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원 展

 

이파리의 왈츠

Waltz of the FoliAge

 

개화 BLOOMING FOLIAGE_50x53x10cm_silkscreen, acrylic and collage on canvas_2024

 

 

Gallery COLORBEAT

 

2024. 3. 26(화) ▶ 2024. 4. 6(토)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15길 3 (방배동) 2층

 

 

이파리의 왈츠 Waltz of the Foliage_silkscreen, acrylic and magnetic collage on canvas_130.3x324.4cm_2023

 

 

왈츠 : 움직임을 구성하는 잔상의 미학
The Waltz : aesthetics of after-image composing motion


바실리 칸딘스키는 <점·선·면>에서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현현”을 강조하며 “자연의 콤포지션 법칙은 예술가에게 외적인 모방의 가능성을 개방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 자연법칙에 예술의 법칙을 대립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라고 기술하였다. 칸딘스키보다 좀 더 앞서 최초의 현대 추상화를 그린 힐마 아프 클린트는 기하학적 패턴과 생동감 넘치는 색상, 그리고 영성과 인지에 대한 개인적 예술 인생의 여정을 보여준 바 있다.

최근 추상화에 대한 단편적 규정과 모든 해석을 감상자들에게 맡겨버리는 무책임함에 대한 필자의 비판적 견해와도 상관이 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윤주원의 작업들은 이러한 입장을 대변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모범이라고 판단했고, 때문에 나름의 ‘의도된’ 시각적 즐거움과 그 저변에 깔린 조형학적 소신이 반가웠다. 혹자는 윤주원의 작업들이 구상화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의 매커니즘은 분명 추상 기반이며, 오랜 시간 진행되어 온 연구와 적용의 결과물이다. 어려서부터 벽지를 보고 있어도 착시를 느낄 때까지 응시하고 지금까지 줄곧 만물을 바라보는 태도를 ‘시지각’이라는 원형 속에서 편집증적으로 파고들었다고 말하는 윤주원의 태도는 흡사 활자에 대한 관심과도 유사해 보인다. 조판 작업은 서로 다른 글자들이지만 하나의 타입페이스 아래 어떤 이미지를 구성하고, 결국 어떤 ‘잔상after-image’으로 기억되느냐를 목표로 하는 시지각적 패턴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인전은 윤주원의 오랜 조형gestalt 연구와 작업은 전형 도출과 복제를 넘어 패턴이 가진 응집력, 즉 “작은 단위가 모였을 때의 힘”이라는 작가의 소신을 느끼는 데에 감상의 포인트가 있다. 모이는 현상 그 자체gathering를 비롯해 선별적 수집collecting, 유대와 연상association, 그리고 구성composition 등 ‘모임’의 주요 속성을 모두 활용하면서 비로소 자연의 생명력이라는 ‘힘’을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윤주원 작업의 주요 매커니즘인 패턴이 보여준 ‘시각체험의 확장’은 이번 전시에서 자석으로 떼었다 붙이며 새롭게 구성할 수 있게 하거나, 기본적으로는 평면 기반이지만 어느 방향에서도 감상하거나 걸어 둘 수 있는 입체성의 자유, 그리고 잘 보이지 않는 뒷면까지 채색을 하는 실물감 혹은 실재성까지 꼼꼼하게 준비한 정성으로 연결된다. ‘보이는 것’에 대해 ‘강박적’이라 할 정도의 끊임 없는 생각이 빚어낸 황홀경. 그것이 왈츠와 같은 리듬과 잔상의 미학이다.

 

 

소용돌이 이파리 SWIRLING FOLIAGE_silkscreen, acrylic and collage on wood panel_24x25x6cm each_2024

 

 

윤주원은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형되는 패턴의 묘미를 보여준다. 경쾌하지만 무게감 있게, 그리고 실용적이지만 소장 가치가 길게 빚어낸 ‘제2의 창조물’들은 현대의 문을 열어젖히며 득세했던 구성주의가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반영주의에 중심을 내준 오늘날, ‘새로운 구성’에의 욕구를 보여준다는 탈현대적 예술의 사명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작가노트를 통해 조력자로서의 삶이 가진 애환을 모티브로 함을 밝혀두면서도 늘 바쁘고 에너지틱하게 사회적 역할과 예술가로서의 집념을 함께 해내온 그녀에게 “나는 아주 작고 하찮지만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도록 하는 거대한 힘이 내 안에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던 아프 클린트의 독백이 겹쳐 들려온다.

판화 기반이지만 단 하나의 에디션을 강조하고, 자연을 소재로 하지만 수많은 연구를 통해 형태와 색에서 조합과 변형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자연은 우리에게 무슨 말을 거는 것일까”에 집착하는 윤주원은 ‘나를 드러내자’는 내면의 소리를 인정하면서 이파리, 사슴뿔 등 “다음 단계를 염두하지 않고” 오로지 창작자 본연의 마음과 대상을 또 하나의 독립된 자아로서 대하는 측은지심으로 패턴을 입혀왔다고 한다. “가령 전작 ‘거북이 발The tortoise foot’의 ‘못생긴’ 형상에 있는 여러 도형적 조합을 새롭게 응시했을 때, 그 역시 아름다움으로 승화할 수 있었다.”는 말은, 고전적 장식 미학이나 현대적 디자인 철학에서는 다 담지 못한 탈현대적 구성이다. 뎀나 바잘리아의 어글리 슈즈를 정말로 어글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발렌시아가 표딱지를 붙여서가 아니다. 어글리 미학이 역설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재해석과 그 ‘잔상’ 때문이다.

약동하는 봄이다. 겨울이 남긴 잔상 중 철새를 잠시 기억해보자. 그들이 보여주는 이동 대형의 장관이 인간에게 감동적인 인상impression을 남기기 위해서 가치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철새들의 조직력과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에 대한 찬사만이 중요한 것일까. 그러기에는 다시 인간의 눈으로 그들이 남긴 시지각은 인상보다는 다 알 순 없지만 패턴화된 자연의 잔상 그 자체에 있음을 윤주원의 패턴들은 모든 계절을 담은 다양한 결과물들로 증명하고 있다.

 

글/배민영(예술평론가)

 

 

플라타너스 이파리 PLATANUS FOLIAGE_silkscreen, acrylic and collage on canvas_60x82x7cm_2023

 

 

필로덴드론 이파리 FOLIAGE PHILODENDRON SELLOUM_

silkscreen, acrylic and collage on canvas_91x182m_2023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40326-윤주원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