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 갤러리 도스 ‘표상한 감각’ 기획공모 선정작가展

 

김희용 展

 

잠재적 가치

 

아로새기다_석고에 선각기법_20x21x2cm_2023

 

 

갤러리도스

 

2024. 2. 14(수) ▶ 2024. 2. 20(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737-4678

 

https://gallerydos.com

 

 

생성과 소멸_끊임없이 반복되는 선, 영상 이미지, Video_5min 12sec_2023

 

 

삶의 나이테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인간의 본성은 스스로 사고하고 지각하는 모든 인체의 활동을 의미하는 의식 그리고 계획하지 않고 자연스레 잠재된 관념의 마음의 상태인 무의식으로 형성되어 있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을 큰 빙산에 빗대어 의식된 이성이나 지성은 물 위에 드러난 빙산의 극히 일부분이며 의식되지 않은 무의식은 심층의 은폐된 부분이라 말한다. 이렇듯 무의식은 의식과 비교했을 때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인간의 정신세계에 지속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인간의 정신활동의 대부분은 무의식에 속하며 의식되지 않은 것은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는 강인한 힘을 갖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희용 작가는 무의식의 차원에서 행해지는 반복적인 선들의 운동성을 통해 수행적 행위에 도달하고 그 과정으로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한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선의 패턴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순간 무아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선을 긋는 행위는 인간의 조형성 추구의 가장 첫 단계로서 기호나 상징으로 존재하게 되며 선으로 가득 찬 세계를 제시하여 자신의 감정, 생각, 욕구 등 내면 깊은 곳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의 몰입은 물질과 정신을 연결시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직접적이고도 적극적인 개입을 추구한다. 이렇듯 작품에 있어서 선은 작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조형요소로 사용된다. 작업을 하는 당시 감정의 변화, 몸의 컨디션, 기계의 움직임 등 즉흥적이고 우연적인 요소로 인해 자유로운 곡선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렇듯 율동감 있게 움직이는 곡선의 반복과 변화는 몰입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져 가며 다양한 패턴으로 드러난다.
돌, 석고, 도자의 표면에 다양한 선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선각 작업은 작품의 물리적 표면을 강조하고 특유의 질감을 표현하는 기반이 된다. 평면에서 행해지는 드로잉적인 표현은 각기 다른 힘의 곡선들의 집합을 이루며 방향성과 운동성의 에너지를 갖고 3차원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딱딱한 재료의 표면 위로 유연함과 생동감 있는 특징의 곡선이 전개됨에 따라 작품은 보다 다양한 심상의 유형을 갖는다. 또한 인위적인 가공이 없는 자연의 돌과는 대조적으로 인위적인 선이 어우러짐으로서 조화와 대립을 이루고 만남의 과정을 이루며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처럼 서로 대립되는 것들의 결합은 원초적인 재료의 특징과 성격을 더욱 부각시키고 조각 작품 자체의 장식성을 높여준다.

 

 

Carving-Energy_합성수지, 아크릴, 우레탄 코팅_49x35x12cm_2024

 

 

작가는 선이라는 단순한 표현 요소의 반복을 통해 깊이감과 공간감을 만들어 작품에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그 결과 작품을 바라보고 대상화하는게 아니라 작품 속에 들어가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느끼며 시각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연상시키는 촘촘하고 섬세하게 반복되는 선의 운율이 마음 속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바라보면 마음이 고요하게 정화되며 적당한 온도로 전해지는 감각들이 온전히 느껴진다. 예측할 수 없고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가 모여 삶의 나이테를 완성하듯 우연이 모여 만들어진 작품의 굵고 얇은 저마다의 선들이 균형을 이루며 힘찬 생명력과 에너지가 담긴 새로운 세계를 표상한다. 이번 전시를 감상하며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형성해온 주변의 수많은 일들과 고유한 정체성을 천천히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아로새기다_석고에 선각기법_60x50x12cm_2024

 

 

아로새기다_氣_브론즈에 선각기법_20x11x16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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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214-김희용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