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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展
생명나무 : 선택된 The Tree of Life : Chosen
갤러리그림손
2023. 11. 1(수) ▶ 2023. 11. 7(화) 월~토요일 | 10:30 - 18:30 | 일요일 | 12:00 - 18:30 Opening 2023. 11. 1(수) pm 5 프리오픈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0길 22 | T.02-733-1045
맑고 담백하며 안온하고 조화로운 이상 세계 - '생명 나무'
작가 김정수의 작업은 충만한 종교적 세례로 가득하다. 소재의 선택과 이미지의 상징, 그리고 그 조형적 표현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을 견인하는 것은 바로 독실한 신앙의 절절한 고백이다. 작가의 작업을 견인하는 것은 바로 '생명 나무'로 상징되는 생명의 근원과 창조에 대한 지극한 사유이다. 그의 작가 노트에 등장하는 윌리엄 브레이크의 <생명 나무>는 이를 개괄한다.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안에 무한을 쥐고, 한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생명 나무'의 기본적인 이해는 에덴동산에서 선악을 알게 하는 선악과와 함께 있던 특별한 나무로 영생을 상징한다. 신약에는 구원받아 죄악을 이긴 성도들에게 생명 나무의 열매가 주어진다는 약속이 있고, 새 예루살렘에는 영생하는 나무가 있어 열두 과실을 달마다 맺으며, 그 나무의 잎은 만국을 소생시키는 힘이 있다고 묘사된다. 곧 생명 나무는 하나님이 주시는 영생이요, 영생의 근원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나무라 할 수 있다. 사실 높이 솟아오른 큰 나무는 종종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축으로 여겨지거나 각별한 의미 부여를 통해 종교적인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른바 우주목(宇宙木)· 세계수(世界樹)· 중심축, 지혜의 나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군신화에서의 신단수(神壇樹) 역시 같은 예일 것이다. 작가의 '생명 나무'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그 의미와 상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Adonai Echad_han-ji on canvas, mineral pigment_130x162cm_2023
작가의 '생명 나무'는 자신의 종교적 체험과 신앙생활에서 비롯된 것으로 창세기적 세계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작가는 "자연은 우리에게 창조주 하나님의 위대하고 존귀함을 보여준다.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며,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지극히 숭고한 사랑이다. 자연에는 살아 숨 쉬는 하나님의 생명력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생명 나무'이다."라고 적고 있다. 즉 그에게는 '생명 나무' 자체가 하나님의 권능과 섭리를 상징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속에 있는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된 존귀한 생명의 드러냄인 셈이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이해와 해석을 바탕으로 그만의 독특한 화면을 구축해 낸다. 영롱하고 환상적인 색채감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화면은 그의 작업이 지닌 일차적인 인상이다. 그것은 실험적이거나 파격적인 조형을 경계하며 조화와 균형을 통해 그윽하고 깊이 있는 색채 심미를 드러낸다. 작가의 색채는 안정적이며 맑고 투명하다. 그는 이러한 색채들의 조화를 통해 독특한 온기를 전해주고 있다. 당연히 색채에는 차갑고 따뜻한 색감이 있다. 이는 안료 자체에 부여된 기본적인 성질이다. 작가의 작업에서 전해지는 안온한 기운은 단순한 안료의 색감 나열이 아니라, 이의 조화로운 경영을 통해 창출해 내고 있는 독특한 온도이다. 이는 분명 작가의 작업이 지니는 특징 중 하나이다. 사람과 삶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기도와도 같은 진솔한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 할 것이다. 작가는 색채를 통해 찬양하고 기도하며 자신이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며 이를 색채라는 언어로 표출하고 있다.
