감은 스며있는 수묵의 식물이미지 곁에서 겹겹이 얹혀지며,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위로와 공감을 더해줄 편안한 인상의 테라피(therapy)적인 색으로 구성되었다.

 

 

머문 자리-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식될 자세_120x170cm_

장지에 수묵 채색, ink_color on korean paper over panel_2024

 

 

작품 속 ‘공존’은 결국 ‘조화로움’을 의미하고, ‘조화(調和)’의 방향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도시라는 장소, 그리고 그 장소에서 경험했던 기억들과 그로 인한 흔적들이 조형적 표상이 되어 드러난다. 자연과 공간을 통해 드러나는 장면과 공기, 그리고 감정들_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_을 통해 따뜻한 안부와 따뜻한 위로를 보내며 조화로움의 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오늘의 무엇이 조화로웠는가에 머무는 것이 아닌 보다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이는 타인보다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하며 내 안의 지향적 사고에 의해 각자의 내면은 잘 자라고 있는가에 대한 사고에 집중할 수 있다. 괜찮지 않은 감정을 다독여 가면서 평정심을 가지고 제자리의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소중함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내일을 기대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이 시대의 존재들에게 다정한 안부를 건내는 《둥근 위로》가 된다.

《둥근 위로》는 <사소한 정원-각자의 방식으로 지탱하고 있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우연한 도시탐조로부터 발견된 두 마리의 새가 조경된 식물과 같이 형상화 되었다.

 

이처럼 비가시적이고 규정할 수 없는 삶의 감정들, 인지하고 있지만 체감하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심려들은 어김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김없이 등장한다. 끝도 없이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삶의 희노애락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라고,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라는 장면을 전한다. 달과 함께, 둥근 위로와 함께,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 그리고 염원하고 희망을 꿈꾸는 밝은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야하는 자세를 취하며 유연한 내일을 바라본다.

 

 

기대된 장면-둥근 자리_73x60.5cm_장지에 수묵 채색, ink_color on korean paper over panel_2024

 

 

 

 

 
 

박상미 | Park sang mi | 朴相美

 

박상미의 작품은 기존의 자연에 대한 사유를 근간으로 이 시대에 형성된 공간에서의 자연을 언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각 개인의 역사에 기반 된 상황과 감정을 일상 속 장면에 개입하여 식물로 대변된 평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조형 예술학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오산시립미술관, 여주미술관, 성남아트센타, 금호전기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독일(Junge Kunst aus Korea)과 중국(My Virtual Garden), 서울(共存空間_이화익갤러리 외)등 에서 23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한 바 있다.

 

Homepage | www.parksangmi.com

E-mail | s1109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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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426-박상미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