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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展
졸리다 Zolida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4. 4. 3(수) ▶ 2024. 5. 3(금)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 B1 | T.02-733-0440
작업은 발생한다. 삶이 물려준 습관과 흔적, 태어날 때 심장 속에 품고 나온 천성, 피부에 잔류하는 감각들, 그리고 잡을 수 없는 세계를 품으려는 작가의 마음이 한 지점에서 만날 때 발생한다. 송지유는 하마터면 잊혔을 미묘한 감정들을 볼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형태로 기록한다. 그가 작업을 통해 기록하는 것은 장면이라기보다는 체험으로, 희미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조용하고 사적인 경험들이다. 생각은 언제 작업이 되는 걸까? 송지유는 그림을 기대기 위한 합판이나 언젠가 사두고 쓰지 않던 재료처럼 작업실의 일상을 함께하던 사물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작업의 일부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조각 조각 떠오르는 단어를 날것 그대로 수집해 작업실 어느 한 구석에 심어두었다가, 흩어져 있던 이야기가 문득 재료 위에 떠오를 때, 그리고 시간에 의해 적당한 모습으로 다듬어졌을 때 퍼즐을 맞추듯 작업을 이어나간다.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퍼져나가는 파동처럼, 송지유의 작업은 물성이 작가의 생각에 닿는 순간 발생한다.
송지유는 보고 싶은 것을 바라보기 위해 작업을 한다. 영원히 가변적인 감정들, 시간을 거스르며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경외심, 역사속 인물들의 기록되지 않은 일상에 대한 호기심이나, 무정처한 향수를 그린다. 백일몽처럼 일상과 상상 사이를 부유하는 생각들을 글 속에 담거나, 오랜 시간 바라보던 사물 속에서 새로운 형상을 발견해 곧바로 작업으로 옮기기도 한다. 송지유의 작업에서 쓰기와 만듦 사이에는 위계가 없고, 상황에 따라 적당한 재료를 취한다. 세계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감각의 형상을 찾기 위해 드로잉, 회화, 조각, 글 등 매체에 경계를 두지 않고 작업을 진행한다. 같은 맥락 속에서도 매체에 따라 달라지는 근육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무엇을 보았는지를 묘사하기보다는 체험한 것을 사물과 공간의 흐름에 따라 드러나게 한다. 가령, 이미지를 환기시키기 위해 오히려 화면을 잘라내기도 한다[2]. 잘려나간 화면이 지면에 닿으며 만들어내는 굴곡은 작가의 이미지를 몽상과 현실 사이에 걸쳐놓는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는 필라멘트 조각 <머리카락>(2024)과 서로를 반사하며 이어진다.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필요한 경우 조각이 다른 조각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단어로부터 전해지는 생경한 촉감을 머릿속으로 탐색하고, 단어가 벗겨진 자리에 드러난 윤곽과 음영을 그린다.
문소영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큐레이터)
[1] 작가 노트. 2023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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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40403-송지유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