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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원주아트페어 특별전 2023 Wonju Art Fair Prologue
민들레 · 박소이 · 박흥선 · 윤지현 · 이강유 · 조가영 · 홍현지 · 김유나 · 김현일 박미란 · 송병진 · 전보나 · 전숙희 · 김민지 · 손정은 · 이주예 · 이탄허 · 전선아 최서윤 · 황희영 · 김명숙 · 김병호 · 백은주 · 양현숙 · 유재화 · 한미영 · ㅁㅁㅁ
남산골문화센터 미담관 전시실
2023. 10. 23(월) ▶ 2023. 10. 29(일) Opening 2023. 10. 23(월) 오후 5시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향교길 77 | T.033-760-9845
김명숙 作_Soul Garden_150x150cm_Fabric Mixed Media
현대미술과 ‘아트페어’, 그리고 지역미술
며칠 전 우리나라 대표적인 아트페어 키아프(KIAF), 바젤과 함께 국제 아트페어를 양분하고 있는 프리즈(Freize)가 연합한 서울 <키아프리즈>가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나흘동안 입장객 8만을 헤아렸다. 말이 그렇지 하루 2만명이 움직이는 행사라면 대성황이라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전체 매출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쿠사마 야요이 등의 유명작가 고가작품들이 첫날부터 팔려나갔다는 소식을 감안하면, 수백억에 이를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바젤, 프리즈, 피악(FIAC), 쾰른 등의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다, 우리는 관람하기 위해 대규모 여행단을 꾸려 단체로 출국하는 것을 엘리트 계층들의 호사로 여기곤 했는데, 그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속된 말로 잘 나가는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이제 마트에서 구입하듯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우리의 미술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구미 지역의 명문 갤러리나 유명작가들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여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민지 作_흔적B_60x40cm_Digital textile printing on cotton
20세기 이래 현대미술을 견인하고 있는 두 축(軸)은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라 할 수 있다. 현대미술 특유의 배타적 취미와 대중에 대한 낯가림에도 불구하고,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있어 엄청난 대중 동원능력과 흥행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양한 양식과 장르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축제가 되는 것이다. 전자는 비교적 비상업적 성격을 띠는 데 반해, 후자는 고도화된 자본과 마케팅으로 무장된 그야말로 첨단의 ‘장터’이다. 20세기 전반은 비엔날레, 후반은 아트페어의 시대라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19세기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열강들이 자국의 발전된 산업과 문화를 과시하기 위해 ‘만국박람회’(International Expositions)를 개최하기 시작한 것이 주요 배경이 된다. 그로부터 파생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런던박람회나 파리박람회 등에서 많은 미술작품들이 주요 컨텐츠로 선보이고 호응을 얻게 되면서,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많은 영감을 얻게 된다. 특히 관광에 문화의 옷을 입혀 지역의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1895년 등장, 비엔날레는 마치 올림픽 시스템처럼 국가 간 경쟁을 부추기는 거대한 게임의 방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시대정신의 예언자적 역할을 천명한 비엔날레가 쏟아낸 테제와 담론들은 시각문화 트렌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어 미디어와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민들레 作_안면수집 NO.18_72.7x90.9cm_oil on canvas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자본과 손잡은 현대미술은 시장의 새로운 프레임을 창출하게 된다. 대부분 개별 갤러리들의 안목과 마케팅 능력에 의해 작가들을 스타덤에 올리곤 했던 영세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거대 자본의 기획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젤, 런던, 파리, 쾰른, 뉴욕 같이 금융이나 산업이 발달한 도시들을 배경으로 비엔날레에 필적할 거대 규모의 장터를 만들어 갤러리들의 박람회를 여는 것이었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는 서로 성격을 달리하고 있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연동돼 있다. 비엔날레의 스타가 곧 시장의 스타가 되기도 하고, 시장에서 스타덤에 오른 작가가 역시 비엔날레에서도 각광을 받는 상호작용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터를 연 주최 측은 엄청난 참가비와 입장 수익을 가져가고, 참가한 갤러리들은 영세한 고정 고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의 고객층들에게 자기들이 보유하고 았는 참신한 혹은 매혹적인 작가군의 쇼케이스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하는 그런 방식이다. 자본력과 기획력, 방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주최 측은 새로운 시장들을 계속 개척해나가고 있으며, <프리즈 서울>도 개척의 결실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아트페어는 유럽의 축구 클럽이나 미국의 야구 구단들이 벌이는 리그의 주최 측, 즉 기업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개별팀은 경기를 통해 부를 창출하게 되는데, 그 판을 ‘리그’라는 이름으로 깔아주는 것과 흡사하다. 상상 초월의 자금을 동원해 선수들을 사고 파는 것처럼 작품들을 사고 파는 갤러리의 갤러리로 성장해 있다.
