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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겸재 화혼 재조명 기획전 I 길상화사 吉祥畵社, 겸재를 기리다
권매화 · 김경복 · 김문정 · 김복순 · 김영미 · 송진석 · 송현숙 · 심영희 · 오근영 · 우주희 유다은 · 윤영희 · 이정은 · 정ㅁ은 · 조명숙 · 조순재 · 진선미 · 최서원 · 최영진 · 최임숙
2023. 10. 12(목) ▶ 2023. 11. 5(일) 초대일시 2023. 10. 12(목) pm 4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47길 36 | T.02-2659-2206
겸재정선미술관은 겸재 정선(1676-1759)의 화혼畵魂과 작품 세계, 그 시대의 정신과 전통을 조명하여 오늘을 창조적으로 여는 전시를 계속 개최해 왔습니다.
이번 ‘겸재 화혼 재조명 기획전시’는 민화가 가진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현대 민화의 새로운 예술 통로를 열어가고 있는 길상화사吉祥畵社 작가들을 초청한 전시입니다.
겸재 정선이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정진해 새로운 미술의 길을 개척했듯, 길상화사 작가들 또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창조하기 위해 새로움에 집중하는 모습이 겸재와 닮아있습니다.
이번 <길상화사, 겸재를 기리다> 전시는 겸재 정선의 작품을 그들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오마주하여 재창출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과거와 현재의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아무쪼록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와 오늘의 관계성을 이해하고 작가들이 던진 울림과 서사를 공감,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권매화 作_강변의 봄 | 김경복 作_엄마의 금강산
[권매화] 3백년 전 서울의 한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강 주변의 명소 풍경을 화폭에 가장 많이 담았던 화가는 겸재 정선이다. 그가 한강과 한양 일대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65세가 되던 무렵, 양천현령에 임명된 후라고 한다. 그 그림들을 모아놓은 것이 현재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이다. 겸재 정선이 남긴 작품을 통해 오래 전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던 한강변의 풍경과 마주한다. 《경교명승첩》에 ‘압구정’과 ‘광나루터’를 화폭에 담아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선 현재와는 달리 평화롭고 맑고 깨끗했던 한강을 소환해 본다.
[김경복] 금강산은 고향이 원산인 친정엄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컸다. 병풍바위, 치마바위, 신선바위 얘기며, 스님이 동굴에 기도하러들어 갔다가 나오지 못한 얘기 등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97세인 친정엄마는 19세에 공부를 하기 위해 서울로 혼자 오셨다. 6 · 25 전쟁으로 고향을 가지 못하고 평생을 부모님을 그리워 하며 사셨다. 빗장문을 열면 금강산이 보이는 곳, 엄마의 기억속에 아득한 그곳으로 얼마나 가고 싶어 하셨을까? 또한 먼곳으로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사셨을 그분들은 딸의 안녕을 위해 두손모아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 한번도 보지도 불러보지도 못한 외할머니를 금강산에 가만히 그려 넣었다.
김문정 作_서교전의도 | 김복순 作_쌍도정의 봄날
[김문정] 동양의 예술이론은 모두의 마음으로 외적인 사물을 관조하고 체험하는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진경산수를 통해 큰 가르침을 주신 겸재 정선의 작품 속에도 사의적인 산수화가 많이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서교전의도>의 산수를 통해 겸재의 사의와 진경의 경계를 넘나들어보고 싶었다. 겸재 그림을 재해석하는 재료로 숯을 이용, 나만의 작업을 더 확장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진경산수화의 관계로부터 얻는 정념에 구속되지 않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정신적 자유와 관계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한 작업이 되었다.
[김복순] 겸재 정선의 작품 중 <쌍도정도(雙島亭圖)> 속의 네모난 연못 안에 작은 섬이 2개가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보통의 연못 안에는 연꽃이 있을 텐데 연꽃보다는 작은 정자와 수목 배치가 특이하게 와 닿아서 최대한 살려 보고자 했다. 겨우내 잠들었던 무채색에서 제 색을 찾아가는 수목과 쌍도정도를 방문한 귀인, 그리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은 모습 속에 소중한 이를 기다리는 듯 그 사람이 겸재일 수도, 먼 미래에 내가 될 수도 있다. 성주군을 상징하는 성주참외와, 군목-은행나무, 군조-비둘기, 군화-개나리꽃으로 어우러진 봄날의 정경을 표현해 보았다. 중앙에 구름 사이를 지나 현재로 시간 여행이 될 수도 있고 현재의 관광지의 재현 모습이 될 수도 있는 그런 분위기로 가고자 했다. 백화헌의 화사한 꽃내음과 푸르름으로 가득한 봄날은 옛날 겸재의 쌍도정도 시대 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쌍도정의 봄날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런 따뜻한 그림이 되었으면 한다.
