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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순 초대展
Life & Flight
2024. 3. 27(수) ▶ 2024. 4. 30(화) 관람시간 | 11:00~17:00(일, 월 휴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팔판길 1-12 갤러리 1 빌딩 | T.010-4117-1299
Hymn of life-24M8_1939x1121mm_2024
은유로서의 알, 우주를 만나다 : 작가 안기순의 “영원”
글 민동주(미술평론가)
작가 안기순의 작품은 관념적이다. 작가는 지난 수년간 알을 주 소재로 작업해오고 있다. 알은 균형과 생명력의 상징이다. 끊임없는 순환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역사이기도 하다. 개개의 알에서 시작된 생명은 부화되어 결국엔 사라지지만 개념으로서의 알은 다시 생겨나 끝없이 이어지는 연속성을 의미한다. 즉, 알은 일회성과 영원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알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적 존재이기도 하다. 알은 “충만”한 소우주이며 알껍질을 경계로 대우주와 분리된다. 알의 소우주는 알을 깨고 나옴으로써 대우주와 만나게 된다. 안기순 작가의 알은 “비상”(부화)을 통해 은유로써 대우주와 만나고, 개체가 전체를, 과거가 미래를 만나며 이 겹쳐진 (overlapping) 만남을 통해 “영원으로부터 온 생명력”을 얻는다. 따라서, 단순화된 알의 형상은 실제 모습과 닮았으면서도 관념화된 알이다.
하나의 개체의 상징인 소우주 알과 알 바깥의 세상인 대우주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안기순의 작품에서 알이 처음으로 등장한 “앤디 워홀 스타일”이라는 작품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시리즈를 차용, 먼로의 얼굴 부분을 알로 대체하는 부분 변형을 가한 작품이다. 이로써 안기순 작가의 알은, 평범한 대중적인 사물을 고급 미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의 작품이 지닌 아우라를 얻게 되어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것이 되는 결과를 갖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알이 가치 상승효과를 갖게 된 것이다. 즉, 마릴린 먼로라는 한시적인 아름다움의 상징, 그리고 그보다 더 한시적인 관능을 소우주와 대우주가 만나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며, 개체와 전체가 하나가 되는 관념으로 승화시켰다. 이후 안기순의 작품에서 알은 생명력을 지닌 영원함의 상징으로 거듭 등장하게 된다.
안기순의 이번 전시의 주제는 영원성이고, 알의 의미 변화에 따라 세 개의 소주제로 나뉜다.: “영원으로부터 온 생명력”, “충만”, 그리고 “비상.”
신세한도(新歲寒圖)-23D2_803x652mm_2024
1. “영원으로부터 온 생명력” - 알과 우주의 유비(analogy): 하얀 알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에 떠있다. 알 속에 우주가 투영된 듯 은은하게 우주의 빛을 담아내고 있다. 우주는 넓고 깊어서 낯선 미지의 공간이다. 알과 마찬가지로 우주는 실제 우주를 연상케 하지만 우리 상상 또는 관념 속의 우주를 형상화하고 있다. 시원을 알 수 없으며 영원성의 상징이기도 한 우주는 우리의 세계관이라든가 정신세계를 일컫는 우주와 서로 맞닿아 있다. 알과 우주는 영원성이라는 지평위에 팽팽한 긴장과 이완의 관계 속에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고 또 수렴하고 있다. 알 속의 소우주와 영원의 대우주는 절묘한 공간 구도와 여백의 활용으로 꽉 찬 듯하면서 비어 있고 비어 있는 듯하면서 꽉 차 있는 “충만”감을 준다. 대우주가 소우주 안에 들어와 있으며 동시에 소우주는 대우주의 겸허한 일부인 것이다. 이렇게 안기순의 작품에서 알과 우주가 만나는 지점은 바로 과거와 미래 양쪽의 영원을 동시에 바라(보)는 마음가짐이다. 영원(eternity)은 그것을 향해 나아가며 염원하는 관념이다. 그러나 안기순의 작품은 역으로 영원으로 부터(“from eternity”) 생명력을 얻는다.
