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라 展

 

둥글게 이어진 사이

 

구멍난 신체 시리즈 Holey Body_도기질 적토 red earthenware clay_15×25×15cm_2024

 

 

Gallery DOS

 

2024. 3. 27(수) ▶ 2024. 4. 2(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7길 37 | T.02-737-4678

 

https://gallerydos.com

 

 

어둠 속 아름다움 Beauty in the Dark_흑토, 배양된 버섯 black clay, culturde mushrooms_10×20×8cm_2024

 

 

둥글게 이어진 사이

우리는 초고속 성장을 겪은 사회에서 서있다. 마치 최고 속도로 달리는 멈추지 않는 러닝머신 같다. 한 방향을 향해서 달리는 러닝 머신은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나는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주위를 둘러보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나와 나의 주변을, 그리고 내가 있는 곳을 알아차리는 과정은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비가 내린 후 산책을 하다가 버섯이 피어오른 것을 보았다.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물을 머금고 피어난 버섯. 높게 자란 나무들 사이를 빛내고 있는 존재. 버섯(균사체)은 나무들을 소통시키고, 숲을 하나로 연결한다. 또한 죽은 생물들을 다시 땅으로 보내는, 그럼으로써 새 생명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둥글게 이어진 사이'에서 나는 유형에서 무형으로, 죽은 것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보여주고자 했다.

'아름다움의 어둠'에서 형태가 사라지는 모습은 죽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몸의 형상이 녹으며, 금박이 떨어져 나가고 단단하던 몸은 다시 점토로 돌아간다. 유연하게 변한 점토는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나에게 물은 본질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마른 흙에 물을 붓는 순간 그에 의해 무너지는 점토로 속박하는 존재로부터 탈피하는 여성의 이미지, 물을 채워 넣는 행위를 통해 텅 빈 신체를 회복시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한편, 도자기의 부분을 부르는 명칭은 (목, 어깨, 허리, 배, 엉덩이, 발 등)신체의 이름으로 불린다. 그래서 나는 작업 과정 중 기물을 만드는 것이 신체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점토 조각과 도자기는 여성의 서사를 담는 자화상이다. 책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에서 나오미 울프는 획일적인 체형을 공식적인 신체라고 부른다. 나는 '화장한 사람들'에서 본래의 모습을 가리고, 공식적인 신체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분청 기법을 사용해 표현하였다. 왜 목이 잘려진 조각을 만드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우리의 신체는 너무나 자주 대상화된다. 메두사의 잘려진 머리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나는 불에서 다시 태어난 목이 잘린 여성('곱슬머리')이 억압된 시선으로부터 해방된 여성, 새롭게 태어난 여성으로 보이길 바랐다.

나는 사람들이 각자의 벽을 부숴 불규칙한 창문들이 가득한 세상을 꿈꾼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벽들을 부수고 걸어 나올 때, 우리는 서로 연결될 수 있다. '둥글게 이어진 사이'를 통해 자연과 여성 그리고 공예라는 창으로 모두가 나의 세계를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

 

 

껍질 Bark_석고 plaster dimensions variable_2024

 

 

뿌리 Radical_자기질 백토 white porcelain clay dimensions variable_2022

 

 

둥글게 이어진 사이 Connected in a Circle_도기질 적토 red earthenware clay dimensions variable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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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327-김한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