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레스 마라 展

 

돌로레스 마라의 시간 : 블루

Dolorès Marat : L’heure bleue

 

장갑을 낀 여인_Archival Pigment Print_1987

 

 

고은사진미술관

 

2024. 3. 8(금) ▶ 2024. 6. 7(금)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로452번길 16 (우동) | T.051-746-0055

 

www.goeunmuseum.kr

 

 

해변에서 원반던지기하는 사람들_Archival Pigment Print_1994

 

 

고은사진미술관은 프랑스 사진가 돌로레스 마라의 개인전 《돌로레스 마라의 시간 : 블루 Dolorès Marat : L’heure bleue》를 오는 3월 8일부터 6월 7일까지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전시제목은 해가 뜨기 전 혹은 지기 전의 푸르스름한 하늘의 상태를 가리키는 프랑스어로, 생업을 이어가며 새벽과 저녁에 작업했던 마라의 상황까지 아우르는 중의적 표현이다. 돌로레스 마라는 40여년간 독창적인 방식으로 감각적인 사진작업을 해왔다. 사람들이 잠들거나 꿈꾸는 시간대에 주로 작업하는 마라는 평범한 일상이 경이로워지는 순간을 포착하여 흐릿하고 거친 입자와 신비로운 컬러를 보여준다. 회화적인 컬러와 톤에서 드러나는 외로움과 섬세한 감수성은 마라 작업의 키워드이다. 이러한 외로움과 고독의 분위기는 돌로레스 마라의 불안한 성장배경과 삶 전반에서 비롯되었다.

돌로레스 마라(1944년 파리출생)는 불우한 환경 탓에 고아원에 여동생과 맡겨져 유년기를 보내고 8세부터 어머니와 살았다. 14세 때 처음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재봉사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사진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던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집 근처 사진관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고, 결혼 후 파리로 가서는 잡지사의 현상과 인화를 담당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본인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마흔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였다. 출퇴근 시간을 쪼개어 새벽이나 해질녘 이동하면서 촬영하다보니, 사진의 대상은 그녀를 둘러싼 주변 모두였다. 그러나 수줍은 성격 탓에 사람들 반응이 두려워 빠르게 걸으면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아그파 200(주광용(晝光) 슬라이드 컬러필름)으로 빛이 부족한 시간대에 촬영하니 노출시간이 길어지고, 인공조명으로 인해 색의 밸런스도 미묘하게 무너졌다. 그러나 오히려 이렇게 우연히 표현된 비현실적인 컬러와 흐릿하고 흔들린 이미지가 돌로레스 마라 특유의 스타일이 되었다. 예술과는 거리가 먼 집안환경에서 그녀가 처음으로 접한 고흐와 고갱의 화집은 강렬한 색채와 터치로 그녀를 사로잡았는데, 이러한 경험이 색을 섬세하게 다루는 계기로 이어진다.

 

 

농업박람회의 녹색말_Archival Pigment Print_2003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감각적이고도 솔직하게 반응하는 마라는 자신을 매료시키는 대상이 자신의 세계에 갇힌 존재라고 말하는데, 다른 의미로 자신을 투영시키는 존재에 공감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군중 속의 외로운 사람, 갇혀 있는 동물, 쓸쓸한 풍경에서 어떤 강렬한 인상을 받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촬영을 하고, 필름을 확인할 때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의 느낌이 담겨져 있는가이다. 작업의 핵심은 컬러 자체가 아니라 촬영을 할 때 그녀가 느꼈던 감정 그 자체인 셈이다. 대상과 마주하며 받은 인상이 우연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컬러로 표현될 때 비로소 그녀의 사진은 완성된다. 모든 작품들은 대상을 통해 그녀가 느끼는 감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그녀의 자화상이다.

1968년 잡지사에서 흑백사진만 인화하던 그녀는 우연히 알게된 프레송 프린트(Fresson print, 1952년 프랑스 프레송 가문이 개발한 컬러와 망점을 남기는 입자가 강조되는 기법)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다. 생애 최초의 카메라였던 미놀타를 거쳐, 마라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필름 카메라 두 대(라이카 R8와 라이카 minilux zoom)로 촬영하고 있다. 프레송 가문의 세대가 바뀌면서 프레송 프린트의 컬러 구현이 쉽지 않자, 슬라이드 필름을 스캔하여 리터칭하고 질감을 살릴 수 있는 파인아트지에 인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고은사진미술관 기획전 《돌로레스 마라의 시간 : 블루》에서는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인 1984년부터 최근 2022년까지 돌로레스 마라의 대표작 60여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모든 프린트와 액자, 월페이퍼는 프랑스 아를 현지(아뜰리에 SHL)에서 마라의 검수를 거쳐 특별히 제작된 것이다. 프린트의 질감과 컬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유리없는 액자로 제작했으며, 특별히 프린트 가장자리 결을 살린 포인트 액자 2점과 대형 사이즈로 인화된 월페이퍼도 선보인다. 전시는 이러한 돌로레스 마라의 사진적 특징이 극대화 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그녀의 내면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시작해서 세상과 마주한 복잡한 감정들을 멀티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보여주며, 보다 내밀한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들은 마라의 방처럼 구성된 공간에 전시된다.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풍경과, 외로운 존재, 그리고 도시의 풍경을 거쳐 저 너머로 펼쳐진 길에 다다랐을 때야 비로소 그녀와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돌로레스 마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주목을 받았으나, 현재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자신의 외로움을 섬세한 감성으로 아름답게 승화한 돌로레스 마라의 작품을 한국 최초로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cinq26, Granon Films에서 제작한 마라의 일상과 작업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돌로레스〉(2022, 프랑스, 70분)도 전시장 내에서 상시 상영한다.

 

 

파리 그레뱅 박물관의 여인_Archival Pigment Print_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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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308-돌로레스 마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