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展

 

김은숙의 또 다른 여정

물이 있는 풍경, 그리고 일상을 깁는 퀼트 작업

 

일상을 깁다_100호_Knit, cloth, buttons

 

 

(인사아트센터 3층)

 

2023. 9. 27(수) ▶ 2023. 10. 3(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41-1, 3층 | T.02-737-0040

 

 

일상을 깁다_50호_cloth, buttons.jpg

 

 

김은숙의 또 다른 여정

물이 있는 풍경, 그리고 일상을 깁는 퀼트 작업

신항섭(미술평론가)

 

예술은 예술가를 낳고, 예술가는 새로운 예술을 창조한다. 이 말은 현대미술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은 많은 미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현대 미술가는 새로운 미술을 탐구한다. 현대미술이 부단히 새로운 미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현대미술은 절대적인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기에 누구든지 미술가로 인정받는 그 시점부터 창작활동에 관한 한 무제한의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김은숙의 최근 작업을 보면서 예술가의 손은 미다스의 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그의 광폭한 작업에 근거한다. 수채화를 시작으로 하여 소조, 유채화, 아크릴화, 판화, 사진, 의상디자인, 입체작업 그리고 성악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예술 활동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이다. 한마디로 팔방미인으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어떤 장르든지 손을 대면 1년 이내에 발표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작업량이 쌓인다. 작업량이 많아지면 전시회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기에 전시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리라.

 

 

일상을 깁다_80호_Knit+Mixed media

 

 

이번 전시회에는 크게 두 가지 양식의 작품이 나온다. 하나는 사진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퀼트 작업이다. 사진 작업은 그동안 일상적인 시선으로 마주했던 소소한 풍경을 포착한 액자 작품과, 캘린더에 쓰일 이미지를 하나의 인화지에 모아 놓은 두루마리 형식이 함께 한다. 특히 두루마리 형식의 사진 작업은 1년 열두 달을 각 계절의 분위기에 맞게 선정한 작품을 하나로 이어놓음으로써 영화 필름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사진의 간격을 두지 않은 채로 연속적으로 붙여놓아 영화 필름을 보는 듯싶은 복고적인 정서가 깃들인다.

사진 작업에서나 회화 작업에서나 일찍이 이러한 형식의 작업을 보았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12점의 사진이나 그림이 하나처럼 이어놓았을 때 다수의 작품이 한눈에 들어오는 상황이다. 이로써 서로 다른 이미지임에도 마치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연속적인 이미지를 끝까지 보게 되는 것도 이러한 형식만의 장점일 터이다. 사진뿐만 아니라 회화 작업을 같은 방식으로 이어 붙이는 작품도 있다. 이는 그의 조형 세계가 지어내는 형식적인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상을 깁다_80호_Knit+Mixed media

 

 

이번 사진 작업에서는 ‘물’이라는 주제를 내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사진 작업을 해오면서 물과 연관성 있는 사진이 적지 않았는데, 그 작품을 한데 모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그 가운데는 이미 발표한 작품도 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뭇 생명체로 이루어진 자연의 본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이번 전시 작품들은시각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정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집과 과천이라는 그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영역에서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해외여행에서 마주쳤던 풍경도 곁들이고 있다. 정원에 놓인 돌확에 고인 빗물, 서울대공원 저수지, 비 내리는 날과 눈 내리는 날, 그리고 빗물이 흘러내리는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들 대다수가 과천이라는 지역에서 마주했던 장면들이다.

차창 밖 스치며 지나는 낯선 이국 풍경도 빗물을 통해 보게 되면 감성을 자극하게 된다. 간접적이고 굴절되는 빗물을 통해 보는 왜곡된 이미지 또는 형체가 불분명한 이미지는 시각적인 이해를 넘어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한다. ‘물’을 소재로 한 사진을 한데 모은 건 바로 이러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눈으로 보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감성에 호소하면서도 미의식의 전환을 유도하는 사진으로서의 가치를 겨냥하는 것이다.

 

 

일상을 깁다_100호_cloth, buttons+Mixed media

 

 

퀼트 작업은 성악가라는 또 다른 자신의 예술가적인 행로에서 비롯되었다. 십수 차례 콘서트를 열 만큼 성악에 대한 열정은 화가로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이하게도 무대의상 디자인은 스스로가 해결한다. 화가로서의 미적 감각을 발휘하여 기성 디자인을 개의치 않는 독특한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무대의상만 100여 벌이 넘는다고 하니, 이 정도만으로도 독립적인 디자이너로서도 손색없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무대의상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 조각을 활용하여 입체작업을 하고 있다.

천을 감았던 종이 파이프라든가 폐박스 등에 천을 덧씌우거나 일일이 이어 붙여 알록달록한 입체물을 만들었다. 그 하나하나가 천 조각의 모양이나 색깔에 따라 저마다 다채로운 입체작업으로의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여기에다 목걸이나 인조 보석과 같은 다양한 오브제를 부착하여 장식적인 미를 곁들이기도 한다. 이는 일상생활 그 자체가 곧 예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체 작품 숫자만 해도 100여 점에 달한다. 그런가 하면 사진 작업에서 프레임을 천 조각으로 둘러,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액자 프레임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창작 생활은 장르에 상관없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다 색실을 이용하는 뜨개질도 간과할 수 없다. 장갑이나 모자 목도리 등 일상용품을 비롯하여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뜨개질로 실현하는 데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든지 손을 대면 창작이 되고, 그 결과물은 작품이 된다. 이렇듯이 그의 창작활동은 광범위하다. 생각이 곧 창작활동의 근간이 되고, 또한 작품이 되는 그런 삶을 통해 축적되는 작업에 대해 이제는 고민할 시기가 되었지 싶다. 무언가 한 곳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독립적인 공간을 꿈꾸는 상황을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상을 깁다_50호_cloth, buttons+Mixed media

일상을 깁다_100호_cloth, buttons+Mixed media

 

 

일상을 깁다_50호_Knit, cloth, buttons+Mixed media

일상을 깁다_50호_Knit, cloth, buttons+Mixed media

일상을 깁다_50호_Knit, cloth, buttons+Mixed media

 

 

 

퀼트 작업

 

 

 

 

 
 

김은숙 | Kim Eun Sook

 

개인전 | 34회

 

초대전 | 18회

 

단체전 | 2인전 (성옥미술관) 외 단체전 514회

 

역임 | (사)한국수채화협회 공모전, 나혜석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외 다수 | (사)한국수채화협회 부이사장

 

저서 | 김은숙의 Art Life 출간

 

현재 | 한국현대미술 신기회 회장 | 청유회 회장 | (사)한국창조미술협회 고문 | (사)한국수채화협회 자문위원 | (사)남북코리아 미술교류협의회 자문위원 | 돌체성악회 고문(봉사) 회장 | 더 사운드 코랄 합창단 단장 | 카네기리 CEO 합창단

 

E-mail | eunheuk1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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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927-김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