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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식 展
이끼를 들어 올리는 사람, 임동식
이끼를 들어 올리는 사람 1993, 2004, 2020_Oil on canvas_218x122.5cm(3ea)
가나아트센터
2023. 9. 1(금) ▶ 2023. 10. 1(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0길 28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 T.02-720-1020
1975 여름 안면도 꽃지해변의 기억 2015-2020_Oil on canvas_182x227cm
가나아트는 자연미술가 임동식(林東植, b.1945-)의 개인전, 《이끼를 들어 올리는 사람, 임동식》을 2023년 9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개최한다. 임동식은 그동안의 예술 여정 전반에 걸쳐 퍼포먼스, 설치, 공동체 미술, 회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자연을 탐구하고 성찰했으며, 이를 토대로 삶에 대해 발언해 온 작가다. 그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 회화는 과거 진행한 야외 작업의 순간을 그렸을 뿐 아니라 자연 현장에 중심을 두고 수행해온 예술의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 그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주목하여 가나아트는 전시 제목과 동명인 작품 <이끼를 들어올리는 사람>(1993-2020)을 비롯, <예술과 마을>, <친구가 권유한 풍경>, <비단장사 왕서방> 등 임동식의 주요 회화 연작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실험 미술의 가능성은 물론 예술의 영역을 일상으로 확장해 온 그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온몸에 풀꽂고 걷기 2016-2023_Oil on canvas_182x227cm
임동식은 1981년 유학을 떠난 독일에서도 국내 작가들과 지속적으로 서신을 주고받으며 야투 활동을 계속했다. 1983년 국립 함부르크 미술대학(Staatliche Hochschule für Bildende Künste Hamburg, HFBK) 자유미술학과에 진학한 그는 다양한 예술 실험을 지지하는 학풍에 힘입어 야투를 유럽 화단에 소개하는 데 힘썼고, 1989년 함부르크시의 지원을 받아 《야투 함부르크전-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Yatoo, Inside to Outside, Outside to Inside)》를 개최, 본격적인 국제 교류를 시작했다. 야투에 대한 현지 미술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며, 이는 1991년 공주에서 100여명의 독어권 작가들의 자발적 참여하에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은 2004년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로 발전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써 임동식의 고향, 충청지역은 자연 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임동식이 공주에서 진행한 또 다른 자연 미술 시리즈로는 《예술과 마을》이 있다. 10년 간의 독일 유학생활을 마치고 1990년 한국으로 돌아온 임동식은 공주 원골마을에 정착해 1993년부터 새로운 프로젝트, 《예술과 마을》을 시작했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왔으며, 자연 가운데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예로부터의 사상에 기반한 이 프로젝트는 예술과 농사가 다르지 않다고 보는 임동식의 ‘예즉농 농즉예(藝卽農 農卽藝)’ 미학에 따라 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경 문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임동식은 농민을 ‘위대한 자연생명예술가’라 칭하고, 호박을 심거나 고목에 난 구멍을 개울가의 돌로 막는 일 등 농촌의 일상적인 행위를 예술로 여기고 전시함으로써 온 마을이 즐기는 공동체 미술을 실현했으며 퍼포먼스를 삶의 체험으로 확장했다. 《예술과 마을》은 2003년 막을 내렸지만 그 정신은 마을의 농민 중 한 명인 우평남과의 협업에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자연예술가와 화가>, <친구가 권유한 풍경> 등 다양한 시리즈로 변주되었다.
비단장사 왕서방-손자의 효도_Oil on canvas_162.2x130.3cm
임동식은 1992년부터 그동안의 퍼포먼스 작업을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 작업을 글, 드로잉, 자료집, 사진 등 5,000여 점의 자료로 남길만큼 기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실천해왔으며, 이러한 아카이빙 습관이 회화로 이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회화는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만은 않는데, 이는 그가 자신의 회화를 두고 “(퍼포먼스와) 다른 것이 아녜요. 똑같은 것을 두 번 하는 거예요”라고 설명한 것에서 드러난다. 임동식은 과거의 지나간 행위로 머물러 있는 작업을 회화로 재연함으로써 현재 진행형의 상태에 둔다. 이 때 과거의 행위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옷을 입고 자연에 서 있던 순간을 나체로 바꿔 그리는 등 주관적인 해석과 의도를 더해 원초적인 자연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 자연과 교감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자연 현장 대신 화폭에서 자연미술의 정신을 다시 사유하고 성찰하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작업을 유화 물감으로 그리면서도, 최소한의 기름만을 사용해 광택이 나는 유화 특유의 인위적인 효과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과 가까운 현장감을 작업에 담고자 한다. 이로써 그는 보통 일시(一時)에 그치는 퍼포먼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회화로서 지속하고 되풀이되는 작업을 완성한다. 하나의 작품을 수 년에 걸쳐 다시 그리는 개작(改作)의 습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퍼포먼스의 연장이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회화는 작가의 몸짓,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시간성과 결합해 역동성과 생동감을 가지며 전통적인 회화의 개념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0년대 본격적으로 회화에 집중하기 시작한 임동식은 2007년 기존 작업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 양잠(養蠶)업이 성행했던 고향에서 어린시절 목격한 포목점의 일상을 그린 <비단장사 왕서방> 연작이 그것이다. 임동식은 <비단장사 왕서방>에 대해 “털가죽으로부터 농경문화에 이르는 옷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나긴 긴 여정을 상징”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점원시절’, ‘상속에 대한 숙고’, ‘손자의 외출’ 등 다양한 소주제로 변형해 서사를 이어 나가며, 여기에 가상의 인물 ‘왕서방’이 가업을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겪는 좌절을 담아 농경문화의 산물인 비단문화의 쇠퇴에 대해 탄식한다. 《예술과 마을》이 농경문화에 대한 존중이었다면, <비단장사 왕서방>에서 임동식은 잊혀진 농경문화에 주목하면서 비단이라는 상징적인 주제를 통해 자연과 전통으로부터 멀어지는 세태를 비판적으로 꼬집는다. 이렇게 임동식은 현실의 삶과 밀접한 자연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미술을 일상 가까이로 확장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다 2015-2016_Oil on canvas_182x227cm_71.7x89.4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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