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근 展
2024 From the Infinition II
아트스토리자리
2024. 4. 17(수) ▶ 2024. 4. 28(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27가길 54-14 | T.0507-1441-1200
탈작가주의 형식의 작품
‘작가가 제작한 작품은 누구도 변형하거나 훼손 할 수 없다‘는 암묵적 동의는 르네상스 이후 미술에서 강화된 작가주의로 인해 본격화 되었다. 이후 현대도예 또한 같은 영향으로 작가주의가 강화되었다. 작가주의의 등장 이후 협력에 의한 작품의 제작은 위축되었고, 완벽한 작가에 의한 완벽한 작품의 제작이라는 신화가 등장하였다. 작품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올라갔고 작품에 접근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경직되었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태도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도자 작품은 작업과정에 수없이 많은 변수에 직면한다. 이 같은 변수를 의식하면 작가는 경직되고 작품은 변화하기 어렵게 된다. 오히려 박물관에 전시된 항아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벗겨진 유약과 찌그러지고 찢어진 형태 자유롭게 그린 그림을 통해 당시 장인의 여유를 느끼게 된다.
작품제목 ‘From the infiniton’은 이 작품이 탈 작가주의를 추구하여 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내가 만드는 작품이 자유롭게 만들어지고 변화되어 가기를 원한다. 작품이 제작되어 완성된 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끝없이 변화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작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이 작품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대상의 관계를 내용으로 한 작품
나를 둘러싼 수없이 많은 대상은 나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대상과 나는 수없이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이를 통해 내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대상은 타인에서부터 사물까지 무수히 많다.
이 같은 대상이 주로 소재가 된다.
지구본은 삶을 상징한다. 지구본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가장 멀리서 인식하게 만드는 사물이다. 생명이 살아가는 공간을 가장 멀리서 인식한다는 것은 그 속에 있는 자신을 가장 작게 인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들 중에 하나로 자신을 인식할 수도 있다.
집은 사람의 공간을 상징한다. 사람은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고 완벽하게 소유하기를 원한다. 이는 다른 사람과 나를 분리하는 방법이고 우리와 타자를 분리하는 방법이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배타적인 인식이 강화된다.
자동차는 사람의 인체가 확장된 사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강해지기 위해 주변을 변화시키고 자연의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시도가 가장 성공적으로 작동한 것이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강하고 빠르게 변화된 확장된 인체는 세계와 다른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나무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자연을 상징한다. 사람이 사용하는 힘의 원천이고 일방적인 착취의 대상이다.
곤충은 혐오를 기반으로 한 배타적 대상을 상징한다.
혐오의 감정은 본능적이기 보다 교육된 감정이 가깝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교육해온 감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드시 이에 상응하지는 않는다. 명백하게 위험한 대상이 아니라도 혐오의 감정은 발동되고 이를 기반으로 대상을 분리시킨다. 곤충은 인간의 공간에서 배제되는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다. 대상을 분리하고 배제하는 사람의 습관은 다른 사람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대상에게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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