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나타나는_存在와 不在 展

 

김지연 백은하 이주희

 

 

 

스페이스 엄

 

2024. 2. 14(수) ▶ 2024. 3. 2(토)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309길 62 (방배동) | T.02-54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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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作_부유하는 자리_합판에 퍼티와 페인트_지름55cm_2023

 

 

사라지고 나타나는__存在와 不在

 

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

 

스페이스 엄이 선호하는 2-4 인 전시의 형식은 각기 다른 장르와 스타일의 작가의 숨겨진 공통점을 찾아 역으로 주제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기획의 첫출발은 왜 이들이 모여야 하는지 당위성과 설득력에 대한 고민. 이 해답이 명쾌할 때 관객들은 이렇게 다른 작가와 작품이 만들어낸 시각언어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반면, 반대의 경우 종합선물셋트처럼 일렬로 늘어선 작품의 군집만을 보게 된다.

이런 점에서 김지연 백은하 이주희 3인전 <사라지고 나타나는> 역시 관객들에게 왜 이 세 명이 모여야 하는지 명확한 정의를 던진다. 셋 다 여성작가라던가, 제목 그대로 “있었다가 없다가”하는 뭔가를 주제로 했다는 답도 틀린 건 아니지만 너무 1차원적이다. 기획자의 눈에 띈 이들의 공통분모는 바로 ‘시간’이다.

노동집약적인 작업방법 덕분에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점이나, 관념적 측면에서 각각의 작품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와 결과로 재해석된다는 점이 그러하다. 김지연 작가가 부조로 작업한 의자를 보자. 작가는 의자가 가진 클리셰적 상징인 ‘권력’ ‘신분’ ‘휴식’에서 더 나아가 인생의 여정에서 지금 머물고 있는 자리로서 의자를 택했다. 그 ‘자리’가 불변부동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변적이고 일시적인 存在이자 不在가 된다는 명제를, 작가는 빛의 방향과 각도에 따라 보이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얕은 양각으로 재현했다.

백은하 작가는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인간으로 인해 고통받는 상황을 섬세하고 은은하게 화폭에 담았다. 생명의 탄생과 소멸 자체가 시간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인간의 개입으로 존재가 위협받고 멸종(不在)에 직면하면서 그들의 타임테이블이 순리에 어긋나게 됐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호소하는 환경보호와 생명존중은 사실상 모든 생명체의 삶과 죽음이 원래의 시간을 따르게 하자는 동의어가 되는 것이다.

이주희 작가가 ‘풍경’을 통해 묘사하는 ‘기억’은 시간에 가장 예민한 대상의 하나이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1초의 시간이라도 지난 순간부터 과거이자 기억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모호해지고 변형된다. 머릿속에 자리잡은 과거의 이미지는 개인의 경험과 성향 감정에 따라 실재와 다르게 저장되는 기억의 산물이다. 선명하다고 확신하는 기억들 조차도 실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 시간을 경험했던 순간 내면을 채웠던 감성과 느낌만이 남은 것이다. 그래서 작가도 관객들에게 기억의 공감이 아닌 감정의 공감을 원하는 거겠지.

세 작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전시의 마무리는 무엇이 사라지고(不在) 나타나는지(存在) 공통된 답을 제시하며 귀결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전시에 임하는 관객들이 작품에 자신을 투영해보길 권유한다. 각자의 인생에서 무엇이 존재하고 부재하게 됐는지 생각하는 그 시간이야말로 이번 전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주제이자 목적이니 말이다.

 

 

백은하 作_마지막붉은여우_천과실,아크릴_53x45cm_2024

 

 

이주희 作_사라지고나타나는_73x51cm_종이에 먹,채색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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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214-사라지고 나타나는_存在와 不在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