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마태 초대展
커튼콜
시간위에서7_On the time horizon 7_70x50cm_acrylic on canvas
스페이스 엄
2023. 11. 3(금) ▶ 2023. 11. 22(수)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309길 62 (방배동) | T.02-540-1212
https://www.spaceum.co.kr
커튼 콜 27(혼자가 아니야)_Curtain call 27(Not alone)_100x155cm_acrylic on canvas_2023
작업에 임하는 호흡이 심히 짧았던 시절이 있었다. 대략 10년 전부터 5년 전 까지가 그 기간인데, 하나의 주제 혹은 방법론이 채 일 년이 안 되어 전면적으로 바뀌고는 했다.
무언가를 파고 또 파서 심화시키는 과정을 몹시 지루해하는 성격이 가장 큰 이유였고, 다양한 변칙과 스타일을 거리낌 없이 시도하여 수많은 후대의 추종자들을 거느린 호안 미로처럼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라는 창작 유희의 자세였음도 사실이지만, '이렇게 하면 누군가 보아줄까' 하는 소심한 조급증이 절대 아니라고 자신하지도 못하겠더라.
하지만 이런 식으로 현재의 나로부터 매도되기에는 가여운 수많은 과거의 나들(each me)이 쌓아올린 제법 그럴듯한 생각의 고리들이 있었고, 그 연결점 하나하나가 지금의 작업 방향을 찾아가는 실마리가 되었으니, 나같이 진득하지 못한 이에게도 (멀리 돌고 돌망정) 나름의 때라는 것이 있기는 한가 보다.
커튼 콜 26(대관람차에서)_Curtain call 26(Just meeting on the wheel)_72.7x100cm_acrylic on canvas_2023
세상의 모든 작은 한걸음을 응원하고자 올 봄부터 '커튼콜' 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어렵게 한 발 내딛는 작은 용기가 불러올 거대한 에너지를 기대하며 붓을 든다. 덧붙여 생각의 무게에 눌려 끙끙거리던 과거의 나들에게 그 시절이 무의미한 시간들이 아니었다고 말해주려 한다. 화가는 그림으로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이런저런 이유로 심화되고 연작화 되지 못한 채 누군가의 거실 벽에 걸리거나 낡은 드로잉 바인더에 끼워져 잊혀진 권마태의 생각들을 오마쥬하여 현재의 권마태가 추구하는 방법론과 감수성으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를 이번 전시에 포함하였다. 조심스럽게 전업화가의 길에 들어섰던 과거의 나를 커튼콜하는 마음으로.
삶의 구조와 의미가 투영된 방법을 찾기 위해 긴 시간 고민과 헛발질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작업 프로세스를 장착하게 되었다. 프로세스의 중점은 이전의 행위가 다음 행위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며 나중행위에 따라 과거의 행위가 변질되기도 한다는 것으로, 나는 이 방법론을 '시공간의 규칙에 순응하지 않으려는 붓질stroke과 채색coloring의 복합적 레이어multiple layer'라고 부른다.
형상을 벗어나려 애쓰지 않지만 형상을 더 멋지게 구현하려는 목적은 더더욱 아니기에 붓질과 색은 때로 장면scene을 관통하고 때로는 장면에 종속되어서, 삶이라는 것이 하나의 규칙으로 규정되지 않음을 대변하려 한다. 물론 삶에 정답은 없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시시각각 변해버리기에, 작업을 대하는 지금의 내 태도는 정답이 아니며 정답이어서도 안 된다. 나는 불완전과 불안정의 틈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저 걸을 뿐인 여행자로서 구상과 추상의 상호간섭에서 균형을 찾아내어, 자유와 통제의 경계에 발을 딛고 서서, 동경과 한계를 자각하는 한 번의 붓을 긋고자 한다.
2023_커튼 콜 17(숨길 수 없어)_Curtain call 17(Can't hide)_45.5x60.6cm_acrylic on canvas
<시간 위에서> 기억이란 본디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순식간에 왜곡되고 변질되기 마련이라 지난 일 중에 작은 것 하나 규정짓기도 어려운 법이다. 이렇다보니 미래를 예측하기는 커녕 두려움을 떨쳐내기만도 버거운 것이 삶인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인생을 걸고 도달하고자 하는 그 곳이 물질세계의 직위나 직함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나와 순간순간 대립하게 될 테지만 그런 갈등도 내 일부이니 어쩌겠나. 낯선 시간 위에서 걸음을 재촉하는 내가 쉬어갈 곳은 어디일까?
<커튼콜> 커튼을 사이에 둔 양쪽의 세상을 같은 나의 삶이라고 실감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덤덤히 이야기할 생각의 무게가 당시에는 쳐다보기만도 버거웠으니 막을 들추어 밖을 내다보는 건 감히 상상도 못할 모험이었다. 너무 많은 생각이 발뒤꿈치를 물지 않도록 나를 가볍게 유지하려고 한다. 나는 다음 막을 걷을 용기를 내야하고 필요한 건 햇빛과 약간의 운이니까. 이제 너를 부르는 박수를 치려고 한다.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시간위에서8(무로부터)_On the time horizon 8(From the blank)_50x72.7cm_acrylic on canvas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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