Life force from the eternity-24J1_803x708.8mm_2024
2. “충만” - 창/틀로서의 알: 하얀 바탕 위에 한 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지나치지 않은 알의 절묘한 균형감은 생동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준다. 한 알 속에는 움직이는 우주가, 다른 알 속에는 정지한 우주가 있다. 한 알 속에는 현란한 우주가, 다른 알 속에는 정제된 우주가 있다. 어떤 알은 불투명하며 어떤 알은 투명하다. 따라서 “충만”하다. 안기순의 투명한 빛을 칠한 듯한 색감과, 안정과 불안정을 수렴하는 아슬아슬한 구도의 절묘함이 이를 가능케 한다. 알은 영원을 보는 창이다. 세상을 보는 창이며 봄으로써 세상을 담는 틀이기도 하다. 그 알 속에서 아름다운 우주의 빛이 차오르고 있다. 소우주가 대우주를 담고 있고 대우주가 소우주 안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혼돈의 상태에서 빛이 생겨나는 우주 시원의 순간인가, 우주가 사라져 가며 타오르는 마지막 빛인가. 우주는 사라지고 또 다시 시작한다. 알 속에 막 나타나기 시작한 빛은 우주 공간에서의 생명의 탄생과 개체로서의 알의 생성의 순간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생명의 순환을 의미한다. 말하자
Life force from the eternity-24F2_909 727mm_2023
3. “비상” - 흔적: 알의 외양은 매우 정적이다. 그러나 알의 내부는 생명을 태동시키는 에너지를 가질 만큼 매우 역동적이다. 알은 정지한 듯하면서도 역동하며 머무르지 않고 흔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알의 선명한 경계선이 사라지고 윤곽선이 흐릿한 흔적을 남긴다. 생명력은 흔적을 남기며 역사가 되고 사라지지 않으면서 한 편으로는 비상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형태의 변화를 예고한다.
작가 안기순의 작품은, 알과 우주가 서로의 존재감을 대비 속에서 극대화시키며 알은 싵존하는 어떤 알보다도 완벽한 조형미를, 우주는 일련의 중간색으로 표현되었으나, 그 중간색들이 발광체처럼 빛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알과 우주로 단순화된 데서 오는 정제된 느낌,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색의 조화는 지고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관념화된 알과 우주의 모방과 상상이 제공하는 경이로운 아름다움 앞에 넋을 잃고 영원을 경험하게 되는 찰나, 초점은 사라지고 대상과 관람자가 하나가 되는 선(Zen)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수 있다.
Life force from the eternity-24G1_909x727mm_2024
작가 노트
Life force from the eternity 알을 소재로 Life force from the eternity 라는 주제의 작업을 십 여년 하고 있다.
알은 ‘생명’을 품고 있는 존재이다. 그 생명은 영원히 이어진다. 알(egg)의 생명력에 대한 발견에서 시작된 자각은 ‘생명 또한 작은 우주’이다 라는 자각으로 연결되어 지면서 그 생명을 우주와 동일시하며 바라보게 되었다. 알은 생명체로, 그 생명체는 또 다시 알로 이어지며 영원하게 영속 되어지는 그 생명력을 영원한 공간인 우주에 담아 생명이 주는 경이로움과 역설적으로 그 생명 안에 들어있는 또 다른 우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좀 더 거시적인 안목에서 우주 안에 존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우주전체에 퍼져있는 생명의 기운도 담아보았다. 무한한 우주공간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빛의 향연들에서 느껴지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오방색(五方色)이라 불리우는 우리의 색동칼라와 통하기도 한다. 하긴 모든 칼라는 오방색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을까, 이 오방색을 나름대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우주 안에 존재하는 감각적인 칼라로 풀어내어 저마다의 공간에 생명을 주었다.
이 알은 우주 속에 자리잡고 있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별- 지구일 수 있다. 무수히 많은 군상들이 명멸하고 있는 이 지구,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이 지구는 그 자체로 거대한 이야기의 보고(寶庫) 일 것이다. 또한 어쩌면 쌩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름 모를 작은 소행성일지도 모른다. 저마다 이야기를 갖고 있는 생명들이 살고 있는 작은 소행성-, 어린 왕자가 장미에 물을 주고 있는 작은 별, 노을을 감상하고 있는 나의 친구, 아니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어느 누군가가 있는 작은 별. 어느 별에 가면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은 우주로 유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작은 별을 찾아 떠나는 우주여행…. 우주의 생성초기 빅뱅이 있기 전 우주는 알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절을 실제로는 절대로 경험해 볼 수 없는 우리는 영원히 풀지 못할 추론만 제기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우주 태초의 Chaos 에서 Cosmos로 자리잡아가는 모습을 알의 형태를 빌어서 그 안에 무한한 에너지와 깊음이 느껴지는 Deep Blue의 칼라로 태초에 빛이 생기던 모습을 나타내어 보기도하였다
비어있는 듯하면서도 꽉 찬 한국적인 여백의 美로 공간구성을 하면서 동시에 약간은 기울어져 있는 알의 형태는 불완전한 듯하면서 운동감을 줌으로서 단순한 알의 형태의 지루함을 극복하려 했다.