김영미 作_ 천불암 | 송진석 作_신 공암층탑
[김영미] 겸재 정선의 천불암을 보고 있으면 바닷속에 늘어선 기이하고 금이 간 듯 가로지른 바위들이 공수한 스님의 어깨와 소맷자락인양 바위 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스님들의 모습은 부처님께 예불 드리는 듯한 모습으로 보여 주위에 부처가 천분이나 계신 듯 나의 마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스님의 형상을 한 바위들이 부처님께 불공드리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살리고 거기에 숭배하고 공양하는 비천을 그려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부처님의 가피가 있기를 기원해 본다.
[송진석] 겸재 오마주전을 통해 양천의 옛 지명인 공암을 표현한 공암층탑을 선택했다. 양천에 35년을 살고 있는 나로써는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현재 구암 허준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구암 공원 한 귀퉁이에 광주바위가 있다. 공암층탑은 일제강점기에 양천 우편소에 옮겨 놓았다는 기록만 남아 있다. 과거 사천의 시에서 보면 ‘공암에 옛뜻 많으나, 탑 하나만 아득하구나. 아래에 창랑수(凔浪水) 있으니, 고기잡이노래 저녁 그림자 속에 잠긴다.’는 글귀와 겸재의 그림으로 아름다운 한강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같은 장소에 다른 모습을 그림을 통해 기록하고 다시금 생기를 얻기를 바라며 작가의 ‘조율’의 정신이 있었다면 아름다운 옛모습을 현재까지도 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느낄 뿐이다.
송현숙 作_금강에 살어리랏다 | 심영희 作_비룡승운飛龍乗雲
[송현숙] 금강의 빼어난 절경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의 형상을 보면서 금강산의 절경을 이상향의 세계로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행복한 세계인 이상향을 평범한 삶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금강(金剛)에 살어리랏다’라는 제목을 붙이고 현대인의 삶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들을 금강의 내산에 담아보았다. 바위산들을 감싸고 있는 토산은 봄 산, 여름 산, 가을 산, 겨울 산으로 그렸는데 이는 계절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금강산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또한 바탕에 ‘사람’ 또는 ‘삶’으로 읽을 수 있는 글자를 배치한 문자도이기도 하다.
[심영희] 飛龍乗雲(비룡승운)은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듯이 현자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다는 의미이다.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오르듯이 승승장구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의지가 담겨 있다. 어느 여름날 깊은 잠이 들었다. 하늘에 흰 뭉게구름 사이로 용 세 마리가 서로 엉겨 붙어 엎치락뒤치락 신나게 놀다가 폭포수 줄기 아래 연못으로 한 마리씩 차례로 내려와 들어가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겸재의 작품을 둘러보다가 《겸재정선화첩》 중 <구룡폭>을 보고 그 날의 꿈이 떠올랐다. 폭포의 모양도, 구룡폭 연못에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는 전설도 꿈에서 본 것과 흡사해서 신기했다. 겸재의 <구룡폭>에 그 날의 꿈과 색(色)을 더해서 표현해 보았다. 옛날 옛적 어느 여름날, 겸재도 걸음을 멈추고 폭포 아래서 잠시 쉬어가며 낮잠에 들어 전설 속의 아홉 마리 용들을 만나지는 않았을까?
오근영 作_희소식 | 우주희 作_2023 송파진
[오근영] 겸재는 척재라는 인물(캐릭터)을 내세워 시와 글에 능통한 사천 이병연을 동일시하여 선비의 기개를 칭송하고 있다. 또한, 군노에게 웅어와 그림을 들려 보내 사천에 대한 그리움과 귀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약속과 우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겸재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 속에 숨겨두었다. 나는 규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씨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아씨의 이야기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아씨의 방이라는 공간 속에 배치된 물건들을 힌트로 독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 작품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토끼 가면을 쓴 수상한 고양이 보부상과 토끼 아씨의 캐릭터를 척재 제시의 흥미로운 인물 구도에 대입하였다. 관찰자로서의 겸재를 담장 뒤에 배치하고 이들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표현하였는데, 이는 나 자신을 그림에 투영한 것이기도 하다.
