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내스 展
김원근 · 박준상 · 송진욱 · 신창용
스페이스 엄
2023. 11. 25(토) ▶ 2023. 12. 16(토)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309길 62 (방배동) | T.02-540-1212
www.spaceum.co.kr
김원근 作_복만이_18x13x27cm_세라믹.유약_2023
김원근 / 순정남이 선사한 웃음 _ 이재언 평론가
개봉박두! 겉은 터프하지만 속마음은 수줍음이 많고 여리기만 한 사내와, 반면 겉은 조신해 보여도 강한 남자에 대한 지배욕구가 웅크리고 있는 숙녀와의 영화 같은 사랑이 드디어 시작된다. 언제부턴가 조폭이나 건달이 주인공인 느와르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나오더니만, 이젠 예술작품에도 등장하는 것인가. 칙칙한 느와르의 플롯에 휴머니스틱한 빛을 비춰주는 베아트리체 같은 여주와의 위태롭고도 달달한 멜로가 섞여 흥행의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짧은 머리, 불룩한 배, 치켜 입은 바지, 꽃무늬 셔츠, 찢어진 눈…. 일명 건달 혹은 ‘깍두기 아저씨’의 특징들이 죄다 있다. 현실 속에서 마주하면 반가울 리가 없을 텐데, 작품으로 보니 볼수록 정감 있고 귀여운 데가 있다. 야수라고 내면에 아름다움이 없는 것이 아니며, 미인이라고 내면에 추악함이 없는 것은 아닐 터....”(졸고, 문화일보 2018.8.7일자)
이렇듯 인상과 어울리지 않는 장미꽃 다발을 안고 있는 건달을 모델로 한 조각이 처음 선보였을 때, 그 낯설고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에 다들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하나 같이 웃음을 참기 힘들어 한다. 오히려 외모와는 달리 나름 순수한 내면을 지니고 있는 순정남의 짝사랑에 연민까지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이러한 표현이 유들유들한 나쁜(?) 사내들과는 다른 순정남의 스토리, 그 순정과 진심이 여심을 감동시켜 결혼으로까지 골인하는 그렇고 그런 통속 드라마의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작가 자신이 모델일 수 있지만,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편견대로만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현실일 수도 있다.
작가가 자주 등장시킨 여성 앞에서 조바심 내는 순정남 모습과는 달리 정글 같은 사각의 링에 내몰린 복서의 모습에서는 좀 다른 각도에서 우리의 사회심리학적 현실을 패러디하고 있다. 복싱 글러브를 끼고 누가 봐도 힘깨나 쓰게 생긴 쌈꾼의 모습이지만, 실상은 여기 저기 상처투성이 모습이며, 약간은 겁에 질린 듯한 눈빛이 애처롭다. 강해 보이려고 온몸에 문신을 했지만 정작 눈빛은 그게 아니다. 약자에게 가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호색을 띠고는 있지만 역시 세상은 무섭다. 이것이 오늘은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키득거렸지만 점점 생각이 거듭되면서 블랙코미디 같은 현실에 웃음기가 사라진다.
조각적 매스 위에 그리기를 펼친 것만을 놓고 볼 때, 그림을 그리는 감각이 대단히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조각이 있어 그림이 살고, 그림이 있어 조각 또한 산다. 조각적 모델링(더구나 대형 작업)에 강렬한 색상과 유머러스한 디테일의 그림 감각이 곁들여진 점은 의미가 있다. 크로스오버의 전범이 될 만한 이러한 성취는 앞으로 공공미술 전반에 걸쳐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박준상 作_시대유감 '돈키호테'_25x16x58(cm)_Ceramic_2023
박준상 / 시대유감
지친 일과를 끝내고 샤워를 하던 중 문득 거울을 보았다. 전에 없던 내 얼굴 속 미간의 주름.. 하루를 ‘사는 것’이 어느 순간 ‘살아 내는 것’이 되어버린 현재의 삶.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 낸다는 것이 고스란히 내 얼굴에 새겨져 있는 듯했다.
