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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유리상자-아트스타 신예진 展
봉산문화회관
2024. 1. 19(금) ▶ 2024. 3. 24(일)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동) | T.053-422-6280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땅에는 풀이 자라지 않는다. 풀이 없어진 땅에는 더 단단한 형태로 포장된 길, 그리고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더 이상풀이 자라날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다. 만약 이러한 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게 된 자연물들이 인간이 그래왔듯이 산업 문명을 받아들인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자가-재생산의 과정을 거쳐 기계적인 조직화를 이루는 형태를 가지게 된 어떤 개체들은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단단한 금속을 두르게 되고, 기계부품을 적절히 활용하여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형태를 보이게 될 것이다. 혹은 자기 보호시스템을 갖춘 공격적인 형태를 가지게 된 개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전시는 이런 상상에서 비롯된 개체를 숭배하는 제단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거대하게 박제되어 명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마치 실재하는 나무의 형상으로 보이다가도 생물의 한 부분 같기도 한, 알 수 없는 형태로 설치된다. 자연사 박물관에 있던 공룡의 뼈대를 감상하며 그 뼈대 위에 살을 붙이고 생명을 불어넣던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설치된 대형작품은 가동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는 미지의 생명을 연상하게 한다. 그 주변에는 백자 입방체로 제작된 나무와 돌들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세라믹 타워가 일정한 간격으로 원형을 그리며 나열해 있다. 마치 자연물들이 모여 새로운 탄생을 축하하는 모습을 연출한 작품은 자연이 스스로 만든 신전이나 제단의 형태로도 보인다. 신도들에게 은혜를 내리는 듯, 연출된 빛의 움직임이 전시장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비춘다. 그리고 찬송 같기도 하고, 기도 같기도 한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이제 주변으로 밀려난 자연은 스스로 신물이 되어 그 힘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의지를 가지고 인간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고 한다. 우리는 코로나시기를 겪으면서 인간에게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그저 묵도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이전, 일방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던 우리들에게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과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이제까지 자연의 적극적인 반발 없이 인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현재는 그 선택권이 자연에게 돌아가 그들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할지도 모른다. 이 전시를 통해 “자연이 인간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계문명을 받아들인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현재의 우리가 자연과의 미래를 생각할 때 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와 답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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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40119-신예진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