The Tree of Life-Chosen_han-ji on canvas, mineral pigment, 24K Gold_130.5x98cm_2023
작가는 풍부한 물의 운용과 파스텔 톤의 온화한 색감들의 조화를 통해 마치 구름이나 안개 너머에 존재하는 몽환적인 풍경을 제시한다. 그것은 분명 시각적인 색채 자극이지만 이를 통해 마주하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비가시적인 또 다른 세계이다. 비록 작가의 화면에는 종교적인 상징 등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종교적 신념으로 충만한 또 다른 공간이다. 현실을 바탕으로 이상을 추구하며 현상 너머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간절한 기도이다. 이런 인식과 사유를 통해 작가의 작업은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로 개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선 두드러지는 것은 특유의 색채감이다. 그것은 구체적인 사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특유의 분위기를 구축하여 작가가 지향하는 세계를 암시하고 있다. 몽롱한 듯 황홀하며 사물들을 규정짓지 않음으로써 피안의 이상을 드러낸다. 색채의 조화로움은 안온함으로 귀결되며 작가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한다. 안온한 조화로움은 단순한 색채 조형적 기능이 아니라 작가가 갈망하는 절대적인 것과의 조화이며, 이를 통해 구현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색채의 운용과 발현은 작가의 작업에서 단연 돋보이는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매우 섬세하다. 물의 물리적인 작용을 극히 섬세한 운용을 통해 경영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미묘하고 섬세하며 민감한 표현은 일반적인 채색화의 색채 운용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적인 것이다. 이는 반복적인 노동의 과정을 거쳐 시간을 축적함으로써 비로소 구축되는 지난한 작업의 흔적이다. 자연의 물리적인 변화의 찰나를 포착하고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안목에 의지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조형으로 수렴하여 표출함은 작가의 개성이다. 이는 매우 지난한 과정일 뿐 아니라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묘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순간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의 언어를 발견함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개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The Tree of Life-blessing_han-ji on canvas, mineral pigment, 24K Gold_130.5x239cm_2023
이에 더하여 대단히 얇은 한지를 이용한 독특한 화면의 구축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작은 숨결에도 쉽게 반응하는 민감하기 짝이 없는 한지를 숨죽여 중첩함으로써 구축되는 오묘한 깊이의 심미는 매우 흥미롭다. 이는 단지 한지라는 물성의 발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작업 전반을 관류하고 있는 몽환적이며 안온한 분위기를 조화롭게 수용해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적어도 작가에게 있어서 이러한 한지의 운용은 이질적인 재료, 혹은 표현 방법이라는 단편적인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작업 전반을 개괄하고 설명할 수 있는 상징적인 표현인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분명 강렬한 종교적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함축과 은유의 효과적인 표현과 색채와 한지 등을 이용한 개별화된 방식을 통해 조형적으로 승화하여 표출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을 마주하는 이들이 별반 거부감없이 그의 화면에 몰입하고 그 안온한 조화로움에 동의하며 공감할 수 있음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작가의 작업은 분명 종교적 이상을 담고 있는 동시에 일반적인 채색화와는 구분되는 빼어난 채색의 심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작가의 작업이 특정한 내용으로 규정되거나 평가되서는 안될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화면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맑고 담백하며 안온하고 조화로운 이상 세계의 모습이다. 어쩌면 이는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위로와 안식, 그리고 축복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김상철(동덕여대 교수. 미술 평론)
The Tree of Life_hanji on canvas_30.3x41.4cm_2019
작가노트 The Tree of life : Chosen
나는 닥종이로 그림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을 한다. 한국의 전통 닥종이를 캔버스 위에 백묵(白墨)처럼 사용하면서, 생명을 통한 치유를 주제로 <The Tree of Life - 생명나무>시리즈를 작업을 해 왔다. 주로 시, 언어등을 글이 아닌 그림으로, 천국과 같은 이상향을 표현하고자 한다. 나는 마치 호흡을 불어넣듯이 닥종이를 이용해 작품에 "생기(生氣), 숨;루아흐(rûah)"을 불어 넣는다. 수많은 layer를 통해 자연의 일부인 닥종이는 자연 그대로가 된다. 이때 나의 숨과 그림은 하나가 되고 닥종이의 섬유질은 숨결처럼 화면에 그대로 부어진다. 자연 안에는 "생명(生命)"이 생동한다. 그리고 그 "생기(生氣)"는 "치유"를 동반한다.
이번 전시는 나의 작업 기반인 생명나무시리즈를 "Chosen(선택된)" 이라는 화두로 풀어내 보았다. "선택된" 이라는 의미의 "chosen"은 choose의 과거분사로 그 어원이 "opt"이다. 또한 [opt 선택하다]의 어원은 [opt; 눈, 빛]이라는 어원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선택" 그 이면에는 반드시 '무엇을 보느냐?' 에 따라 그 선택의 방향성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선택 가운데 주체, 혹은 객체가 되어 살아간다. 우리는 주어진 삶 가운데 무언가를 끊임없이 선택하기도,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기도 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 중 나는 중동에서 발생한 이·팔전쟁의 참담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평안하고 고요한 휴일 가운데 불현듯 날라온 미사일처럼, 우리의 삶 가운데도 무방비상태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공격들이 있을 것이다. 이때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나의 선택은 나의 삶이 된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서 설령 우리가 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라도,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은 죽음이 아닌 생명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면서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다.
The Life_64.5x162cm_han-ji on canvas, mineral pigment_2023
Tree of life_160x330cm_han-ji on canvas, mineral pigment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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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수 | Kim Jeong 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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