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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화 展
월동준비
월동 준비, 2022_Oil on linen_169x146cm
drawingRoom
2023. 11. 3(금) ▶ 2023. 11. 30(목)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7길 68-4, 2층 | T.02-794-3134
결, 2022_Oil on linen_149x143.5cm
나무에 머무르는 것들: 시선, 형태, 삶
콘노 유키 비평가
저기 보이는 나무, 그의 삶은 우리보다 덜 유동적인 상태로, 서 있는 곳에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변화를 지켜봐 왔을 것이다. 한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본 저 나무. 설령 이파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나무는 자신의 삶을 간직한다. 사실 ‘활동’과 ‘삶’은 비슷하지만 다른 말이다. 삶을 산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가시적인 움직임 즉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아닌, 차분하거나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고 계속되는 것이다. 나무에게 꽃이 피거나 푸른 새잎이 나는 것이 활동이라면, 한겨울에도 나무는 삶을 살아간다. 나무껍질이 벗기고 잎사귀가 떨어져도, 나무는 거기에 있다=존재한다.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 문규화가 나무를 그린 이유는 나무가 거기에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다. 거센 바람에 흔들릴 수는 있어도, 나무는 제자리를 떠나 움직일 일은 없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물과 달리, 작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나무의 존재를 향한다. 드로잉룸에서 열리는 문규화의 개인전 《월동 준비》에서 소개되는 작품이 나무 본체에 주목한 점 또한, 그것이 가만히 있기=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잎사귀가 떨어지고 가지가 부러진다고 해도, 나무의 본체는 거기에 있다.
단합, 2020_Acrylic on linen_193.x112.1cm
나무가 간직하는 생기와 그것이 살아온 삶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선이 통과하면서 회화로 표현된다. 《축축한 초록》(프로젝트 경성방직, 2018)과 《바람이 더 불었으면 좋겠다》(갤러리 가비, 2019)에서 표피와도 같은 산의 겉모습에 집중했다면,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내부에 관심을 보낸 시선으로 그려졌다. 멀리서 보던 산에서, 숲을 지나고, 한 나무 앞에서, 절단된 나무가 담는 윤곽선, 윤곽선 안에 새겨진 나이테, 이 나이테가 간직하는 삶의 시간으로, 시선은 안쪽으로 더 깊숙이 향한다. 그런데 어쩌면 작가는 초기부터 자연과 사람, 즉 보는 사람의 시선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에 관심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전 시기에 산을 그린 작품을 보면 일부분이 밝게 칠해지고 그중 하나는 <산을 자른 단면>(2018)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단면적으로 자른 산’이 아니라 ‘(어떤) 단면이 산을 자른’ 모습이 여기에는 그려져 있다. 여기서 ‘단면’은 바로 인간의 시선이다. 그것은 대상을 자연의 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자연과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선이다. 인간의 시선, 바꿔 말해 보는 사람의 시선은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에 생기를 들여다보는 접촉면을 만든다.
해를 보려는 움직임, 2020_Acrylic on linen_72.7x72.5cm
빛 먹은 나무, 2020_Oil on wood_42x29.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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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31103-문규화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