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to Itsuki 展

카이토 이츠키

 

Treed Codependency

 

Treed Codependency(Belts and two embryos)_Oil and charcoal on canvas_91x72.7cm_2023

 

 

Gallery MEME

 

2024. 1. 17(수) ▶ 2024. 3. 15(금)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5길 3 | T.02-733-8877

 

www.gallerymeme.com

 

 

Treed Codependency(Yellow branches)_Oil and charcoal on canvas_91x72.7_2023

 

 

Treed Codependency

이 젊은 작가의 영토는 한껏 넓어졌다. 수치심, 가면, 불쾌, 혼종의 도상들이 수수께끼 같은 은유들과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불협화음도 더 강렬해졌다. 그래서 더 매혹적이다. 2021년 갤러리밈에서의 전시 이후 뉴욕과 런던, 방콕, 베이징, 홍콩, 취리히 등으로 이어진 개인전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기회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여성의, 30대의, 일본작가의 정체성으로서 그렇다는 것이다.

카이토 이츠키(皆藤 齋 Kaito Itsuki)는 애초부터 자신에 대한 그와 같은 분류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그런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하지도 않는다. 중국이나 유럽 콜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일본스럽다고 여기는 지점과 자국 관객들의 전혀 일본작가 같지 않다는 반응 모두 작가에겐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언어가 아닌 문화의 다양성으로 소통하는 미술현장에서의 체험은 이 젊은 작가가 스스로의 경계를 확장해 가는 데 더없이 귀한 자양분이 될 터이다.

한국에서 두번째로 선보이는 개인전 ‘Treed Codependency’는 단골 소재인 얼굴 없는 남자부터 인간의 몸을 공유하는 새, 숫자와 도형, 칼날과 포박용 도구들, 가면, 배설물에 이르기까지 생경스러운 조합의 수상한 풍경을 펼쳐낸다. ‘공의존’ (codependency)은 타인과의 불균형적인 관계맺기가 초래한 자아의 부재로 인해 서로에게 역기능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관계를 이르는 심리학 용어다. 실제로 관계의 근본이 되는 ‘공감’과 같은 심리적 현상은 대상과의 간극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자아를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제목이 함의하는 맥락을 작품 속에서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화면 속 이미지들은 의미 없이 그저 충돌하거나 접점 없는 개별적 존재로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인간과 동물, 사물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모으고 흩어내면서 기묘하고 때로는 불온해 보이는 환상의 세계를 거침없이 직조해낸다. 작가의 내러티브 안에서 인간은 새와 함께 화분 속에 심겨져 뿌리를 내리고(‘Green Pot’), 새에게 기꺼이 피를 나누거나(‘Feeding from Vein’), 심지어는 신체 일부를 둥지로 내어주기도 한다(Feeding Birds). 이쯤이면 이제 새는, 너이거나 혹은 내가 된다. 그리고 ‘관계’라는 것에 따라오게 마련인 압박과 순응의 무게를 가늠해 보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어리석음과 교훈이 절묘하게 뒤섞인 우화와 같은 형식을 빌어 타존재의 수용과 자아의 영역 사이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제로 반려동물로 새를 키우고 있는 작가는 대상의 속성을 자신에게 투영시키는 방식으로 자아 표현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고 말한다.

지난 전시에 이어 거듭 등장하는 인간의 배설물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드러내는 강력한 기호로 자리잡은 듯 보인다. 귀여운 형태와 칼라로 변형된 이 도상은 수치심과 원초적 자아의 상징이다. 작가는 불쾌하고 쓸모없고 수치스러운 이 금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신화의 스토리텔링을 가져온다. 코코넛 꽃에서 탄생한 여신이 자신의 배설물로 마법의 힘을 지닌 소중한 식량을 키워낸다는 인도네시아 신화 속 여신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작가가 이전에 다루었던 그리스 신화의 아마조네스에 이은 또다른 여신의 존재로, 아마조네스가 남성이라는 권력의 주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유토피아를 꿈꾸었다면, 이 여신은 순환하는 대자연의 생명력으로 세상을 품고 키워낸다. 신화를 통해 금기의 대상은 고귀한 존재로 전환된다. 작가는 때로는 당혹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들여다보기 위해 신화나 고대서사를 은유의 렌즈로 사용하며 금기를 넘어서는 신기루를 제시한다. 그 신기루 속 환영들은 대담한 칼라의 극명한 대비로 불안감과 생생함이 공존하는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 재능 넘치는 젊은 작가가 세상을 향해 내미는 자신의 신화는 여전히 낯설고 때로는 불편하다. 그럼에도 저항없이 작가의 내러티브 안으로 흡수되도록 이끌어지는 것은, 다른 존재로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과 자율성에 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때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잉여적 행위나 이질적인 행위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마음과 몸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균형점을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겠냐는 제안 또한 그러하다.

수많은 역경 끝에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여느 신화의 본질처럼, 카이토 이츠키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 역시 자신만의 정체성의 체계를 세우고 자아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내면의 영토일 것이다. 불순함이 순수함을 단련시키고, 생경함이 더 자연스럽고, 불완전성이 도리어 신비가 되는 카이토 이츠키의 역설의 신화가 그 영토 안에서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무성한 잎을 피워낼 것임을 감히 확신해 본다.

 

 

Bijous (Black horn)_Oil on canvas_33.5x24.5cm_2023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 중

작품의 주요 포인트는?

-상반되는 요소들이 키메라(chimera)처럼 결합되는 지점이다. ‘귀여운/무서운’, ‘밝은/어두운’, ‘추상적/설명적’과 같이 대비되는 요소들을 다양하게 포함시키려고 한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해외 관객들은 그 가운데서 각기 다른 끌림의 포인트들을 찾아내는 것 같다. 그 점이 흥미롭다.

작품 속 내러티브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컨셉을 정하면 모티프들이 끝말잇기처럼 연결되며 떠오른다. 주제에 따른 제한은 있지만, 그 제한 때문에 시너지가 증폭되는 이미지를 잡아낼 수 있다. 폭력적 이미지나 불편한 소재들을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각각의 이미지에 부여되는 개별적 의미보다는 끝말잇기처럼 이어지며 발생하는 대비나 은유가 상상의 경계를 더욱 확장시켜주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비생산적이고 불필요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사람의 배설물 이미지로 표현한다. 쓸모없고 혐오스럽고 불쾌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정체성의 한부분이다. 사회의 암묵적 규범이나 억압적 금기를 넘어서는 과정들이 우리를 단순한 존재에서 사유하는 인간으로, 그리고 예술의 세계로 이끈다고 생각한다.

 

 

Feeding birds (Pink machine)_Oil and charcoal on canvas_53x45.5cm_2023

 

 

Feeding birds(under the light)_Oil and charcoal on canvas_53x33.3cm_2023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40117-Kaito Itsuki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