[우주희] <2023 송파진>은 과거 겸재의 시선과 오늘날 나의 시선이 겹치는 같은 장소의 모습이다. 과거와 현재, 시간의 흐름을 좌우로 자연스럽게 연결하였다. 좌측에는 과거의 푸르름으로 가득했던 송파진의 모습으로 겸재가 그렸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지금 현재 올림픽대교와 잠실대교 사이의 같은 장소는 서울의 상징이 되어버린 월드타워와 강변을 가득 메운 빽빽한 아파트의 콘크리트 병풍이 둘러쳐져 있다. 우측에는 현재의 모습을 먹의 농담으로만 한지 꼴라쥬방식으로 표현하였고, 번쩍이는 도시의 인상을 강조하기 위해서 은박과 자개를 사용하였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의 흐름을 이질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유다은作_망상(望想) | 윤영희 作_인왕산 조우(遭遇)
[유다은] 우리가 흔히 쓰는‘망상(妄想)’은 근거가 없는 주관적인 신념이나 망령된 생각을 뜻한다. 하지만 내 작품의 제목은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이 담긴 ‘망상(望想)’이다. 보는 이의 눈에는 혹 망상(妄想)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리는 이는 망상(望想)의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 푸르고 푸른 망망대해 속 겸재의 웅장한 바위를 닮은 나의 선인장도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가슴에 깊이 품고 있다. 푸름은 자유와 희망이고 선인장(仙人掌, cactus)은 강한 의지를 가진 자아를 상징한다. 어려운 시기 희망을 가지고 잘 견디어내자는 용기와 힘을 담은 작품이다.
[윤영희] 한국 회화사에서 산수화로 큰 획을 남기신 겸재 대 선배 선생님을 그리며 그 분의 발자욱과 눈길이 머문 곳에서 새삼 심호흡를 해본다. 새해 첫 보름달 아래 인왕산에 올라 오랜 중국풍의 관념산수가 지배적으로 내려오며 풍미하던 시절 아름다운 조선의 산수를 내발로 다니며, 내눈으로 직접 보며 표현을 하고자 하셨던 그림, 인왕재색도에 대한 얘기를 대선배님의 나지막하신 음성을 통해 직접 듣는다. 먼 후배에게 자상하시고도 배려깊은 자세로 일러주신다. 주류를 벗어나는 위험을 감내하고도 ‘내 눈의 진정성’을 역설하셨던 노장의 그 기백과 용기가 잔잔한 대화 속에서 크게 용틀임한다. 멀리 하늘을 올려다보는 내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은 바로 그 순간의 내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인왕산자락을 둘러싼 저 아래 서울은 휘황찬란히 형광의 빛으로 검은 산을 기리고 선한 바람은 마치 우리의 조우(遭遇)를 기리는 것 같다. 내 땅의 흙과 바위와 물을 애정어린 눈으로 보며, 그 속의 마음까지 보고자하는 것 같은 대 선배님을 경외하면서.
이정은 作_염원 | 정은 作_壽-생명의 나무
[이정은] 금강산하면 정선을 떠올린다. 분단으로 갈 수 없는 땅. 정선 필 <금강전도> 속 바위를 보면서 통일을 기원하며 그림을 그렸다. 금강산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인식되면서 산악숭배와 신선 신앙, 민간 설화 등의 민간 신앙들과 결합하여 길상성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계절을 겨울에서 봄으로 표현한 것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이다. 봄은 느리게라도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눈 속에 피어난 꽃과 새싹을 바라보며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추위를 녹여 본다.
[정은] 예부터 나무는 피고 지는 순환적 특징과 긴 수명 때문에 재생과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하였다. 또한 뿌리를 땅에 두고 하늘을 향해 뻗어 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나무는 인간의 염원을 하늘로 전하는 매개체로 신목, 생명수, 우주목 등의 이름으로 신성시 해 왔다. 겸재는 오랜 세월을 버텨 낸 나무의 기상을 절제된 수묵담채의 과감한 필선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겸재의 노백을 보며 나는 고흐 작품 속의 향나무가 오버랩 되었다. 겸재의 차가운 이성과 고흐의 뜨거운 열정, 이질적인 두 화가가 강한 생명력과 간절한 염원이 공통분모가 되어 내게 다가왔다. 이 둘이 만나 이루어지는 에너지를 상상하며 작업하였다. 그 에너지를 오방정색과 그 간색이 빚어내는 풍부한 색채와 힘찬 필체로 과감하게 표현 해 보았다.
조명숙 作_겸재의 선물 | 조순재 作_달을 보다...달만 본다...
