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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sh Kapoor 展
In-between 2021 Oil, fibreglass and silicone on canvas 244 x 305 x 62 cm
국제갤러리
2023. 8. 30(수) ▶ 2023. 10. 22(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소격동 58-1 국제갤러리 K1, K2, K3 | T.02-733-8449
www.kukjegallery.com
Untitled 2021_Oil, silicone and wood on canvas_244x305x76cm
“핵심은 무엇이 물질적이며 무엇이 그 물질을 초월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모든 작가가 하는 일의 본질이자 미술의 주요한 방법론적 지향점이다.” - 아니쉬 카푸어
국제갤러리는 8월 3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의 네 번째 개인전으로, 서울 K1, K2, K3 전 공간에 걸쳐 조각, 페인팅, 드로잉을 망라하는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을 폭넓게 소개한다. ‘21세기 가장 선구적인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아니쉬 카푸어는 작년 베니스에서 혁신적 작업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펼쳐 보이는 대규모 전시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증명한 바 있다. 특히 베니스 전시에서는 카푸어가 근래 집중해오고 있는 매체인 회화를 그의 대표적인 검정 작품들과 병치해 선보임으로써 시각예술의 물리적, 개념적 한계를 꾸준히 시험하는 작가의 능력을 강조했다. 카푸어에게 그 검정 작품군은 회화의 작동 방식에 대한 고찰과도 교차되는데, 작가에게 회화란 “무언가를 가시화하는 방식에 대한 역사인 반면, 나는 그와 정반대의 일, 즉 무언가를 어떻게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천착했던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회화와 조각에 대한 이 같은 접근법으로 전시를 꾸리는데, 서울점 K1에서 K3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성격의 건축 공간을 활용, 작품들 간의 새로운 대화를 제안하며 자신의 작업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신체’에 대한 집중력을 피력한다. 다채로운 재료로써 다양한 모양새의 추상적 제스처를 소개하는 본 전시는 궁극적으로 생(生)의 숭고한 격렬함, 즉 아니쉬 카푸어의 형식 언어를 구축하는 핵심 자원인 생의 맹렬한 숭고미를 일관되게 읊조린다. K3에는 네 점의 거대한 조각이 설치된다. 특정 유형으로 범주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 무거운 덩어리들은 지질학적 조직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해부학적 내장의 모양새에 기대기도 한다. 카푸어를 대표하는 색채인 진한 빨강과 검정을 입은 조각 작품들 중 특히 두 점은 〈그림자(Shadow)〉와 〈섭취(Ingest)〉라는 제목을 통해 작업의 맥락과 영감의 원천을 넌지시 가리키기도 한다. 한편 K2에서는 전시 전반에 펼쳐지는 작가의 문법을 한데 농축해 놓은 회화 작품들이 소개된다.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폭발적으로 표현주의적인 이 회화 작품군은 유화, 섬유유리 및 실리콘으로 제작돼 날것의 상태를 구현하며, 비단 유혈이 낭자한 내장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존재의 개화를 암시하고자 한다. 이처럼 물감이 캔버스 위에 흩뿌려진 듯한 모양새의 회화 안에서 우리는 마치 엄청난 무력에 의해 그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흐려진 물질의 존재를 감각하며 신체의 다공성 경계에 대한 작가의 지속되는 관심을 엿보게 된다.
이와 같은 주제는 K1 바깥쪽 전시 공간에 설치된 과슈 작품을 통해 다소 절제된 방식으로 고찰된다. 회화에 비해 작은 크기로 제작되는 이 종이 작품들은 캔버스 위에서와 마찬가지의 시각적 혼돈 안에 문 내지는 창문을 암시하는 어떤 공(空)의 영역을 묘사한다. 창에 대한 기하학적 환영은 작가가 조각 및 회화 작업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장치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작품 안에 투영시켜 자신이 놓인 환경과 대면하는 신체의 불안정성을 인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작가는 K1의 안쪽 전시장에 놓인 검정 작품들을 통해서도 비슷한 현상을 꾀한다. 카푸어를 대표하는 검정으로 염색된, 뒤틀어진 기하학의 이 오브제들은 관람자의 시각을 어지럽히며 그 내부의 공간으로 끌어당긴다. 해당 검정은 빛 뿐만 아니라 모든 소리마저 흡수시키는데, 이로써 각 오브제의 표면, 그 피부에 조용히 안착해 일체화된다. 카푸어의 검정 작품 연작은 극도로 차분하지만, 이 독특한 매체가 구현하는 형태의 흡수력은 회화의 날 선 빨강의 이미지들 못지 않게 잔혹하기도 하다. 오브제의 경계선이 우리 눈 앞에서 용해됨에 따라 서서히 피부가 없는, 껍질이 없는 물질이 되고, 이는 극히 원초적이고도 불안정한 감각을 촉발한다. 이처럼 현존과 부재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야 말로 카푸어 작업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다루는 물질의 한계에 도전함으로써 카푸어는 그 물질의 창출 및 파괴를 동시에 고찰하고, 나아가 관람자의 신체적 감각을 시험해 지극히 자극적이고도 시적인 ‘사이(in-between)의’ 상태를 포착해낸다.
In-between II 2021_Oil, fibreglass and silicone on canvas_244x305x46 cm
Tongue 2017_Silicone, paint on canvas_244x183x11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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