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것들 展

Beyond Words

 

몽게지 은카파이, 서제만

 

 

 

갤러리 기체

 

2024. 2. 22(목) ▶ 2024. 3. 20(수)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가길 20 | T.070-4237-3414

 

https://www.gallerykiche.com

 

 

Jeman Seo 作_Under the curved fog 2024_Oil, graphite, oil pastel, color pencil on canvas_140x132cm

 

 

기체는 2024년 첫 전시로 몽게지 은카파이, 서제만 작가 2인전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연다.

케이프타운과 서울에 살고 있는 두 추상 회화 작가는 내면의 음률과 도시 풍경(몽게지 은카파이) 또는 삶의 크고 작은 사건, 장소 등에 얽힌 기억들(서제만)을 담아낸다. ‘즉흥성’은 두 작가 작업을 아우르는 한 축이다. 다만, 이는 오로지 직관에 몸을 내맡긴 채 사고의 일시 정지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 대상이 내면화되는 과정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동하는 기억, 감정을 집요하게 붙들어 되새기는 ‘사고 지연(thought retardation)’에 가깝다. 그것은 곧 말로 내뱉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화면에 스미도록 하거나, 새기는 일이다.

몽게지 은카파이(b.1983)에게 회화는 재즈나 즉흥 음악을 연주하듯 건축물들, 사람들의 움직임, 시간과 속도, 음식, 조명 불빛과 날씨 등 도시마다 다른 풍경과 정취, 그리고 그 안에서 작가가 느끼는 감정들을 한데 어우르는 장(場)이자, 이로써 존재의 내면을 탐색하는 매개다. 일상적 의사소통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는 그에게 짙고 옅은 색채, 도시나 자연에서 비롯된 기하학적 형태, 리드미컬한 선들은 자신의 경험, 감각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그는 먼저 종이나 캔버스에 잉크가 번지고, 스미도록 해 색의 층을 만들고, 그 위에 불규칙한 ‘엇박offbeat’의 패턴이나 도형들, 선들을 그려 넣는다. 추상화가이자 판화가로 자신을 소개할 만큼 판화기법에 익숙한 은카파이의 재료 선택과 적용하는 작업방식은 <Worried Women>처럼 비교적 선명한 채도와 얇은 화면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The Blessing>에서 보듯 심연의 깊이감을 부여한다.

서제만(b.1988)의 회화 작업은 멀거나 가까운 과거에 그가 몸소 겪고, 접했던 온갖 크고 작은 사건들이나 대상들에 연관된다. 기억이나 경험에 얽힌 미세한 의식의 흐름을 좇으며 흑연, 색연필, 오일 파스텔 등의 건식 재료와 유화 물감으로 캔버스나 종이 위에 겹겹이 낙서하듯 긋고 문질러 덧바르는 행위를 거듭한다. 작가는 무수한 행위의 반복 안에서 기억과 그에 얽힌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붙들어 고정된 좌표를 남기고자 한다. 낙서화나 드로잉에 가까운 작업방식은 의식 저편에 안개처럼 뿌옇게 남아 있던 어떤 감각을 일깨우기도 하고<꺾인 안개 아래로>, 뇌리에 강하게 남은 특정 기억에 구체화되거나 새로운 인식을 부여<바퀴 달린 들 것>하기도 한다. 따라서 서제만에게 회화의 작업과정 자체는 스치듯 지나간 직선의 시간을 구부리고 늘려 기억과 감정을 더디고 세밀하게 되새기는 ‘감각 혹은 사유장치‘를 작동하는 일이다.

 

기획, 글. 윤두현(기체 디렉터)

 

 

Jeman Seo 作_A few strands of dust 2022_Oil, graphite, oil pastel, color pencil on canvas_180x170cm

 

 

Mongezi Ncaphayi 作_Worried Women 2024_Mixed media on canvas_105x105cm

 

 

Mongezi Ncaphayi 作_Aquarian Dream 2024_Mixed media on canvas_60x4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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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222-말할 수 없는 것들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