[조명숙] 천하를 발밑에 거느리는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어도, 궁궐 밖 나들이 한번 자유롭게 못 다니는 것이 왕의 삶이었다. 왕들 또한 곳곳을 누비며 계절마다 바뀌는 창연한 조선의 풍경을 얼마나 누리고 싶었을까? 이 그림은 무거운 옥좌에 앉아 고난과 시름에 잠겨 있는 왕들을 위한 겸재 정선의 깜짝 선물이다. 웅장하고 시원한 개성의 박연폭포를 즐기며 조선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순재]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하루, 이틀, 한달을 보다 호랑이를 마주쳤다. 인왕산 호랑이가 달을 보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내 작품속에 담고 싶어서 그림 상단을 높이고 구름 속에 빛나는 달과 별을 그려 넣었다. 효심이 깊었던 박태성이야기 속 호랑이도, 조선시대 밤마다 백성에게 공포심을 주었던 호랑이도 독립군의 용감하고 기세로운 호랑이도 모두 담고있는 호랑이! 정선의 거대한 바위 암봉을 살리며 흑백의 선으로 호랑이의 얼굴을 강조하며 달을 보는 눈빛속에 모든 의미가 담기길 바랬다. 그 호랑이가 지금은 잠시 쉬고 싶은가보다. 호랑이는 <달을 보다...달만 본다...> 인왕산 호랑이가 이제 달은 그만 보고 그 기세를 그 효심을 “어흫~~~” 하고 널리 울어 주길 바라며 개인적이고 국가적인 지극히 소박한 소망이 담긴 작품을 그려보았다.
진선미 作_My home | 최서원 作_목멱조돈(木覔朝暾)
[진선미]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정선은 금강산과 영남지방 및 서울근교일대를 다니면서 산천의 특색을 실경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회화적 재구성을 통해서 받은 감흥과 정취를 감동적으로 구현했다. 정선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화폭 밖으로 이어지는 풍경들이 머릿속에 상상으로 그려지는데, 그 풍경들을 모아서 한 폭의 풍경화로 묘사한 작품이다. 그 장소의 풍경을 생각하면서 나무 한그루, 바위모양새를 한 획씩 그릴 때마다 정선의 작품을 눈이 아닌 마음속으로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었다. 한반도에서 인왕산은 호랑이가 살기로 유명한데 정선은 소나기가 그친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으로 “인왕제색도” 걸작을 남겼다. 불과 100년 전에 있었던 호랑이가 현재는 멸종되어 볼 수 없지만, 안개 속에 가린 바위 속에 호랑이가 숨어있을 것 같다. 호랑이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재앙을 막아주고 의로운 이를 도울 줄 아는 전설속의 영물로 민족의 상징적 동물이다. 인왕산 호랑이가 다시 나타나 복잡하고 힘든 시기의 한반도를 지켜주는 마음속의 든든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최서원] <목멱조돈(木覔朝暾)>은 겸재 정선이 양천현(陽川縣)에서 현령으로 지냈던 시절 목멱산, 지금의 남산 일출 광경을 그린 그림이다. 떠오르는 해의 에너지를 받은 산빛, 물빛이 아름답다. 작품 속 여러 풍경 가운데에서 중첩되는 산에 색을 달리해서 원근감을 살린 풍경이 돋보인다. 그 일부분을 캔버스에 담아 노을빛을 받은 나무들과 이른 아침 해돋이와 함께 곱게 빛났을 연둣빛 산천을 아크릴로 채색해서 현대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최영진 作_인왕-봄밤 | 최임숙 作_Timeless-북원수회도
[최영진] 나의 유소년시절이 오롯이 담겨있는 마음의 고향을 인왕산의 진달래와 함께 그려보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창을 열면 셀 수 없는 갖가지 초록빛으로 세상이 가득차던 여름, 하얗게 눈 쌓이던 바위산을 오르내리던 등교길... 어린 시절 오가며 눈 앞에 익숙했던 그 바위산은 성인이 되어 알게 된 이름, 인왕산이었다. 그리는 것은 그리워하는 것... 붓을 들어 그리운 것들을 그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 그림을 보는 누군가의 마음 속에도 달처럼 환한, 별처럼 반짝이는 그리움들이 몽글몽글 차오르기를...
[최임숙] ‘북원수회도’는 사랑방과 대청마루를 연결시킨 큰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친목도모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북원수회도 그림 안에 한국의 세계화를 담았다. K-POP의 세계화를 시작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알고 방문하여 한국 문화를 즐기고 있다. 한국이 세계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 모두가 한국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한옥에서의 세계 화합을 표현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잔치를 즐기고 있고 액자 형태의 안에는 북원수회도의 본래 모습을 담아 과거와 현재의 순간이 함께 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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