Life force from the eternity-23W1_1167x909mm_2023
비상(Flight or Soaring) 비상(Soaring) 시리즈 작품은 우주공간에 투영된 알의 라인을 일부만을 사용하여 우리 삶의 궤적과도 같은 흔적을 표현해보기도 하였다. 광활한 대지에 해가 떠 오르기 직전의 새벽 미명에 누군가와 함께 날아오르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작업하였다. 그 시간은 만물이 새로운 생동을 위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또한 그 대지는 오아시스가 있어서 아름다운 사막이기도 하고 소설가 펄벅이 그려낸 대지이기도 하다. 날아오른 흔적은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안고 있는 우리 삶의 흔적일 수 있다.
충만(Fullness) 충만(Fullness)작품은 알을 통하여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 알의 내면에 충만하게 있는 생명력을 우주와 동일시 한 것이다. 이때의 알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는 것이다.
Hymn of life 新歲寒圖(신세한도)_소나무 시리즈 그간 해오던 알을 소재로 영원히 영속되어지는 생명과 생명력에 대한 작업의 연작으로 소나무를 소재로 작업하고 있다. 추사 김정희의 歲寒圖(세한도)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고졸(古拙)스러운 멋이 아닌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칼라로 표현하였다. 이 다채로운 빛은 영원함의 상징이기도 우주를 투영한 것으로 내가 저녁노을, 새벽하늘 들은 내가 볼 수 있는 우주이기도 하다. 지금의 우리에게 남아있는 옛 것에 대한 향수는 우리 핏줄을 타고 흐르고 있는 옛 것에 대한 향수, 살아있는 그 감성을 표현하면서 우주를 투영한 작업은 알을 소재로 영원히 영속되어지는 생명과 생명력에 대한 작업의 연속작업으로 소나무를 소재로 다루게 되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알을 소재로 한 영원히 영속되어지는 생명과 생명력에 대한 연속작업이다.
소나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빛은 영원함의 상징인 우주를 담은 것으로 다양한 공간과 시간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빛은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우주인 것이다. 명멸하는 지구의 모든 생명으로 표현해가는 작업과정은 내게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펴는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였다. 그러기에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가지고 있는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색감들로 인하여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나고 복잡하고 바쁜 현대인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사색과 휴식, 힐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About my works 최대한 심플하고 절제된 선과 공간구성으로 풀어낸 나의 평면작업은 컴퓨터 그래픽인 일러스트레이션과 사진을 매체로 작업한 사진의 동류이자 회화이다. 시대적으로 그림이나 예술작품들은 동시대의 가장 새로운 기법과 첨단 재료를 사용해왔다. 나 또한 새로운 표현수단을 사용하여 본 것이고 내가 그동안 도전했던 경험들을 자양분 삼아 작업하였다.
나는 여전히 도전하고 꿈을 꾸는 청년이다.
Flight-1012_803x618m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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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순 | 安奇順 | Ahnkisoon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 9회 | 그룹전 | 80여회 | 한국, 독일, 미국, 홍콩 등
2013 한국미술작가 대상 수상 | 현대미술작가 100인 화집 | 세계수퍼모델 심사위원 | 예화랑 큐레이터 | 영문미술잡지 'AceArt' cover story artist
현재 | 윤우디앤씨 대표, 사랑의교회 아트디렉터, 한울회, 서초미술협회, 이어도 문학회 회원, 제주앤뉴스 칼럼 기고
작품소장 | 부띠크모나코 BD(서울 강남역), ㈜JOIN BD(수원), 사랑의교회(서울 서초동) 외 다수
Homepage | www.ahnkisoon.com E-mail | akis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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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40327-안기순 초대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