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 박진영의 그림일기展

 

선녀탕_합판에 유채_162×112cm_2022

 

 

구띠갤러리

GOUTER GALLERY

 

2023. 10. 19(목) ▶ 2023. 11. 7(화)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38길 15 | T.02-1522-2365

 

http://goutergallery.com

 

 

 

지문1_합판에 석고와 유채_122.5×122.5cm_2000

 

 

질문과 사유의 형태소(形態素)

 

김영준(비평, 전 부산시립미술관, 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일견하면 전반적으로 초록색이 지배적이다. 거기에는 다양한 기호, 형태 그리고 색채가 어우러져 있다. 작가 박진영의 작품은 어느 하나도 자극적이거나 스펙터클한 강조점 없이 무난한 화면을 구성한다. 시각적 피로감을 주지 않는 그림들은 화면 안 변화무쌍과 운동감이 신비한 이야기체로 표현한다. 어떤 것은 전면회화(全面繪畵, All Over Painting)처럼 배경과 내용의 구분이 없는 추상성이, 어떤 것은 구체적인 기호들이 운집해 있다. 또 다른 것은 원근을 허락하지 않는 산과 바다 풍경이, 아니면 기하학적 도형, 현미경 속 풍경과 같은 화면을 만든다. 이런 다종의 기호들과 다양한 서사, 물감의 얼룩과 추상성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박진영의 작품은 이렇게 소재적 자유로움 속에서도 스스로 지켜내는 일관적 행위들이 있다. 모더니즘적 평면성, 구스타프 클림트와 같은 장식성과 패턴, 큐비즘적 분할이 인상주의적인 또는 야수주의적인 화면을 일구어낸다. 누군가는 이것이 일관성과 상반된 것이라 반박하겠지만, 이 모든 기호와 내러티브, 평면성과 다양성, 다채로움은 무엇인가 연상작용을 위한 주관적 기호로 종합되면서 우리와 마주한다. 그러니까 관찰자와 서로를 응시하고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특히 사람들이 등장하는 그림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상자와 눈 마주치기를 꺼리지 않고 정면으로 배치된다.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기호들조차 우리가 카메라 화인더에서 선택하는 안정된 구도와 범주들을 취하고 있다. ‘넓게 펼쳐진 사건, 현상에서 이 부분만큼은 기록해야 된다.’는 것처럼, 우리가 어떤 스틸 사진을 찍을 때의 태도이다.

 

 

지문2_캔버스에 Epoxy와 유채_89.5×120.5cm_2001

 

 

그러한 기호들의 배치는 관찰자와 마주 보는 구조이다. 그것은 일방적 보기(훔쳐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가끔 불상과 같은 기호는 다른 그림에서처럼 심미적이고 신비함을 주면서 구도자적인 심리가 보인다. 그리고 인물, 풍경, 이름 모를 식물, 기하 도형적 추상성은 주관적이며 모두가 패턴화 되어 있다. 작가 박진영의 노트에서 ‘순수미술’에 대한 의문, 작가 스스로 존재론적 질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림 표면에 그의 모든 질문과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자유롭게 대상을 선택하지만, ‘순수미술이 되어야 하는 표면’의 강한 자기검열을 한다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가지는 무의식일 테고 스스로에게 가하는 긴장감이며, 자기 억압이다.

작가 박진영의 이런 나이브(naive) 함이 독특한 회화 화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의 질문과 고민, 다양한 실험들이 고통이 아닌 호기심으로 작동되기를 기대한다. 그의 푸른 화면속에 언 듯 언 듯 보이는 강렬하고 붉은 색면의 임펙트는 그의 역동적인 욕망처럼 보인다. 그의 신비로운 미지의 이야기, 그리고 화면 속에 드러나는 존재론적 사유들과 의문들의 계속되는 활약에 더없이 기대해 본다.

 

 

여왕벌_ 합판에 Wax와 유채_162×112.5cm_2022

 

 

여인들의 소풍_ 합판에 Wax와 유채_80.5×117cm_2022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31019-이소 박진영의 그림일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