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의 나머지에 오늘을 붙여 展

 

박현성 · 윤석원

 

 

 

갤러리 지우헌

 

2023. 9. 14(목) ▶ 2023. 10. 21(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11라길 13

 

www.instagram.com/jiwooheon_dh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한 축제를 이어오고 있는 미술시장은, 그 화려함이 무색하게도 유사동형의 작업으로 포화된 상태이다. 시대정신이 부재한 시대를 그린 단말마와 같은 이미지 작업, 투자 가치로서 선별되는 작가와 작품, 관람객의 여가생활과 SNS에 치우친 전시기획은 예술 특유의 독자 노선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박현성과 윤석원은 미술이 시작되었던 미메시스적 경험의 재현에 천착하며 미술의 종별성에 내기를 거는 작업을 보여준다. 갤러리 지우헌은 시시각각 변하는 현대사회의 시간을 이어 붙이는 두 작가의 전시 《어저께의 나머지에 오늘을 붙여(The rest of today is going to tomorrow)》 를 개최한다.

박현성은 10여 년 간 독일 뮌헨에서 활동하며 ‘관계’를 소재로 다양한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여왔다. 그녀는 본인과 주변의 관계 속에서 다채롭게 일어나는 감정의 운동을 주로 다룬다. 천은 그녀에게 있어 가장 유연한 재료이다. 천을 검은 계열의 색으로 염색하여 일정하지 않은 형태로 바느질해서 꼬거나, 기다랗게 직선으로 잘라 뜨개질 하듯 앞뒤로 불규칙하게 엮어낸 방식은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속 자의와 타의를 함께 내포한다. 틀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엮는 방식은 그녀의 대표적 기법이다. 여기서 염색의 흔적은 관계를 둘러싼 복잡한 감정을 은유하며, 이로써 관객은 동요하고 전이되는 감각을 살필 수 있다.

 

 

 

 

본 전시에서는 2022년까지 선보였던 <마지막 포옹>과 <우연의 무게>를 변주한 신작을 선보인다.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운 꽈배기 같은 천과, 천장에 위태롭게 매달린 각목을 지탱하는 직선의 천이 대조를 이루며 공간에 긴장감을 준다. 이와 더불어 작업 과정 중 나온 편린으로서 평면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윤석원은 사적인 경험들을 관계에 관한 심상으로 해석하고 기록하며, 그것을 회화로 재현하는 방식을 오래도록 연구해왔다. 그는 특히 대상에 반사된 빛을 매순간 다르게 보이도록 표현하는 데 탁월한 테크닉을 갖고 있다. 번지고, 깨지고, 흩어진 것 같은 빛의 표현은 생생함과 동시에 빛 바랜 사진과 같은 느낌을 주면서,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다뤄왔던 역사 속 인물들과 거대한 식물들, 일상 속 사물과 풍경들, 현대인의 스냅샷 등은 일견 어디선가 마주쳤을 법한 평범한 기록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캔버스 안으로 대상을 옮겨오는 순간, 그 대상은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기억을 끌어낸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일대기를 집약한 구성으로 <빛과 물질에 관한>, <사람 없는 곳>, <차경(借景)>, 시리즈의 신작 다수를 선보인다. 평소 그의 작품은 대상이 폭넓은 만큼 주제별로 섹션을 구별해 전시되어 왔으나 본 전시는 그의 작업 궤적을 한 번에 보여주는 과감한 배치를 시도했다.

두 작가가 ‘관계’를 매개로 만들어내는 것은 미메시스적 경험 공간의 복원이다. ‘미메시스’는 대상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대로 취하는 실천이다. 주체의 부재 속, 화려한 객체들이 범람하는 세계에서 그들의 작업은 좀 더 가변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복원하면서, 생경했던 사유의 시간 그 맨 처음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

 

 

박현성 作_An Edited story 2019_면천에 잉크 염색, 호두나무_125x125x10(h)cm

 

 

윤석원 作_빛과 물질-시간004 2023_캔버스에 유채_100x1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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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914-어저께의 나머지에 오늘을 붙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