박미란 作_아빠의 바다_53x41cm_장지+분채
자본이 취약한 기업이 주도권을 잡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지방정부가 보조사업이나 지원사업으로 선정하여 나섬으로써 성과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지방 대도시 대부분의 아트페어가 그렇게 정착되었다. 왜냐하면 지역사회는 관광과 문화발전을 결실로 거둘 수 있고, 현대사회의 예술소비층, 즉 작품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어도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애호가 대중들이 다수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의 경제에도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의 재정 여건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건을 잘 활용하여 지역 아트페어 흥행을 성공시킨 사례들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한 예를 들자면 지역에서 공공미술관이나 대형 프로젝트들이 발족을 앞두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공공미술관 설립에 필요한 컬렉션이 필요하며, 아울러 지역 주도의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적지 않은 미술작품 수요가 발생한다. 여기서 필요한 미술작품들의 구입처 혹은 구입통로로 지역의 아트페어를 지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역에서 공적으로 합의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공공 수요가 있다는 정보는 전국 각지의 갤러리들, 심지어 해외의 갤러리들에게도 퍼지기 마련이다. 지역의 아트페어에 참가를 희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지역에서 필요한 작품들을 지역의 미술시장 발전의 마중물로 사들인다는 방식이다. 그러한 방식은 자연스럽게 지역의 작가들을 외지의 갤러리들의 프로모션에도 노출 혹은 참여시키고, 경영 차원에서 주목하게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백은주 作_전원속을 걷다_105x105cm_ceramics
올해 파일럿 아트페어로 개최될 예정인 ‘원주 아트페어’는 현단계에서 유수의 아트페어와 비교하여 따라가는 방식을 채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 시장의 매개역인 영향력 있는 전문 갤러리(기업)들이 절대 부족한 인프라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개별 작가들이 주체로 참가하여 판매 일선에 나서야 하는 한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다. 물론 개별 작가 중심의 아트페어가 성공한 경우도 적지는 않다. 또한 판매수익을 온전히 작가가 독차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리고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볼 때, 상업적인 매개역은 반드시 필요하다. 선진화된 기획력과 고도의 마케팅 노하우를 축적한 기업들의 저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원주지역으로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작가들만의 노력으로도 어렵다. 지역의 모든 자원과 역량이 결집, 지역 문화발전이라는 대명제를 위해 지혜로운 합의를 도출하고, 정책적으로도 결단할 필요가 절실하다. 판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이 함께 즐기고 스스로 문화의 주체로 자각 성장할 수 있는 장, 즉 즐길거리가 많은 축제로 치러지기를 기대한다.
이 재 언 (미술평론가)
이강유 作_등불이 되어줄게_90.9x72.7cm_oil on canvas
전숙희 作_반계리 은행나무_25x62cm_수묵채색
황희영 作_청화(소나무, 매화,국화)발_190x190x55,140x140x40mm_자기질점토, 청화, 환원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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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31023-2023 원주아트페어 특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