정치, 경제, 종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는 삶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싸우며 살아내고 있구나..
가만히 잠들어 있는 내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수하디 순수한 얼굴, 세상의 시름 따윈 존재하지도 않을듯한 아름다운 표정. 나도 저러했을텐데... 모든 부모가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러하듯, 내 아이가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 밝고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길.. 지금의 예쁜 모습 그대로 행복함으로만 가득한 표정만 짓고 살아가길...
내 아들의 미간을 조심스럽게 찡그려본다. 그래도 귀엽다.... 웃음이 났다..
어느 순간 내 삶의 원동력과 이유가 되어버린 내 아이를 보며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애틋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 지금 내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벅찬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서 ‘아이’ 라는 희망의 이유와 ‘사랑’ 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겠구나... 그 마음 변치않고 살아내야 겠구나..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손하트를 세상에 던지고 있는 아이의 모습. “시대유감”
내가 느꼈던 그날의 감정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송진욱 作_비주류의 아름다움 L SERIES NO.69_116.8x72.7cm_캔버스에 아크릴,오일_2023
송진욱 / 비주류의 아름다움
사회적인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집중한다. SNS, 길거리, 잡지 등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에서 내가 생각하는 비주류의 외모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 요소를 조합하여 가상의 인물을 캔버스 안에 만들어낸다. 좌우가 비대칭이며 눈은 사시이다. 사백안의 눈동자를 하고 있고, 코는 비뚤어져 있으며 앞니는 벌어져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마스카라는 떡 져 있고 앞니에는 립스틱이 묻어 있으며 몸 구석구석에는 점과 여드름도 있다. 우리가 늘 수술과 시술, 화장으로 고치고 숨기려고 했던 외모들의 총 집합이다. 캔버스 속 가상의 인물들은 자신의 모습이 썩 맘에 들지 않을 것이다. 알다시피 일반적인 미의 기준에 어긋나 가치 있다고 여겨지지 못하는 콤플렉스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타인에게 아름다워 보일 뿐 아니라 자신조차 그 모습을 사랑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해준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세팅 된 그들의 모습은 그 누구도 추하다고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곧 아름다움은 대상의 외모에서 오는 것이 아닌 스타일에서 오는 것이다.
신창용 作_∞(무한)_acrylic on canvas_45.5x27.3cm_2023
신창용 / 덕화:덕후의 그림
저는 덕화라는 장르를 스스로 명명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덕화의 뜻은 덕후의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주로 제가 탐구하는 여러 대중매체와 게임 등에서 작업의 소재를 얻고 그것을 캔버스에 시각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상 공간에 멀티버스 개념을 도입하여 여러 캐릭터들을 함께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고독하거나 고립된 그리고 고뇌에 찬 캐릭터들을 그림에 등장시킵니다. 그것은 제가 그러한 성향을 추구하기 때문인데 고독한 캐릭터들이 함께 상상의 숲에서 캠핑을 하면서 음식을 먹는 장면을 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각자의 활동에 바쁜 빌런과 히어로가 혼자가 아니지만 혼자인 듯 함께 있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실제 우리의 삶은 압축하고 상징화하여 보여주고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공감합니다. 저는 제 그림을 통해서 관객이 삶의 여유와 위트를 느낄 수 있기를 생각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살아 가면서 마음속에 자신만의 이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여러 매체는 사람들이 이상을 꿈꾸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여러가지 종류의 즐거움을 느끼는데 그 중에 하나는 그림에 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여러 소재들을 등장시키고 나만의 상상의 공간에 펼쳐 놓는 것입니다. 항상 저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그곳은 '정신의 그릇'이 되어 그림을 그리는 그 시기의 내 인생이 나아가는 방향성을 나에게 제공하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세계의 질서가 적용되는 곳이 되어줍니다. 제가 그림 안에 담아 놓은 여러 이야기들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조금씩 스며 나오고 공감을 통해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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