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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미술큐브전 '12x12x12+자연' Nature Art Cube Exhibition '12x12x12+Nature'
울진연호문화센터
2023. 8. 31(목) ▶ 2023. 9. 27(수) 경상북도 울진군 울진읍 연호로 47 | T.054-789-5484
미래로 전하는 전도체
눈에 보이는 생명체들을 에워싸고 있는 눈에 보이는 살아 있는 것인 우주(cosmos) -플라톤, 『티마이오스』 中
이주희(미술평론가) 인류에게 여전히 미지이자 꿈이며 어둠이자 빛으로 남아 있는 것 중에 우주가 있다. 우주의 아득한 빛과 어둠 중에 별도 있고 달도 있고 은하수도 있고 지구도 있을 터였다. 그중 지구라는 행운에 기대어 지성을 외현하던 인간은 근래에 들어서야 지구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며 ‘자연’을 외치기 시작했다. 우주의 한 켠에서 눈에 보이는 살아 있는 것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본전시와 함께 2017년부터 이어온 〈자연미술큐브전〉은‘12×12×12cm’의 균일한 크기의 공간에 작가들의 고유한 자연을 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참여작가들에게 주어진 공간은 물리적으로 작은 공간을 다루는 것이기에 간소하게도 보이지만 전시명 〈12×12×12+NATURE〉처럼 그 안에서 예술가의 개성과 자연근간적인 큐브만의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는 막중함 또한 지닌다. 2023년 〈자연미술큐브전〉에는 197팀(200인)이 참여해 21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간 매회 수십-수백에 달했던 참여작가들은 종횡무진 광폭으로 확장된 자연관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그리스·루마니아·리투아니아·아르헨티나·토고·헝가리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간들의 사유가 망라되고 있다. 이들은 제한적인 조건들을 공유하면서도 변화와 실험을 거듭하며 상상력을 구현했고 곧 큐브는 예술가들의 세계를 투영하는 소행성이 되었다. 전시로 구현된 이같은 소행성들의 향연은 예술과 미학의 관점에서, 인문과 자연학의 관점에서, 나아가 상상력과 희망의 관점에서 탄생한 사유의 은하(銀河)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동안 자연미술에서 찾을 수 있었던 주된 사유는 외부보단 내부에 대한 사유, 바깥보단 안을 향하는 방향성, 나아가는 것 보다는 회귀, 곧 인간이 돌아가야 할 곳의 의미를 찾는 예술양식이자 태도에 대한 것이었다. 나아가 자연물로 형성되는 자연미술이 소통의 매개가 되고 그것들이 형성된 장소에서 다시금 무(無)로 돌아가는 현장성에 주요한 의미를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 곳곳에서 수행되었던 자연미술프로젝트들은 지역과 현장성을 바탕으로 고유한 미학을 형성하고 소멸로서 종료에 이르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자연미술큐브전〉은 이와는 역방이라고 할 수 있는 남겨지고 전해져 타인의 서사에 관여하고 다시금 작용하는 역학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큐브를 만나는 관람객들은 예술가들의 압축적이면서도 진취적인 표현에 자신의 자연관을 대비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전환적 패러다임은 문명과 개발 지향적인 유물론적 사고에 자연이라는 방향성을 더해 보다 적극적인 반(反)자연, 반(反)문명, 반(反)미학적인 사유를 가능하게 하며 보다 자유로운 예술을 가능하게 했다. 큐브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더 이상 정형과 규칙, 원리와 순리 등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코스모스(우주:세계)와 카오스를 동시에 등장시키는가 하는가 하면 하위와 상위로 구분된 생명체를 제시하기도 하고 신화적 또는 극한의 상상으로 시선을 이끌기도 한다. ‘12×12×12cm’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되었기에 오히려 결과물들 간의 극적인 대비가 생겨나기도 한다. 기원전의 한 인간은 지혜를 “어떤 원인이나 원리를 대상으로 하는 인식이자 학문”(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항』 中)이라 말했다. 자연미술 역시 자연의 원리·원인과 더불어 더 큰 자연이라 할 수 있는 세계-우주로 향하는 인식과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기존의 인식에 인간의 상상력을 실현하는 장이 되고 있기에 이것을 예술이라 부르고 또한 하나의 학문이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지난 팬데믹은 자연에게 일시적인 휴식을 주었지만 문화병리학적 시기도 함께 불러왔다. 인간과 자연의 모순에서 야기된 변화는 혹독했으며 문화-예술은 대자연의 변화에 무력했다. 수십억년간 존재해온 공고함과는 별개로 수천년의 인류사와 함께 어떠한 것으로 변모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이 지구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본주의적인 지구를 지향하며 더욱더 많은 자연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그러나 “늘 그랬듯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크리스토퍼 놀란, 〈인터스텔라〉 中) 기원 후 또 다른 인간은 인류의 염려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을 드러냈다. 〈자연미술큐브전〉 역시 자연에 대한 예술가의 염려를 담는 인간만의 방법으로 현재와 자연의 모순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인간의 편견을 극복한 자연미를 탐색하고 있다. 지난 수 십년 간 자연미술은 인간의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외침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자연과 함께하려는 인간의 예술본능을 탐구해야 할 것이다. 새롭게 일깨워진 본능으로 가장자리 생명의 다양성을 살피는 일. 이것은 새로운 균형을 위한 현대성의 탐구이며 스스로를 돌보는 지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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